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을 지키려면 돈을 포기해야 돼요. 공존은 불가능해요”

사람들 앞에 그저 열심히, 성실히 노력하는 게 최선의 신앙생활이라고 생각했다. 십자가 복음 앞에 서고 오직 하나님의 신적인 개입으로 생명을 얻은, 아무 값없이 은혜 입은 자라는 걸 알게 됐다. 세상에서는 몇 번이고 바보가 되어도, 주님 안에서 때가 이르면 거두게 될 생명을 바라보며 세상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유대석 장로(원주 온누리교회)를 만났다.

– 첫 질문은 늘 비슷한데요, 모태신앙이셨나요?

“아뇨. 저희 집은 독실한 불교 집안이었어요. 아버지께서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목탁을 두드리면서 경전을 읽으셨고, 저도 초등학교 때까지는 절에서 하는 주말 불교학교에 다녔어요. 먹을 게 많지 않을 때니까 간식 먹고 같이 찬불가 따라 부르는 재미로 다녔죠.”

– 그럼 교회는 어떻게 다니게 되셨나요?

“아내가 기독교 집안이었어요. 결혼식 주례도 목사님께 부탁드렸어요. 교인도 아닌데 안 된다고 거절하시길래, ‘어차피 저도 언젠가는 교인이 될 것 아닙니까!’ 라면서 설득했죠. 그냥 한 말이었지만 우연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책을 참 좋아했는데, 결혼 전에 성경책을 빌려서 일주일 동안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다 읽기도 했어요. 지나온 과거를 보면 내가 뭘 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개입하셔서 살아온 삶이에요. 교회는 결혼 후 2년 정도 되었을 때 아내의 전도로 나갔어요.”

– 교회 생활은 어떠셨나요?

“처음엔 마지못해 갔죠. 하지만 한 번 두 번 발을 들여놓다보니 제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새 교회가 생활이 되어갔어요. 말씀을 듣다보니 적어도 교인이 되려면 기본적으로 알 건 알아야겠다 싶어 교회에서 운영하는 2년제 신학원도 다니고요. 구약부터 신약,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수박 겉핥기식으로라도 배워나갔죠. 주일성수, 수요예배, 금요예배도 10년 이상 빠진 적이 없었어요.

목사님 말씀에도 토 한번 달아본 적 없이 그냥 순종했어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누가 보지 않아도 밤에라도 가서 혼자 해놓고 왔고요. 그러다보니 41살에 장로 직임을 받았어요. 나이가 어려 주변에서 반대하시고 저도 사양했는데, 목사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교회에 일할 수 있는 젊은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또 장로직을 받고 열심히 했어요. 그게 저의 신앙적인 최선이었어요. 남에게 보여지는 것이 최고인 줄 알았죠.”

일꾼이 필요하다는 말에 40대에 장로 돼

– 그런 신앙생활이 문제라고 느끼셨나요?

“외적으로만 보면 성실하고 열심인 것이 좋아 보일 수 있죠. 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를 알지 못하고 행위로만 하려고 한 게 문제였어요. 내가 뭘 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찾아오셔서 은혜로 임해주시는 것을 몰랐던 거예요.”

–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2007~8년 즈음 저희 교회에서 한 선교단체가 주관하는 중보기도학교를 운영한 적이 있었어요. 학교를 하는 월요일이면 한 사람은 남아서 교회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제가 학교에 등록했어요. 그때 훈련생 중에 목회자 분들이 많으셨는데, 한 원로목사님께서 복음학교라는 곳에 가보라고 하셨어요.

평생 목회를 하면서 살아왔고, 적어도 하나님 앞에서 70점은 될 줄 알았는데 십자가 복음 앞에 서고 모든 게 뒤집혔다면서 권면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가게 됐어요. 거기서 십자가 복음을 듣고 복음 앞에 서게 됐어요. 놀라웠어요. ‘내가 어설프게 알았던 복음이 그게 다가 아니구나, 하나님이 내 인생에 개입하셔서 일하시는 걸 봤어야 하는데 내 생각으로 내가 판단하며 살아왔구나.’ 깨달았죠.”

– 신앙생활의 큰 전환기를 맞으셨네요. 이후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선교관학교에 다닐 때였는데, 힘든 시간이 있었어요. 당시 전기설비업체를 하면서 회사를 확장시켜 5명이 함께 주식회사를 만들고 제가 대표이사 자리에 있었어요. 그런데 루마니아로 아웃리치를 다녀오니 바로 이사회가 열렸어요. 대표이사 해임건이 올라와 있었죠. 회사는 처음부터 사회적 기업, 기독교적인 기업이 목표였어요.

저부터 실천하려고 회사 지분도 40%만 갖고, 여직원부터 지분을 조금씩 넘겨줬어요. 많은 영역에서 직원들과 모든 걸 다 공유했죠. 그런데 회사에 재정이 쌓이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임원들에게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사실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를 주최한 임원이 법적으로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이었어요. 모든 안건과 결정도 법적으로 무효일 수밖에 없었죠.”

– 그럼 모든 게 무효처리 되었겠네요.

“아니요. 그때 주님이 주신 마음은 입을 다물라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내가 죽으라는 마음을 주셨어요. 직원들이 한 명 두 명 죄송하다며 사표를 쓰는데, 그때도 주님이 주신 마음은 불쌍히 여기라는 마음이었어요. 나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지만 직원들은 어딜 가겠어요. 조용히 혼자 회사를 나왔어요. 모두 15년 이상 함께 한 사람들이었어요. 등을 진 사람 중엔 교회를 다니던 후배도 있었죠.”

– 십자가의 죽음이 실제되는 시간이셨겠네요.

“처음엔 순종하고도 속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 기도원에 며칠 들어가 있었어요. 놀랍게도 그 사람들이 미워지지 않았어요. 그들 중에 기독교인이 있으니까 그저 세상에서 먹고 마시는 회사가 되지 않길 지금도 회사 앞을 지날 때마다 기도해요. 그리고 1년 후, 지금의 회사 ‘엘타임’을 세웠어요. 내 열심과 최선이 아니라 언젠가는 하나님의 방법으로 쓰시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하나님의 시간(엘타임. Eltime)을 바라보면서요.”

엘타임, ‘하나님의 시간’을 바라며

– 사업을 하시면서 세상과 충돌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세금 문제가 제일 힘들죠. 발주처에서 10% 부가가치세를 포함해서 줘야 하는데 주지 않으려 하는 곳도 있어요. 개인과 계약을 할 때도 그래요. 또 이중 계약서를 쓰는 것도 관행처럼 되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따르지 않고 정확하게 하려고 하니 결국 계약이 무산될 때가 종종 있어요. 사실 저는 세상과 붙으면 백전백패에요. 세상 사람들은 로비, 접대도 하지만 우리는 성심성의껏 일하는 것밖에 무기가 없어요. 세상을 따라가려면 믿음을 버려야 하고, 믿음을 지키려면 돈은 포기해야죠. 공존은 불가능합니다.”

– 그런데도 계속 이 일을 하시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에게 유독 힘든 사람들을 붙여주세요. 사회적응이 잘 안 되는 사람들, 외면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요. 그중에는 동창 친구도 있어요. 제 결혼식 축의금도 갖고 사라졌던 친군데, 작업시간도 못 맞출 때가 있고 공사비만 받고 연락을 끊어버릴 때도 있어요. 그럼 뒤처리는 제 몫이에요. 그런데 아쉬워서 또 돌아오면 받아줘요. 인생이 불쌍하잖아요. 저렇게 살면서 얼마나 힘들까, 예수님도 모르는데…. 계속 주님을 전하고 내 인생에 개입하신 예수님을 나눠요.”

– 일보다 관계에 더 마음을 쏟으시네요.

“세상에 계속 배신과 속임을 당해도 그래도 바보같이 계속 하는 거예요. 특히 사람 문제가 그래요. 젊은 사람들은 일을 가르치면 6개월마다 자리를 옮겨요. 그럼 말하죠. ‘일 못해도 된다, 대신 나하고 오래하자. 자격증 딸 때까지 6개월 동안 출근 안 해도 된다. 공부해라, 월급은 줄게.’ 사람에게 투자하는 거죠. 그런데 막상 자격증을 따고 일이 잘되니 자기 회사를 등재하고 저에게 안 왔죠. 그래도 열심히 하라고 했어요. 도움받을 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하고, 제게 오는 일이 있으면 소개해줬어요. 자기 이익 앞에서는 변할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고, 그런 상황에서 서운하긴 해도 누굴 질책할 것도 없어요. 내가 욕하고 화낸다고 변할 것도 없어요.”

– 특별히 젊은이들에게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안타까운 거예요. 술 마시고 허송세월하는 것 보면 측은해요. 도와줄 테니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자격증 따고 더 좋은 직장 있으면 그리로 가라고 해요. 있는 동안 여기서 열심히 하면 그걸로 감사할 뿐이에요. 그렇게 여기서 공부한 친구들이 많아요. 한 명 두 명 복음 전해서 교회도 갔어요. 아내도 저와 함께 이 길을 걷고 있지만, 예전엔 왜 바보 같은 짓을 계속하냐고 묻기도 했죠.”

– 저도 왜 그렇게 하시는지 궁금한데요?

“(성경책을 가져와 펼치며)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갈 6:9)’ 이 말씀을 항상 붙들어요. 지금도 내적으로는 끊임없이 싸움을 해요. 주님은 어떻게 하셨을까, 저주를 퍼부으셨을까 긍휼히 여기셨을까 생각해요. 저를 보면서 ‘교회 다니는 사람은 저렇구나, 세상 사람들과 다르구나.’ 그런 생각을 하길 바라죠. 그들도 언젠가는 주님을 알게 될 것이고, 그럼 내가 왜 그랬는지, 왜 말 없이 십자가로 갔는지 알게 되겠죠. 지금 이곳 엘타임의 사훈이 ‘선한 사업 선한 기업’이에요. 이 회사는 이윤창출이 목적이 아니예요. 남들에게 바보처럼 보일지라도 언젠가는 하나님이 그 영혼들을 붙드시고 쓰실 텐데, 그럼 열 번이고 백 번이고 해줘야죠.”

‘선한 사업 선한 기업’이 모토

– 교회도 많이 섬기셨다고 들었어요.

“일을 다니다 보면 힘든 개척교회가 많아요. 방송 장비 하나 없는 교회를 보면 집에 있는 거라도 들고 가서 설치해 드렸어요. 꼭 필요한 것만 최소한의 경비로 해드리고, 나머지는 하나님 앞에 드린다 생각해요. 목사님들이 재정 해결하려 애쓰는 것보다 그 시간에 기도 한 번 더 하시는 게 좋잖아요.”

“회사를 통해 하나님을 알아갔으면 좋겠어요”

“한번은 홍천 군부대 성전에 비가 새는데, 예산을 신청하면 1년 이상 걸리는 거예요. 그냥 지나칠 수 없더군요. 자재 사서 교회 집사님들과 함께 지붕 고쳐드리고, 음향기기도 바꿔드렸어요. 아무것도 없던 예배실에 장비가 들어오니까 젊은 군종병들과 군인들이 악기를 치며 그렇게 신나게 찬양을 할 수가 없었죠. 사병 300명쯤 모여 예배를 드렸죠. 제게 주신 달란트는 그런 거예요. 사업이라고 하긴 그렇죠?(웃음). 세상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요.”

– 지금 팔에 깁스를 하고 계시네요?

“사무실 뒤에 대추나무가 있어요. 해가 떨어질 무렵이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대추를 따고 계시길래 도와드리다 떨어졌어요. 쿵! 하는 순간 제일 먼저 ‘감사합니다’라고 고백했어요. 병원에 있는데 ‘주 날개 위 내가 평안히 쉬네…’ 그 찬양이 생각났어요. 여태 달려왔으니 이제 평안히 쉬라고 하시는구나. 저도 일할 때 안 되면 여전히 제 힘으로 하니까요. 그런데 이 기회에 나 혼자 힘쓰지 않고 주변사람과 협력해서 같이 갈 수 있는 길로 인도하세요. 속 썩이던 친구도 이때는 일을 나눠줘서 위로가 되고, 아내도 이제는 제가 왜 이 바보 같은 일을 하는지 알아요.”

– 마지막으로 기도제목을 나눠주세요.

re_147_6_3-insterview“이 회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알아갔으면 해요. 꼭 교회는 아니어도 이곳에서 함께 예배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직원들을 채용할 때도 당장 주님 앞에 끌고 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하나님이 역사하시도록 기도하게 돼요.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회사 이름 ‘엘타임’처럼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일하실 것 기대해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좀 더 들고 하나님이 허락하시면 선교단체를 섬기면서 도움 드리고 싶어요. 기술 있으신 분들과 모여서 팀을 만들어서 어려운 교회도 살펴드리고 싶어요. 이 땅에서 예배처소를 만드는 일에 일조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감사해요.” [GNPNEWS]

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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