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개의 특성대로 달리게 해주고 싶다”

일러스트= 이수진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고 사역현장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지난 해 사역지를 지방으로 옮기게 됐다. 그곳에서 나는 그동안의 현장에서 뛰며 감당했던 사역보다는, 소소한 일들을 돌아보고 기도하며 지내게 되었다. 7년차가 되었던 그때 마치 ‘안식’하는 시간이 주어진 것만 같았다. 주님 앞에 머무르며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게 되고, 주님과의 교제가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나에게 맡겨진 일과 중 하나는, 팬더라는 이름의 개(犬) 한 마리를 돌보는 일이었다. 어릴 때야 좋아했지만 어른이 돼서는 동물들을 예뻐하거나 만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터였다. 생각지도 못한 직임이었지만 순종하며 이 일을 허락하신 주님을 알고 싶었다.

팬더에게 밥을 주고 주변을 정리하면서 어느새 ‘주인’의 마음이 일어났다. 돌보아주고 싶고, 살피게 되었다. 훈련을 잘 받은 팬더는 말을 잘 듣고, 나를 주인으로 알아보는 것 같았다. 우스운 이야기 같지만 그러는 동안 주인 되신 하나님과 그분의 소유된 나와의 관계가 그냥 묵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일명 ‘양치기 개’로 알려진 보더콜리 종인 팬더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루는 팬더에게 밥을 주고 쓰다듬어 주면서 내 안에 한 생각이 스쳤다. ‘달리게 해주고 싶다.’ 순간 다시 질문이 되었다. ‘어? 달리게 해주고 싶다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팬더의 특성을 특성대로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비록 미물이지만 달릴 때 제일 좋아하고 행복해 하는 것 같았다. 그 생명이 생명의 특성대로 마음껏 드러나게 해주고 싶었다. 팬더를 좋아하게 되자 그렇게 해주고 싶었다.

바로 하나님의 마음과 그분의 섭리를 묵상하게 되었다. 하나님은 나를 보시며 이런 마음이셨구나!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아 그분의 생명으로 살아가야 할 존재가 죄로 그 형상을 완전히 잃어버렸는데, 그런 내게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주셔서 원래의 형상을 되찾게 하신 것, 그리고 그 생명이 생명대로 마음껏 꽃피우게 하고 싶으셔서 오직 믿음으로 살아가는 삶,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원형(原形)의 생명이 생명답게 드러나는 것은 ‘사랑’으로 가능한 것이었다.

사랑하면 얼마나 자발적이고 창의적이고, 무궁무진하게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나를 드리게 되는지! 개 한 마리를 보면서 들었던 마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 생명이 생명답게 되기를 원하게 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복음을 믿음으로 살기 원했지만, 원리와 원칙으로 해보려고 했던 지난 시간들. 그러나 복음의 삶은 나의 주인 되신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써 역사하는 믿음으로 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생명의 반응이었다. 자유가 임했다! 주님이 주신 복음이 내가 살아 내야 할 법이 아니라 살게 되는 생명으로 주셨다는 것이 너무나 기쁨이 되었다.

그 이후 나는 다른 사역지로 옮기게 되었고, 새로운 영역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무슨 일을 하게 되고 누구를 만나든, 그때 알려주셨던 복음의 진리가 더욱 깊어지고 누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를 ‘사랑하는 존재’로 지으신 하나님. 복음을 믿고 살아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 ‘사랑하는 삶’이다. 오늘도 그 생명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영혼을 사랑하도록 나를 드린다. [GNPNEWS]

박남희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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