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남아시아 곡물 시장의 붕괴와 식량안보의 위기

컴바인으로 밀을 수확하는 모습. 출처: Photo by Charles G on Unsplash

[월드 포커스] 우크라이나 전쟁과 곡물 시장 붕괴

이 기고문은 동남아 지역의 선교정보를 취합해 소개하는 동남아선교 뉴스레터에 소개된 내용을 필자의 허락을 받고 게재한 것이다. <편집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농부들은 나포된 러시아 탱크와 대포 그리고 격추된 헬기를 분주하게 끌어다 놓고 있다. 이 새로운 일거리에 더하여 그들은 덤으로 봄 작물을 심어야 한다.

그것은 러시아의 불법 침략이 세계 주요 곡창지대 중 하나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지역의 식량안보를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또 다시 새삼일깨워준다.

무엇이 위태로운가? 2021년 우크라이나는 8000만 톤의 수확량 중 6000만 톤을 수출하는 세계 3위의 밀 생산국이었다. 전세계 수출량의 17%였다. 게다가 보리는 2위, 옥수수는 4위 그리고 해바라기유(油)는 최대 생산국이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은 세계 시장의 큰 손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개발도상국과 인도주의적 재난 문제에서 더 큰 역할을 한다.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의 곡물 중 절반은 우크라이나에서 매입하기 때문이다. 2021년 우크라이나는 미화 29억 달러 상당의 밀을 아프리카로 수출했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미 역대급으로 높았던 밀 가격은 30% 올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더불어 동남아시아에 대한 곡물 및 주요 식품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2020년 우크라이나의 인도네시아 수출액은 7억 800만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인도네시아 수입 물량의 25%에 해당된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수입 물량의 23%인 9200만 달러, 그리고 태국은 수입 물량의 약 17%인 1억 3100만 달러였다.

그렇지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식량안보가 불안한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특히 심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들여오는 수입 물량 중 거의 75%는 밀을 포함한 곡물이다. 2021년 인도네시아는 우크라이나로 부터 3억 700만 톤의 밀을 수입했다. 2020년에 우크라이나는 동남아시아 최대 인구 국가의 단일 최대 곡물 공급원이었는데, 2021년에 기록을 갈아치웠던 것이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양국의 경우, 밀 수요는 늘어나고 있다. 필리핀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곡물 수입은 2020년 대비 거의 48%나 증가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밀가루 소비는 2021년 거의 5%나 증가했다.

그와 동시에 인접 국가들의 인구도 늘어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매년 1.1%씩 증가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1.3%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인구 성장 국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양국에서 식량 생산이 인구 성장과 보조를 맞춘 적은 한번도 없다. 그래서 양국 정부는 식료품 인플레 현상에 매우 민감하다.

농장 밭으로 번지는 전투

한편 한참 수확철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키이우 북쪽에서 동부 지역으로 옮아갔다. 우크라이나 최대 농산물 생산 지역 중 일부에서 현재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농사를 짓기에 너무 위험하지는 않는 지역들의 경우, 물리적 인프라가 파괴되었다. 신체 능력이 되는 남녀들은 군대나 국민방어군에서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으로 인한 올해 농업생산 감소를 30%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심각한 경고는 2022년 수출이 2021년의 15~20% 수준으로 급감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비록 농부들이 농작물을 경작할 수 있다고 해도, 곡물을 세계시장으로 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러시아는 마리우폴(Mariupol)을 철저히 파괴하고 물리적 기반 시설을 황폐화시켰으며 아시모프해(the Sea of Asimov)의 우크라이나 항구 중 다른 한 곳을 거의 유령 도시로 만들어버렸다. 오데사(Odessa)는 러시아가 아직 공격하지 않은 마지막 주요 항구지만, 러시아 군이 그곳을 봉쇄하고 있다.

당분간 우크라이나 곡물은 열차나 트럭으로 수출하는 수 밖에는 없다. 그러나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서부의 물류 거점들을 겨냥한다면 그조차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현지 농부들은 또한 수확철 전반기에 운영 자금 충당에 필요한 융자를 받을 수 없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밀을 우크라이나가 아닌 다른 곳에서 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는 아니다. 작년 인도네시아는 호주로부터 469만 톤의 밀을 수입했다. 2020년에는 263만 톤을 수입했다. 북반구와 남반구 양쪽에 공급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안정적 식량 수입에 매우 긴요하다. 그리고 북반구에서는 러시아가 최대 밀 수출국이며, 그 다음에 미국, 캐나다가 있고 우크라이나는 4위다.

의심할 여지 없이 전쟁은 세계 식량 시장에 악재다. 곡물 가격은 지난 몇 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의 국가들이 경기 둔화, 소득 상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빈곤율 증가 등을 겪고 있는 시기에 말이다. 에너지와 주요 식량 시장의 인플레는 전세계 소비자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식량 시장의 여러가지 불확실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외에, 세계 식량 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다른 요인들이 있다. 중국의 겨울 밀 수확은 그쪽 농업장관 말대로 “역대 최악”이었다.

댐 설치로 인한 메콩강 수위 하락으로 메콩강 삼각주에 염분 침투가 증가하였고 이는 수확 감소로 이어졌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스팀슨 센터(Stimson Center)에 따르면, 메콩강 삼각주는 베트남 쌀 생산의 50%를, 그리고 수출은 90%를 담당했다. 2020년 베트남의 수출은 전세계 공급의 7.4%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베트남의 최대 수출 시장에 속한다.

미얀마의 쿠데타로 인한 경제 퇴보는 또 다른 요인이다. 짯(kyat)은 2021년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그 가치가 60% 하락하면서 달러 부족 사태가 촉발되고 농약과 비료 수입은 말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비록 미얀마 그 자체는 여전히 식량 안보국으로 남겠지만, 예상되는 곡물 생산감소는 세계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얀마는 세계 7위의 쌀 수출국이다. 2020년 세계 수출의 3.2%를 차지했다. 평상시 250~300만 톤보다는 떨어지지만 2022년 수출량이 200만 톤 언저리는 되지 않겠냐는 추산이 그나마 낙관적이다.

싱가포르는 예외로 하고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마지못해 비판해 왔으며, 중립 의사를 표방하는 등 자발적으로 제재를 가하려는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의 대 우크라이나 군사 공격으로 야기된 경제적 고통을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다.

G-20의 올해 의장국으로서 인도네시아는 푸틴 대통령을 발리 정상회담에 초청해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그 포럼이 경제 문제에 관한 것이며 정치나 안보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식량 인플레, 그리고 잠재적인 정치불안은 위도도(Widodo) 대통령이 초대하는 손님이 그 원인이 될 것이다. <동남아선교 뉴스레터 104호>

조흥국 교수 | 부산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동남아선교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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