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밥양과 표정을 보며 짐작하고 기도하게 됩니다”

일러스트 = 권숙진

띠리리~ “아~ 벌써 5시네. 일어나야 하는데, 왜 이리 몸이 안 일으켜지고 눈은 붙어서 떨어지지 않을까” 알람을 끈 후,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시간은 훌쩍 지나 있습니다.

기독학교의 교과교사에서 주방으로 부르심을 받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일은 부담과 긴장이 있습니다.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어도 한두 시간 간격으로 깜짝깜짝 놀라며 깨곤 합니다.

허겁지겁 급하게 뛰어나가 드리는 아침예배 시간을 통해 하루를 살아갈 영의 양식을 먹습니다. 새벽 기운의 썰렁한 식당은 각 지체의 말씀의 은혜로 따스해지기 시작하고 믿음의 고백과 결단, 아버지의 마음으로 올려드리는 중보기도를 통해 풍성한 열기로 가득하게 됩니다.

가끔 이런저런 명분을 가지고 ‘아침 예배를 한 번 빠져볼까?’라는 타협의 여지도 있습니다. 그러나 심령의 허기짐으로 하루를 지낼 생각을 하면 그럴 수 없다는 결론과 함께 얼마나 잠을 잤는지 헤아리지 않고 사모함으로 나아갑니다.

지난 연말,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며 주방팀의 변화를 함께 고민할 때, 처음 선교사로 헌신하며 증인된 믿음의 선배님들을 통해 배운 원리들이 생각났습니다. ‘선교사의 태도는 전쟁의 자리에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나중에 나오는 자와 같아야 한다’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 굳이 분석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즐거이 순종이 되진 않았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힘들더라도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던 현장에서 떠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공허하고 슬펐습니다. 혼자 울기도 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이들을 많이 사랑했었나?’ 의외의 반응들에 저도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전쟁의 자리에 먼저 들어가라’

그때, 주님은 제 슬픔의 이유가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의 두려움이라는 사실을 심령에 잠잠히 알게 하셨습니다. 드러난 저의 실체가 얼마나 인정과 평판에 목을 매며 사는 존재인지, 하나님보다 나를 더 사랑하여 얼마나 나를 높이기에 발 빠른지, 거룩한 체 하고, 판단하며, 자기를 연민하는 자인지 보게 하셨습니다.

변명할 것도 부인할 것도 없었습니다. 존재가 죄인인 나에게 그러한 열매들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였습니다. 스스로 진흙구덩이에 들어가 앉고, 빠져나오려 하지 않고 고집부리던 제게 주님은 십자가의 피 묻은 손을 내미셨습니다. 주님 손을 잡고 나오니 비로소 주님이 주시는 아름답고 풍성한 은혜가 보였습니다.

아침마다 예배 속에서 진리의 말씀 앞에 서고, 주님을 구하고 교제하는 주방이 우리의 교실이며 사역의 현장이었습니다. 주방 신참으로 서툴고 허술하여 실수가 많은 막내인 저를 향해 믿음의 눈으로 봐 주시고 존중해 주시는 어른들로 인해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많이 누립니다.

이제 끼니마다 전교생을 만납니다. 아이들에게 밥을 배식하면서 아이들의 식성도 알게 되고, 표정과 밥양에 따라 아이들의 상태도 짐작해보며 기도드리게 됩니다. “주님!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이 진리에 대한 목마름으로 치열하게 전쟁하게 해주세요. 진리의 전쟁을 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될텐데 영육 간에 균형 있고, 잘 자라나게 해주세요. 행복한 선교사로 행복한 행진하게 해주세요”

오늘도 동일하게 날마다 만났던 주님을 만납니다. 주님이 불러주신 자리가 어디든지 그곳에서 믿음으로 주님의 영광을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주님의 얼굴 뵈올 그 날을 더욱 소망합니다. [복음기도신문]

민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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