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마음 중심이 변하니, 모두가 사랑스러워졌어요”

복음 때문에 행복한 조진휘 선교사(헤브론선교대학교)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교회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인생 중 1년을 제외하고는 교회에서 일하고 관계하고 사역했다. 그러나 어느덧 인정이라는 감옥에 갇혀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복음의 빛 안에서 인정의 굴레에서 빠져나왔다. 자아의 감옥에 갇혔던 한 인생을 자유케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진솔한 증인의 고백을 통해 들어본다.

– 언제부터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셨어요?

“5살이요. 아무것도 모르는 나이에 어머니가 교회 가서 놀다 오라며 동네 교회에 보내셨어요. 어머니는 불교 집안의 맏며느리였는데 고부간의 갈등이 있던 터라 저를 할머니가 다니는 절에 보내기 싫으셔서 교회에 보내셨대요. 어쩌면 이것도 하나님의 섭리였던 것 같아요. 고1때 교회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하면서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게 되었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곧바로 취업을 하고 1년 정도 회사에 다니다가 교회에서 직원을 뽑는다는 소식에 회사를 그만두고 교회로 들어갔어요.

그렇게 21살부터 교회에서 일하게 되었고 하나님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대학에 입학, 선교학과에 가게 됐어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너무 행복했어요. 선교를 배우면서 아브라함을 선교적 목적으로 부르셨다는 것을 듣게 됐어요. 예수님을 믿게 된 어머니를 통해 듣게 된 말을 강의시간에 다시 들으며 하나님이 우리 가정에도 주의 일을 할 수 있는 복을 주셨구나 생각하니 얼마나 감격이 되던지요. 울면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하나님의 섭리로 교회 출석

– 아브라함처럼 부름받은 여정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궁금하네요.

“20대 중반에 교회에서 청년대학생 해외 단기선교학교를 섬기게 되었어요. 청년들을 선교적 삶으로 살 수 있도록 훈련하는 과정이었는데, 저도 제자훈련을 받기 시작했어요. 훈련을 맡은 목사님은 갈라디아서 2장 20절을 늘 암기하게 하셨어요. 앎이 삶이 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오랜 시간 교회를 다녔지만 성경은 모른 채 성실히 교회만 다녔다는 것을 그때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게 열심히 사역하고 은혜도 받고 아브라함의 축복이 선교적 삶이라는 것도 알게 되면서 선교는 제 삶이 되었어요. 그러나 동시에 ‘나는 알고 있다.’는 ‘자기 의’도 같이 자라면서 내가 이해되어야 움직이는 고집스런 자아가 견고해지기도 했죠.”

– 당시 상황을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제가 섬긴 교회는 큰 공동체였어요. 단기선교학교도 한 번에 해외로 나가는 인원이 거의 1천 명에 가까울 정도였죠. 그러다보니 소그룹 조장으로 섬기더라도 인정과 평판에 쉽게 매이게 돼요. 자연스럽게 리더에게 관심이 집중되면서 대표기도만 하더라도 내가 마치 뭐가 된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거예요.

처음 청년부 간사를 할 때는 대표기도 하는 것도 너무 부담스러워서 시키지 말라고 할 정도였는데 나중에 총무간사가 되고 앞에 나서는 자리가 많아지면서 어느덧 제가 마이크를 잡으면 안 내려오는 사람이 됐어요. 리더의 자리에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 비취는 저의 모습이 너무 중요해졌어요. 사람을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되었어요. 그건 무서운 인정과 평판의 감옥이었어요. 내게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청년들에게 내가 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늘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 어려운 시간이었군요. 그 절망스러운 시간을 어떻게 지나게 되셨나요?

“그렇게 간사로 10년을 일하면서 너무 갈급했어요. 예수의 제자로 삶을 살게 하는 것과 선교에 대한 마음을 일으키고 동원하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닌데 일이 너무 많았던 거죠. 주님과 깊이 자유롭게 교제하는 것도 잘 안 되고 일을 잘 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뒤섞여 날카롭고 경직된 모습으로 나타났어요. 언니로 만날 때는 상담하기 너무 좋은 언니지만 리더로 만나면 책임감 때문에 경직이 되니까 저를 대하는 지체들이 너무 어려워했죠. 이런 저를 본 지체들이 복음훈련을 소개시켜 줬고 이대론 정말 안 되겠다싶어 참여하게 됐어요.”

–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나요?

“복음을 들으며 진리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기쁨이 샘솟았어요. 나를 얽매고 있었던 것이 벗어지면서 자유가 임했죠. ‘이제 사람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굳이 화장도 할 필요가 없구나.’ 내가 그동안 꾸미려고 애써왔던 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있다는 것과 사람 앞에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 저는 죽고 이제는 하나님 앞에서만 사는 존재라는 사실에 믿음으로 참예하게 됐어요. 이제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외엔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고 1년 후에 선교지로 파송을 받게 되었어요. 그런데 주님이 그곳에서 저를 다루시기 시작하셨어요.”

– 어떻게 다루셨나요?

“선교지에서 제 존재가 얼마나 죄덩어리인지 드러났어요. 선교지에서 저는 조용하고 온유하고 잘 웃는 전도사였어요. 그러나 전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믿음 있는 척했죠. 하루 종일 긴장상태에서 지내다 집에 돌아가면 긴장이 풀리면서 감춰져 있던 성적 욕구들이 올라왔어요. 지인들과 전화통화를 하며 힘든 일을 쏟아내고 모양 좋게 사람들의 흉도 보았어요. 겉으로 충성스럽고 멋있어 보이는 리더십을 향해 음욕을 품기도 하는 저의 실존 앞에 절망스러웠죠.

그렇게 2년 정도 사역을 마치고 한국으로 들어왔는데, 실패해서 돌아온 것만 같은 정죄감이 들더군요. 그러나 저를 잘 아시는 주님이 복음을 만나고서도 가면 놀이 하는 저를 그냥 두고 보실 수 없는 조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주님은 한 달 만에 저를 또 다른 나라로 불러주셨어요.”

선교지에서 시작된 믿음의 삶

– 주님이 다시 기회를 주셨군요.

“주님은 이곳에서 제게 복음이 실제 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셨어요. 작은 이민교회였어요. 몸으로 섬겨야 할 일들이 많았죠. 예배가 끝나고 나면 주방봉사 마무리를 교역자들이 담당하게 됐죠. 그런데 짧은 해외 사역경험을 하고서 저도 모르게 교만함이 일어나더군요. 나의 선한 의는 이런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만 내버려 두고 집으로 돌아가는 성도들에 대해 섭섭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런 일은 보통 여선교회에서 섬겨준다는 교회에 대한 지식이 제게 독이 된 것이죠. 이런 저의 교만함은 여러 방면으로 드러나게 됐고 어느덧 리더가 어려워하는 사람이 되었어요. 결국 1년 4개월 만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어요.”

– 복음이 실제된다는 것이 정말 쉬운 여정은 아니군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집에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또 하나의 선교지로 가는 마음이었어요.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집도 처분한 상태였어요. 부모님과의 추억이 있어 제 마음이 묻어있는 집이었는데 ‘이제 정말 주님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게 하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님이 ‘이제 네 집은 영원한 천국이야.’라는 마음도 주셨어요.

그러면서도 제 옛 자아는 계속 사람의 인정에 반응했어요. 나는 실패자가 아니고 계속 주님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장기선교사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교회에서 인정받는 교역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했어요.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 앞에 완전히 땅바닥에 엎드려져 회개했어요. 내가 또 인정에 매여있었다는 것을 보게 되면서 ‘나 이제 더 이상 이거 안 해도 되는 거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자 주님이 부르신 어느 곳이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 공동체훈련을 받은 다음 한 선교단체로 인도해주셨어요.”

– 주님이 또다시 기회를 주셨군요.

“공동체로 생활하며 선교사님들을 옆에서 보면서 믿음으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갔어요. 성경 구절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화장을 하지 않고 자신의 소유를 버리는 등의 눈에 보이는 것이 믿음의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기 시작했어요. 나의 옛 자아가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것을 믿음으로 취하고 예수님처럼 사는 삶이었어요. 이제 알면 살면 되잖아요. 그런데 저와 계속 부딪치는 거예요. 저는 이미 죽었잖아요. 그런데 옛 자아가 자꾸 나타나는 거죠. 복음을 알지만 괴물 같은 내 모습이 드러나고, 믿음의 선배를 기대하니까 실망하고, 이제 훈련을 받아서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안 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좀 지내다 보니 공동체에 대해서도 실망하는 거예요.”

공동체의 삶과 실망의 시간

– 주님이 어떤 순종을 요구하셨을까요?

“제가 끝까지 붙들고 있는 것은 사람이었어요. 뭔가 잘하고 있고 복음으로 잘 달려가는 나에 대해 집중되어 있었어요. ‘저분은 저렇게 믿음의 삶을 사시는구나. 믿음의 공동체는 이렇게 사는 거구나.’ 그런데 주님은 제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을 다 깨트리시고 모든 것 안에 주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저의 시선이 주님을 향할 수 있도록 가르쳐주셨어요. 믿음의 선배들도 기도의 자리에서 십자가로 가시는 것을 보면서 믿음의 싸움은 10년 된 선배나 이제 시작한 나나 똑같다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그러면서 로마서 1장 17절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해주셨어요. 왜 믿음이어야 하는지, 왜 오직 믿음인지를요. 공동체를 통해 믿음의 삶을 사는 원리를 배우게 되었어요.”

– 그 이후에 어떤 믿음의 걸음을 걸으셨는지 궁금하네요.

“이후 여러 시간들을 통해 오직 믿음으로만 사는 삶을 확증해주시고 올해 초 지금 섬기고 있는 헤브론선교대학으로 불러주셨어요. 올 3월에 개교한 이 학교를 섬기는 모든 분들은 교육선교사들이에요. 2년의 집중영성훈련과정과 2년 이후 전공과정을 선택하게 되는 이 학교에서 저도 단순하게 믿음의 순종을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워가고 있어요. 선교사로 헌신된 청년들을 섬기면서 처음엔 제게 훈련하던 습성들이 남아있어 하나님이 학생들을 불러주셨다는 생각보다는 학생들에게 온통 가르쳐줘야 할 것들만 보였어요.

그래서 제가 옳다고 하는 기준으로 학생들을 대할 때는 아무리 상냥하게 말해도 학생들이 경직되기도 했죠. 그런 저를 어느 날 주님이 부르셨어요. 그리고 주님의 마음 안에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셨어요. 그리고 주님은 학생들보다 제 마음을 먼저 변화시켜 주셨어요. 마음 중심이 변하니까 제 기준도 다 무너지고 학생들을 대할 땐 조건 없이 사랑스러워졌어요.”

“제 마음을 먼저 변화시켜 주셨어요”

– 이야기를 듣다 보니 주님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모두 변화시켜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얼마 전 식사준비를 돕다가 뜨거운 국물에 데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학생이 아니라 내가 다친 것이 감사했죠. 다친 것이 제게 큰 문제가 되지도 않았어요. 문득 복음을 누린다는게 이런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저를 사로잡는 감사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주님 계획이 제 계획이죠. 골로새서 1장 28절 말씀이 학교 약속의 말씀이에요.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신다는 말씀인데요. 주님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저도 같이 세워가고 계세요. 이전의 내 모습은 사역자요, 성도로 의로워보였지만 거룩의 능력은 없었죠. 정말 변화가 안 되는 것 같았어요. 그러다 복음 앞에서 깨지고 나면 이제는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할라치면 더욱 대책 없고 악독한 나를 보게 돼요. 그러면 다 됐다고 할 게 아니라 끝까지 싸워야 하는구나 생각하게 되죠. 주님은 날마다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저를 드러내 주시면서 그런 내가 죽고 예수께서 사신 복음 때문에 기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세요. 앞으로 주님의 계획이 더욱 기대돼요.” [복음기도신문]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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