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새롭게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아이의 잘못을 훈계할 때 나를 향하신 하나님의 본심이 제 마음에도 잠잠히 새겨지고는 합니다.
이제 곧 세 돌이 되는 복음이는 11개월 즈음부터 매를 맞았습니다. 고집을 부리거나,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할 때면 따끔하게 혼이 납니다. 아이가 조금 자라서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는 단순히 매를 맞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이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말씀하시는지를 나누곤 했습니다.
하루는 늦은 저녁이 되어 아이를 씻기고 재울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밤 동안 마실 물을 떠놓고, 가습기에 물을 채우기 위해서는 잠깐 아이를 방에 혼자 두고 물을 뜨러 나가야 했습니다. 방을 나오면서 아이에게 밖에 나오면 안 된다고 일러줬는데도 복음이는 두 번이나 쿵쾅거리면서 문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큰 잘못은 아니었지만 아이에게 엄마의 말에 순종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음아. 엄마가 한 번 더 밖에 나오면 맴매 맞는다고 말했지? 손 내세요. 복음이 스스로 손을 내면 한 대만 맞고, 안 내밀고 고집부리면 엉덩이 열 대 맞을 거야.” 매를 꺼내자 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훌쩍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왜 맞아야 해요? 맴매 안 맞고 손 들고 있을 거예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복음이가 엄마랑 한 약속을 안 지켰기 때문에 맴매 맞는 거예요. 하나님은 엄마를 통해서 복음이에게 말씀하셔요. 엄마 말에 순종해서 손 내밀면 한 대만 맞을 거야. 얼른 손 내세요.”
“다음에는 엄마 말 잘 들어야 해요”
복음이는 손을 냈다가 뒤로 감추고 도망치기를 반복했습니다. 엄마는 복음이가 열 대나 맞는 것이 싫어서 복음이 혼자 손 내밀기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재차 설명하는데도 울고 불면서 매달렸습니다. 심지어 매를 맞는 것보다 깜깜한 밖에서 혼자 사는 것이 좋다며 맨 발로 현관에 나가기까지 했습니다. 한 시간의 실랑이 끝에 복음이는 제 손 위에 자기의 손을 올려다 놓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침내 순종해서 내민 복음이의 손바닥을 아주 살살 내리쳤습니다. 복음이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예수님이 복음이를 용서하셨기 때문에 엄마도 은혜로 용서해주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엄마 말 잘 들어야 해요.”
그날 밤 아이를 재우고 기도할 때 주님이 제 마음 가운데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복음이처럼 십자가 앞으로 가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비춰주셨습니다. 특히 남편과 다투었을 때 잘잘못을 따져 나의 옳음을 주장하고 싶었던 저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십자가를 바라보라’고 주님이 말씀하시는데도, 남편 앞에서는 자존심을 세우고 밤새 괴로워하던 적이 많았습니다. 예수님이 이미 나와 함께 죽으신 곳. 믿음의 눈을 들면 예수님께서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이루신 십자가가 언제나 제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곧바로 내 안에 있는 불평, 불만, 자존심, 변명 때문에 십자가로 가기 싫어했던 저의 모습을 회개했습니다. 오늘 복음이와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서 주님은 십자가로 가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도 알려 주셨습니다.
부드럽고 사랑이 가득한 음성
아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손을 내밀기까지 엄마인 내가 한 시간 동안 기다려준 것처럼, 하나님도 내가 아버지 앞에 순종하기까지 기다리시면서 계속 말씀해주시기 때문입니다.
나를 기다리시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음성은 내가 복음이를 다그치는 음성과 달리 언제나 부드럽고 사랑이 가득합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믿고 순종하기만 하면 마음껏 그 은혜를 누릴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 매 순간 십자가 앞으로 담대히 나아가는 행복한 엄마,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서게 하신 주님을 찬양합니다. [복음기도신문]
정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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