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영웅도 무력감과 두려움에 휩싸일 수 있지만…”

일러스트 = 임이랑
로뎀나무 아래(1)

율법을 대표하는 인물이 모세라면 엘리야는 선지자의 대표라고 말할 수 있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권능의 손에 붙들려 하나님의 위엄과 심판을 강력하게 드러내었다. 그는 갈멜산의 영웅이었다. 그랬던 그가 한 순간에 급전직하(急轉直下)하여 로뎀나무 아래에서 죽기를 원하고 있다. “여호와여 넉넉하오니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왕상 19:4)

구약 성경 열왕기서에 등장하는 왕들의 대부분은 거론할만한 가치가 별로 없다. 특히 북왕국 이스라엘의 모든 왕들은 ‘여로보암의 길’로 가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오므리의 아들 아합 왕은 여로보암의 죄, 곧 금송아지 숭배에 그치지 않고, 시돈의 공주 이세벨과 결혼하여 바알과 아세라 우상을 들여 와 온 나라를 더럽혔다. ‘여로보암의 죄’로 이미 사형을 언도 받은 판에 악을 더한 것이다.

이렇게 대놓고 여호와의 이름을 저주하던 아합의 시대, 세상 나라와 하나님 나라의 대치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하나님은 역사의 한복판으로 엘리야를 소환하셨다. 그의 일생 가운데 절정이라고 볼 수 있는 갈멜산 대결, 그는 홀로 바알 선지자 450명과 아세라 선지자 400명을 상대했다. “너희는 너희 신의 이름을 부르라 나는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리니 이에 불로 응답하는 신 그가 하나님이니라”(왕상 18:24)

사람이 만든 신, 바알이 불을 내릴 리 만무했다. 엘리야는 모든 가능성을 제하고자 제단과 도랑에 가득하도록 열두 동이의 물을 부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기도했다(왕상 18:36). 살아계신 하나님은 불로 응답하셨고, 모든 백성들은 경악하며 엎드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여호와 그는 하나님이시로다’ 외쳤다. 바알 선지자는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하고 기손 강가에서 모두 죽임을 당했다. 이윽고 3년 6개월간 닫혔던 하늘 문이 열리고 비가 쏟아졌다.

이 큰 기적을 보고도 아합이 깨닫지 못할까봐 엘리야는 60km나 되는 거리를 아합이 탄 병거보다 더 빨리 달렸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 엎드렸던 것처럼 아합도 하나님 앞에서 고꾸라져야 했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악독한 이세벨이 엘리야를 죽이겠다는 협박(왕상 19:2)에 ‘영웅’ 엘리야는 살기 위해 광야로 도망친다. 그리고 하룻길쯤 가다가 로뎀나무 아래에 털썩 주저앉아 죽기를 원한다. 육신적으로, 영적으로 완전히 번 아웃(burn out) 된 것이다. 천사의 도움으로 간신히 기력을 회복한 후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렀지만 엘리야는 굴속에 은둔했다. 그런 그에게 여호와의 말씀이 임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왕상 19:9)

어마어마한 승리를 경험하고, 기적의 한복판에 있었던 ‘영웅’ 엘리야가 서슬 퍼런 이세벨의 독기 앞에서 완전히 소진한 이 기막힌 상황, 실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아합 시대의 반역과 타락상은 영웅적인 엘리야라도 두려움과 무력감으로 주저앉히기에 충분했다.

복음을 만난 후, 목숨 걸고 순종했지만 열매는커녕 어떤 가능성도 보이지 않고, 악은 더욱 기승을 부리면, 누구라도 엘리야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엘리야를 찾아가셨던 하나님은 지쳐서 무력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비전까지 상실해버린 복음의 증인 ‘한 사람’을 찾아가신다. 그리고 동일하게 말씀하신다.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2016. 7 메시지 정리).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용의 선교사(순회선교사. LOG미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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