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무능한 나와 함께 하심을 기뻐하신다”

일러스트 = 김효정

[183호 / 믿음의 삶]

예루살렘을 세워 세상에서 찬송 받게 하고 싶다는 주의 말씀으로 주님은 나를 다음세대를 섬기는 교육선교사로 인도하셨다. 처음에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면서 마냥 기뻤다. 그러나 막상 부르신 자리에 오고 나서야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무능하다는 것이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던 내가 학교 안의 여러 역할을 거쳐 급기야 ‘영어’라는 생소한 자리로 부르심을 받았다. 새롭게 개척된 신설 영어부에서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라는 말씀으로 함께 순종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영어 성경을 펴면 ‘아악!’ 소리가 났다. 생전 처음 보는 단어들이 내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미안하지만, 난 너희들을 몰라.’ 가끔 말씀을 나누거나 대표로 기도해야 할 상황이 올 때 하고 싶은 말 대신 눈물이 먼저 나온다.

아침 식사 후엔 저학년 아이들과 영어 유치원처럼 놀이와 대화를 하며 공부한다. 점심 식사 후엔 고학년들이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장이 열린다. 학생들은 도움이 필요할 경우 깃발을 올려 선생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가 맡은 구역에서 깃발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주님’을 한 번 부른 후 학생들에게 다가간다.

최대한 쉬운 말로 문제를 설명해 보지만, 학생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가끔 ‘이해했어요?’라고 묻는 말조차 아이들은 이해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나와 학생은 서로 손짓, 발짓하며 소통을 하기도 한다. 그 와중에 다른 선생님들이 내 근처에 오면 긴장이 된다. 내 질문이 적절한지, 엉성한 영어가 들리진 않을까 생각되어 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도 한다.

어느 날, 한 학생이 찾아와 질문을 했다. 다른 지체는 다음 단계로 갔는데 자신은 왜 안 되냐는 것이었다. 전심으로 공부했던 학생이었기에 기대보다 못 미치는 결과에 적잖이 당황했던 것이다. 레벨을 올리고 싶은 이유를 물었다. 다른 학생들은 자신보다 훨씬 높은 단계를 공부하고, 그들을 따라잡으려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경쟁하듯이 하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공부하면 그 내용 안에서 만날 수 있는 주님을 못 만나게 되는데…. 주님이 이 일로 내게 말씀 하시는 것 같았다.

“난 네게 잘 하라고 요구하지 않아. 넌 내가 뭘 원하는지 아니?” 별로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나는 영어를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못 하는 것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내가 잘하고, 자랑스러워지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 된다는 세속적인 가치가 내게 이토록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지 몰랐다.

지금까지 이러한 가치로 살면서 사람은 모두 소망이 없는 존재라는 진리를 얼마나 부정하고 있었는지, 그동안 얼마나 소망 없는 존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지 못했는지 알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잘한다 해도 하나님의 영광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나와 주님은 함께하신다.

그러면 하나님은 내게 무엇을 원하시는가? 하나님은 내가 전심으로 서는 것을 기뻐하신다고 하신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내가 걷는 모든 걸음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엇을 잘하기 위함도, 성취하기 위함도 아닌 그저 주님이 내 삶의 이유다. 이 때문에 울고, 웃고, 먹고, 마시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지체들에게 두려움 없이 나를 내어놓을 수 있다.

공부하는 모든 학생들이 이렇게 주님을 누리기를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을 이런 영광을 전달할 다음세대 선교사들로 세워주시길 더욱 구하게 되었다. 오늘도 펼쳐질 주님의 계획 안에서 주님이 기뻐하시는 삶을 살게 하실 주님께 영광을 올려 드린다. [복음기도신문]

이유정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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