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이름에 담긴 평생의 은혜, ‘긍휼’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 162호
일러스트= 이수진

지난 몇 년간 해외 선교사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아내는 조만간 있게 될 출산으로 인해 여섯 살 된 딸과 함께 한 달 먼저 한국으로 귀국한 상태였습니다.

남은 짐 정리와 사역 인수인계 등의 분주한 일정들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타서 눈을 감으니 해외 사역지에서 보냈던 시간들과 주님 안에서 만났던 분들의 모습, 그리고 동역자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때로는 두렵고, 때로는 감격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 성경을 펼쳤는데 놀라운 말씀들이 내 영혼에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님과 하나 되게 하시려 내 죄를 멀리 옮기신 긍휼

“우리의 죄를 따라 우리를 처벌하지는 아니하시며 우리의 죄악을 따라 우리에게 그대로 갚지는 아니하셨으니 이는 하늘이 땅에서 높음 같이 그를 경외하는 자에게 그의 인자하심이 크심이로다 동이 서에서 먼 것같이 우리의 죄과를 우리에게서 멀리 옮기셨으며 아버지가 자식을 긍휼히 여김같이 여호와께서는 자기를 경외하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나니”(시 103:10~13)

다윗은 하늘이 땅에서 높음 같은 하늘 아버지의 인자와 물리적으로 가장 먼 개념인 동과 서 보다도 더 먼 주님과 나를 하나 되게 하시려고 죄과를 멀리 옮기셨다는 주님의 긍휼을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하늘 아버지가 계신데도 고아처럼 과부처럼 불쌍하게 스스로 삶을 책임져야 할 것만 같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던 청년 시절. 나는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답을 찾지 못한 나의 영혼은 안식, 평안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그러나 삶의 위기의 순간에 주님은 십자가 사랑으로 만나 주셨고, 하나님 나라의 부흥과 선교완성을 위해 살아가는 선교사로 불러주셨습니다. 주님의 긍휼이 지금까지 나를 인도해 오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으며 주님의 이름을 불러보았습니다. “주님, 아버지….”

물과 피를 다 쏟아내신 주님 사랑, 긍휼

그렇게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예정대로 둘째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은혜를 주신 말씀과 아들의 이름을 전혀 연결시키지 못한 채 며칠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러던 중 ‘긍휼’이라는 한자를 찾아보게 되었는데 갑자기 ‘휼’이라는 한자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마음 심(心), 피 혈(血). 마음에 흘러내리는 피. 심장의 피가 다 흘러내리는 것. 그게 긍휼이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십자가에서 물과 피를 다 쏟아내신 주님의 사랑이 긍휼이었고, 긍휼히 여김을 받은 자가 바로 나였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둘째 아들의 이름을 ‘안 휼(安 恤)’이라고 지었습니다.

나를 포기하지 않고 예수 생명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한데 주님은 하나님 나라와 몸 된 교회를 섬기게 해 주셨을 뿐만 아니라 결혼 후 10년 만에 첫째 딸 여경이, 15년 만에 둘째 아들 휼이를 주셨습니다. 그저 감격할 뿐입니다. 주님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알지 못하는 나를 그때마다 말씀으로 인도해 오셨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주님의 긍휼이 아이들과 공동체, 민족과 열방 가운데에서 반드시 승리하실 것을 믿습니다.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마 5:7) 마라나타!
[GNPNEWS]

안승용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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