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직 주님의 은혜만 필요한 엄마 선교사”

선교사들이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우리는 저녁 7시가 되면 매일 ‘말씀기도’를 한다. 낮에는 사역을 하고 저녁에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 엄마 선교사인 나는 두 시간이 소요되는 이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기가 때로는 쉽지 않을 때도 있다.

그 시간에 아이와 함께 기도에 참여하면서 문득 고민이 생겼다. 나의 손에는 성경책과 노트, 물병이 들려 있지만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손에는 동화책과 만화책, 어느 때는 큐브 장난감도 들려있다. 그러다 엄마를 의식한 날에는 신앙서적을 뒤늦게 챙기기도 한다.

찬양을 좋아하는 아이는 예배하는 시간에 가끔은 소리 내어 찬양을 따라 부르기도 한다. 이 상태로 끝까지 가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지만 예배가 끝나면 여지없이 책을 보거나 눕기도 하고 매번 잠들기 일쑤다. 한참을 자다가 기도가 끝나면 곧 잠에서 깬다. 일어나 찬 공기를 맞으며 숙소로 돌아오면 쉽게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보며 ‘그래 내일은 말씀기도 들어가지 말자. 아니 일주일에 몇 번으로 줄여보자.’ 하고 마음을 먹는다.

어느 날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한다. “엄마, 복음을 영화롭게 한다는 말이 무슨 말이에요? 그리고 진리가 결론이 된다는 건요? 그리고 결단 안하면 결단 당한다는 말은 무슨 뜻이에요?” 모두 기도했던 내용들이었다. 아이의 질문에 하나하나 예를 들어 설명해 주면서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귀는 듣고 있지. 잠이 들었지만 기도의 고백들을 통해 아이의 귀에 들려진 진리들은 마음에 남겨져 있었던 것 같았다.

처음에는 말씀기도 안가면 안되냐고 묻기도 했지만 “엄마는 가고 싶은데.”라고 하면 “그럼 가요!”라고 말해주는 아들이 고맙기만 하다.

복음 되신 주님을 만나고 나서 선교사로 순종의 걸음을 걸으면서 더욱 느끼게 되는 것은 복음이 실제 되는 것은 기도 없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말씀과 기도가 아니면 나의 모든 감각들이 죄인 된 나를 향해 주목된다. ‘아이가 힘들어 하니까, 나는 엄마잖아, 취침 시간이 너무 늦어지잖아.’하는 생각이 들면 타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일상의 관계, 사역, 가정에서 일어나는 나의 본성을 부인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의 자리에서 주님이 가르쳐 주실 때 가능하다. 오직 ‘나’에게 집중되어 있는 나를 주님은 기도의 자리에서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모하게 하시고 열방을 더 품게 하신다.

나는 좋은 엄마일까? 세상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렇지 않다. 다만 오직 주님의 은혜만 필요한 엄마 선교사일 뿐이다. 말씀과 기도 없이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주님 없이는 마른 나무 막대기 같은 존재일 뿐이다.

“주를 찾는 자는 다 주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게 하시며 주의 구원을 사랑하는 자는 항상 말하기를 여호와는 위대하시다 하게 하소서”(시 40:16)

어느 날 어김없이 말씀기도를 가기 위해 나오는 아들이 친구에게 묻는다. “너는 말씀기도 안가? 나는 가는데….” 그렇게 말하는 아들의 손에는 변함없이 만화책이 들려 있다. 손에 무엇이 들려 있든 관계없이 주님이 이 아이에게 진리를 들려주시고 믿어지게 하셔서 열방에 생명의 통로로 세워 주실 것을 기대한다.

이래도 될까? 나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의문이 들 때 망설임 없이 나는 기도의 자리에서 주님께 엎드릴 것이다. 주님을 찾고 주 안에서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주의 구원이 위대하십니다.’라고 외치는 자로 서 있을 것이다. 이 외침이 열방에 땅끝까지 들려져 우리 주님 속히 오시도록 기도할 것이다. [GNPNEWS]

전수경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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