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바봅니까, 왜 제가 책임을 져야합니까?”


벌써 두 해 전의 일이다. 아는 분의 소개로 한 선교단체의 항공 업무를 섬기게 되었다. 처음 섬기게 된 선교단체라 나름 신경이 쓰였다. 그때 그 팀의 담당자가 짐이 많은데 수화물 비용을 최소로 줄일 방법이 있냐고 문의해왔다.

그때는 이 사업의 방향성과 하나님이 왜 이 사업으로 부르셨는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 인지라 모든 선교팀의 어려운 상황은 될 수 있으면 다 도와주고 싶었다. 곧 도움 받을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고 선교팀의 짐은 추가비용 없이 목적지까지 보낼 수 있었다. 감사 인사를 받으며 나는 ‘주님이 하셨습니다.’를 연발했고 팀은 은혜 가운데 출국했다.

일주일 후 국제전화가 걸려왔다. 그 팀의 팀장이었다. 출발하는 공항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나갈 때는 공짜였는데 선교지에 들어갈 때는 추가 비용을 내라고 한다는 항의 전화였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모든 짐의 추가비용은 내야 합니다. 나가실 때는 말씀드렸듯이 도와주시는 분들이 대신 비용을 충당해서 섬긴 겁니다.”

“그럼 들어갈 때는 비용이 들어간다고 고지하지 않은 여행사 잘못이군요. 만약에 비용이 이렇게 많이 나온다고 했으면 저희는 짐을 가지고 가지 않았을 겁니다. 저희는 법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 저희 팀에는 방송사 기자들도 함께 있어서 이 모든 상황을 다 찍고 있습니다. 마치 사기를 당한 상태와 같군요.”

기가 막혔다. 복음을 만나고 화내는 나의 옛 생명은 이미 십자가에서 죽었음을 확증했다. 그러나 그 순간 죽었던 옛 자아가 확 올라오는 것 같았다.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해서 법대로 해 보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말씀으로 기도하는 모임의 기도 인도 순서가 바로 나였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말씀기도의 자리. 하나님이 죄인인 나를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셔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시기까지 포기하지 않으신 그 은혜를 선포하게 하셨다.

아! 절망이 다가왔다. 주님은 묵묵히 계시는데 나 혼자 화가 나서 외쳤다. ‘제가 바봅니까? 법으로 해도 제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책임을 져야 합니까?’ 그러자 곧 주님이 말씀하셨다. ‘네 은혜가 족하다’ 사도 바울에게 하신 말씀이 내 심령 가운데 새겨졌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화물 비용에 따른 영수증을 꼭 챙기라고 했다. 그리고 나를 만나주시고 나를 변화시키신 복음을 나누며 그 형제에게도 그 복음을 만날 수 있는 훈련과정에 참여할 것을 권했다. 그 형제는 이렇게 말씀하실 줄 몰랐다며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진~짜 주님이 하셨습니다. 전 못합니다.”라고 고백하며 통화를 마쳤다. 그러나 영수증을 보니 또 속이 쓰렸다. 짐 값으로 수익의 몇 배를 물어내야 하니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그냥 말씀에 순종한 것이 다였다. 그러나 그 사건을 통해 말씀으로 세상의 가치를 거슬러 승리하게 하신 주님을 알게 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감사하게도 그 단체와 연합을 이루어 주셨다. 유럽 P국에 우리 여행사 현지연락소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우리 회사로서는 지경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고 또 선교에도 동역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그렇구나! 좁아터진 나를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말씀 앞에 순종하기만 하면 하나님 나라를 우리에게 유업으로 주시는 이 엄청난 은혜를 허락하시는구나! 내 소망을 하늘에 두기만 하면 나를 넘어 일하시는 주님을 깨달아 알게 하신다. 오늘도 주님의 말씀이 결론 되게 하신 그 은혜를 찬양합니다! [GNPNEWS]

이상호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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