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에 생명을 바쳤던 ‘롤라드’(Lollard)들의 이야기

▶ ‘더 북’의 한 장면 (문화행동 아트리 제공)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월 2일부터 12월 30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는 뮤지컬이 있다. ‘종신 선교사들의 극단’ 문화행동 아트리의 뮤지컬 ‘더 북(THE BOOK). ’

2014년 창작된 이 작품은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120%를 기록하며 크리스천 뮤지컬 가운데 ‘레미제라블’급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아트리는 이 작품을 2017년 한 해 동안 공연하기 위해 배역과 넘버(노래)를 늘리고 영상을 도입하는 등 새롭게 업그레이드하고, 오디션을 통해 1년 단기예술선교사(배우)들을 뽑아 세웠다.

1월 2일에 개막해 4개월이 넘도록 쉬지 않고 달려온 이 뮤지컬은 지금까지 별다른 홍보비를 쓰지 않고도 놀라운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1월 객석 점유율 105%, 2월엔 108%, 공연계 비수기인 3월과 4월에도 93%와 90%를 기록해 4개월 평균 객석 점유율은 99%, 총 관객 수는 무려 2만 명을 넘어섰다. 170여 석의 소극장에서 넉 달 동안 이만여 명이 찾아왔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이토록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뮤지컬 ‘더 북’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관극후기들을 살펴보면, 열광의 이유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이 뮤지컬은 진짜다!”라는 것이다. 단순한 연기가 아니고 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문화행동 아트리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믿음과 삶의 고백이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더 북’은 성경을 가리키는데, 오직 성경을 우리에게 전해주기 위해 자신들의 생명을 아낌없이 바쳤던 ‘롤라드’(Lollard)들의 이야기를 그 내용으로 삼고 있다. 롤라드라는 이름은 당시 ‘중얼거리는 자’, ‘가라지’, ‘위선자’, ‘독버섯’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로, 종교기득권자들에 의해 경멸의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들은 14세기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활동한 존 위클리프의 후예들이었는데 당시 가톨릭은 번역된 성경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들을 살인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롤라드들은 성경을 전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버리고 성경 66권 중 한 권의 이름을 취해 그 성경을 모조리 외워 광장에서 외쳤다. 말 그대로 ‘성경이 된 사람들’이었다.

▶ ‘더 북’의 한 장면 (문화행동아트리 제공)

성경이 된 사람들

종교개혁은 결코 몇몇 주요 인물들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성경을 전하기 위해 화형대의 등불이 되었던, 적어도 수천만 명의 롤라드를 비롯한 평범하지만 진리를 추구했던 서민들을 통해 쓰인 역사였다.

‘덮으려는 자 그러나 펼치려는 자’라는 이 뮤지컬의 곁제목(Head copy)으로 알 수 있듯이 이 뮤지컬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리와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과 억눌린 자들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그것을 펼쳐 보이려는 자들 사이의 대결이 두 시간의 러닝타임동안 매우 밀도 있게 전개된다.

물론 이 뮤지컬은 진실한 주제와 연기 외에도 많은 매력들을 지니고 있다. 귀에 착착 감기는 선율과 노래들, 14세기 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고풍스러운 의상들, 결코 잊을 수 없는 피날레 씬 등이 바로 그런 매력 포인트들이다.

수많은 믿음의 선진들이 목숨을 걸었던 하나님의 말씀을 하찮게 여기며 눈에 보이는 유한한 것들에 온통 관심을 두며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수많은 영혼들을 향하여 이 뮤지컬은 이렇게 질문하는 것처럼 보인다. ‘누가 과연 이 시대의 롤라드가 될 것인가?’ 지금도 진리의 새벽종을 울리고 있는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순종과 기도와 인내를 통해 마침내 이 길의 끝에 영광을 보게 될 것을 믿는다. 교회가 다시 일어날 것을 믿는다. [GN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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