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높이라 (잠 4:8)

“현지어로 우렁찬 설교도 못하지만, 사랑하며 그날까지 달려간다”

선교현장은 다양한 장면이 펼쳐진다. 긴박한 첩보전 같은 장면이, 때로는 한 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L국에서 사역하는 K선교사는 최근 현지의 예배와 성도들의 교제를 통해 누리는 아름다운 시간을 기도편지에 담아 보냈다. 요약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

7월 중순 A지역 교회예배에 참석한 후, 나는 부족하더라도 현지어로 기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다음 주에 정말 그런 기회가 왔다.

7월 31일 주일, 동네의 한 교회에 가게 됐다. 그날따라 예배 순서를 맡은 분들이 다양한 사정으로 많이 불참했다. 둘러보니 나를 포함해 선생님은 두 명뿐이었다. 예배 순서 중 틀림없이 한 순서를 맡게 될 것 같았다. 그런 상황이 되자 ‘집에서 그냥 예배를 드릴 걸 그랬나?’하는 후회가 잠깐 밀려왔다.

어느 순서를 시키려나 긴장하고 있는데 곧 예배인도자가 “헌금 후 K선생님께서 기도해주시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멈칫거려봐야 의미가 없었다. 헌금 후 나는 앞으로 나가 헌금 주머니 세 개를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현지어로 기도했다.

“하나님을 사랑하여 어려운 중에 헌금한 성도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기억하시고 살면서 부족하지 않고 나누며 살 수 있도록 30배, 60배, 100배로 복을 허락해 주시옵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했습니다. 아멘” 기도를 마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얼굴과 등에 땀이 주르르 흐르고 있었다.

오후 2시 예배는 21km 떨어진 교회에서 연합 예배로 드린다고 했다. 1시부터 기다려 2시 30분 무렵 시작돼 예배를 드렸다. 2부 시간으로 성경퀴즈도 진행됐다. 마치고 10여명의 성도에게는 큰 상자를, 또 다른 10여 명에게는 작은 비누 하나씩 상품이 지급됐다. 숫자가 딱 맞는 것 같다. 예배를 마치고 국수를 배부르게 먹었다.

다음날인 8월 1일 월요일. 교회에서 22km 떨어진 한 성도의 집에 심방을 갔다. 도착하자 젊은 ‘팜(가명)’ 목사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예배가 시작되고 팜 목사는 우렁찬 목소리로 설교하며 이사야 말씀으로 가족에게 복음을 전했다. 한 할아버지는 대충 듣는 것 같았는데도 팜 목사의 초청에 응해 영접 기도를 했다. 또 설교자 앞에 앉은 젊은 부부 중 아내는 말끝마다 아멘, 아멘하며 불신자처럼 보이는 남편에게 다시 이야기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우리는 예배가 마치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트럭 타고 짙은 어둠을 가르며 찬양하는 중년 성도들

예배를 마치고 식사 후 우린 지체하지 않고 다시 차에 올랐다. 전날 몸이 아파서 연합 예배에 참석하지 못했던 한 사역자의 집으로 향했다.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대화를 나눴다. 갑자기 한사람이 “K선생님이 이해 못하니 통역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내가 웬만큼 다 알아들었다고 말하며 들었던 이야기를 다시 현지어로 이야기 했다. 그들은 모두 좋아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역자 상황을 듣고 함께 그곳에서 함께 기도했다.

깜깜한 어둠을 헤치고 돌아오는 길에 트럭 뒤 돗자리에 주저앉은 50~60대 아저씨, 아줌마들의 찬양이 시작되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50대 후반의 운전사와 70대 할아버지와 나는 함께 웃었다. “나이 먹어도 유치원 학생들이야. 나이 먹으면 어려지는거요.”

7시 정도면 거의 인적이 끊어지는 그곳에서 트럭은 늦은 시간까지 골목 골목을 다니며 성도들을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뭔가 소박한 기쁨을 주고 싶어도 줄 것이 없어 받기만 하는 삶이다. 긴 세월이 흘렀으나 해 놓은 것이 없는 나를 볼 때도 있고, 어느 언어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렁찬 설교도 못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그렇게 사명을 마치기까지 달려가길 원한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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