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찌르던 고슴도치에서 믿음의 동역자가 됐어요”

주님이 만족하실 때까지 전진하는 김기석 집사·김옥합 전도사 부부

절망스럽고 파란만장했던 옛 사람을 벗어버리고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믿음의 걸음을 한 걸음씩 내딛는 부부가 있다. 한때는 ‘서로 찌르며 살던 고슴도치 두 마리였다’고 자신들의 지난날을 추억했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이렇게 함께 믿음의 고백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적 같은 일’이라고 입을 모으며 감탄한다. 믿음의 원리로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는 김기석 집사. 그리고 늦깎이 신학생으로 부름을 받아 지역교회를 섬기고 있는 김옥합 전도사 부부의 복음의 여정을 들어보았다.

– 두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김기석(이하 김) : “둘 다 울릉도에서 태어났어요. 당시 울릉도는 정말 가난해서 외부의 원조가 없으면 살아가기 힘들었죠. 미국 의 밀가루와 우유 등의 원조를 받았던 기억이 나요. 육지보다 생활수준이 한 15년 정도 뒤떨어졌다고 보면 되요. 자라면서 고생했던 얘기는 지금 60대 어르신들이 공감을 하며 고개를 끄덕거리시죠.”

– 가난한 섬 생활이 만만치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김 : “삶 자체가 고달프고 힘들었죠. 학교 공부를 일찍 그만 뒀어요. 그리고 배도 타고, 막노동도 하면서 하나님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갈 뿐이었죠.”
김옥합(이하 옥) : “매일 술로 지내시며 가정을 돌보지 않으시는 아버지 덕에 어려운 시간들이 많이 있었죠. ‘장녀로서 어머니를 도와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던 것 같구요. 8살 때부터 혼자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밥을 해먹고 다니고 그랬어요.”

– 당시 교회를 다니셨나요?
옥 :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목적은 공책이나 연필 같은 학용품 때문이었죠. 암송대회, 성경퀴즈대회 같은 거 열심히 하면 그런 필요들을 채울 수 있었거든요. 복음을 몰랐기 때문에 늘 제 안에 ‘고픔’이 있었어요. 늘 방황하는 허전한 마음, 아버지에 대한, 세상에 대한 미움 등의 감정 등이 해소가 되지 않았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우울증도 심했구요.”

김 : “저는 원래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고, 그나마 교회를 다니던 아내도 저를 만나서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되었죠. 그렇게 교회를 다니지 않던 저희 부부가 다시 교회를 가게 되었는데, 큰 아이의 백일상을 차릴 형편도 되지 않는 비참한 상황 때문이었죠. 그때 제가 먼저 아내에게 교회를 나가자고 제안했죠.”

현실의 비참한 상황앞에 교회 나가게 돼
– 이후 십자가 복음 앞에 서게 되신 과정이 궁금합니다.
옥 : “다시 교회를 나가기까지 정말 절망적인 상황이었어요. 아무런 소망 없이 하루, 하루 살았어요. 남편과 매일 싸우고, 매일 이혼한다고 그랬죠. 제가 아버지에게 받았던 상처가 있어서 다른 것은 다 용납해도 술마시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어요. 전화 목소리만으로 남편이 술을 몇 잔 마셨는지를 알 정도로 예민했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밥보다 술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까 매일 싸울 수밖에 없었죠.”

“완전 밑바닥까지 내려갔을 때에는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죽으려고도 했어요.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교회를 다시 찾아간 것이죠. 제 가난한 마음에 하나님이 은혜를 주시더라구요. 정말 죽기 살기로 열심히 교회를 다녔던 것 같아요. 그러나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늘 있었어요. 특히 남편을 용납할 수 없는 제 자신이 가장 힘들었어요.”

김 : “아내와 계속되는 갈등을 빚으면서 ‘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을까…. 이렇게 계속 살아야 하나’라는 답답함과 탄식이 있었어요. 속마음은 잘 지내고 싶었지만, 갈등은 계속깊어만 갔죠.”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지만, 정말 무지했어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술과 담배를 계속했어요. 음주운전을 하다가 면허가 취소된 적도 있었구요. 어느 주일날 강단 바로 앞자리에 앉았는데 목사님이 계속 저를 쳐다보시는 거예요. 알고 봤더니 제 셔츠 앞주머니에 담배가 꽂혀 있었던거죠(웃음). 특히 술 문제로 많이 힘들었어요. 평생 술로 마음을 다스려왔던 터라 쉽사리 끊을 수가 없더라구요.”

– 그래도 절망의 끝자락을 성령님께서 보게하셨군요.
옥 : “깊은 목마름과 절망 속에서 2006년 3월에 복음 앞에 서게 되었어요. 십자가 복음을 통해서 내가 버려진 고아 같이 가련하고 비참한 존재가 아니라, 얼마나 존귀한 존재인지 깨닫게 되었어요. 예수님의 지혜와 거룩함과 구속함과 의가 십자가의 공로와 부활을 통해서 제게 은혜로 주어졌다는 것이 그대로 믿어지면서 모든 목마름이 해갈이 되었어요. 존재적 방황이 끝이 나는 순간이었죠. 미칠 것 같이 행복했어요.”

김 : “평생을 술과 함께 살았던 제가 술에 대해서 점점 거부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하루는 야간대학을 다니면서 공장 일을 할 때였는데, 주님이 술을 끊기로 결단할 마음을 주셔서 3일 금식을 했어요. 신기하게도 그 이후에 술을 먹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어요.
그렇게 주님이 제 안에서 계속해서 일 하셨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2006년에 복음 앞에 서는 은혜가 임했죠. 십자가 복음 앞에서 내가 얼마나 철저하게 더러운 죄인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알고는 있었지만 결코 믿어지지 않던 갈라디아서 2장 20절 말씀이 고스란히 믿어지면서 내가 죽고 주님이 하시는 믿음을 주님이 제 마음 안에 심어주셨어요”

난 ‘비참한 존재 아닌 존귀한 존재’
– 삶의 현장에서 믿음의 싸움을 치루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김 : “주님이 정비공장을 주님의 원리대로 세워가시는 것을 경험하고 있어요. 사실 손님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가격을 낮추면서도 이익을 남기려면 세금을 적게 내는 편법을 쓰는 것이 세상 논리거든요. 결단하기 힘들었지만, 세금을 액면대로 다 신고를 했어요. 세무사가 “이제 세금이 배 이상 나올텐데 어떻게 할거냐”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상관없다. 원칙대로 해라”고 했죠. 처음에는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오히려 지금까지 제가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었던 거죠. 결단 이후에 담대함과 용기가 생기더군요.

특히 편법을 원하는 손님 앞에서는 더욱 용기가 필요했어요. 원칙을 고집하면 손님과 돈을 함께 잃어버리기 쉽죠. 순간마다 갈등이 생기고,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때가 바로 ‘주님이 모든 것의 주인이시다’는 믿음이 필요한 순간이죠. 크고 작은 싸움에 넘어질 때도 있어요. 그때마다 나의 연약한 모습을 그냥 시인해요. 내 약함은 사실이지만, 이런 약한 나를 주님이 아시고, 나를 붙들고 계심에 대한 믿음이 더욱 중요하더라구요.”

– 믿음의 걸음을 계속 걸어가기가 힘겹지 않나요?
옥 : “사실 최근에 믿음의 진보를 위해 순종하지 않고 안주하기 위해서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스스로를 속여 왔던 제 자신을 보게 되었어요. 겉으로는 거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음을 전부로 받기를 거부하는 흉악하게 딱딱해져 가는 것이 저의 실상이었어요. 끔찍했죠.”

– 이야기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고 싶은데요.
“십자가 복음을 믿고 삶의 자리들이 정리가 되고 마음도 평온해 지고 안식을 누리게 될 즈음 저희 정비공장 건물 3층, 저희 가정집이 있던 곳에 한 선교단체 대구지부가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저희가 급하게 이사를 가게 되면서 주님이 허락하신 일이었죠. 선교사님들의 삶을 보면서 함께 수년 동안 동역하는 일이 좋았고 저희에게도 큰 도전과 격려가 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런데 주님은 제 안에 ‘저 선교사님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음을 들추어 내셨어요. 제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에 하고 싶은 삶의 주도권을 여전히 놓고 싶어하지 않는 저의 실상이었죠. 특별히 돈을 사용하는 영역에서 그랬죠. 그러면서도 남들에게는 믿음으로 결론 난 증인처럼 보이고 싶은 모순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던 거에요. 복음을 듣고 알되, 내가 듣고 싶어하는 것만 듣고, 남겨두고 싶은 것은 고스란히 남겨놓고 마치 자신은 복음의 증인인 것처럼 모두 속이고 위장할 수 있는 악독한 존재였던거죠. 이 틈을 통해서 제가 얼마나 사단에게 마음을 내어 주고 있었는지 깨달아질 때는 너무 분했어요. ‘앞으로 절대 다시는 그렇게 쉽게 마음을 내어주지 않겠어!’라고 다짐하게 되더라구요.”

인간 관계의 결론은 내가 죽은 십자가
– 현재 믿음의 진보를 위한 구체적인 또 한 걸음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 : “저희 공장에 안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분들을 정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대하는 부분이 요즘 가장 큰 도전이고 기도제목이에요. 일을 하다보면 감정이 상할 때가 있거든요. 그때에도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품는 일은 제게는 ‘죽음’이죠. 계속 죽어야하는 십자가의 승리를 취하지 못할 때는 정말 마음이 어렵고 자괴감이 들어요. 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분량만큼 이웃을 사랑해야하는 것은 분명히 제가 걸어야 할 믿음의 걸음이죠.”

옥 : “믿음의 진보의 궁극적인 목표는 너무 뚜렷해요. 바로 주님 자신이죠. 문제는 주님은 당신 수준까지 저를 높이고 싶어 하시는데, 저는 제 수준에서 썩어질 것들에 머물고 싶어 한다는 점이에요. 사실 지금도 믿음의 걸음을 내딛는 것보다 옛날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들어요. 끈질기게 땅의 것을 원하는 자신을 바라볼 때는 두려움이 밀려와요. 그래서 매순간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하죠.”

–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을 나눠주세요.
김 : “제가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나, 아내가 신학교를 다니는 것이나,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믿어요.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르심을 따라 어느 곳이든 달려가는 일이 이제는 답답하거나 어렵지 않게 되었네요. 이제는 왠지 ‘밖으로’ 나가야 할 때가 무르익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어요. 지금은 주님이 어떤 말씀을 하실지 잠잠히 기다리고 있어요.”

옥 : “예전에 남편이 ‘선교헌신’이라는 말을 꺼내면, 두렵고 싫어서 ‘정말 주님이 말씀하셨는지 기도해보라’고 했죠. 지금은 ‘할 수 있다, 없다’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주권은 주님께 있다는 것을 고백해요. 하게 하실 분도 주님이시고 못하게 하실 분도 주님이시니까요.”

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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