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저녁을 먹고 금요기도회에 참석하기 위해 나가려는데 핸드폰이 울렸습니다. “엄마, 승헌이가 이상해!” 전화기 속 큰 아이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게 다급했습니다.
몇 주 전부터 서울에 올라가서 형이랑 같이 지내고 있던 둘째가 갑자기 발작 증세를 일으켜서 119 구급차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거기서도 2~3분 정도의 발작 증세가 5~10분 간격으로 두 번이나 더 있었다고 했습니다.
처음 경험해보는 상황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여러 검사가 진행되었고 우리는 급히 가족과 교회 지체들에게 기도부탁을 했습니다. 3시간 반을 달려 자정쯤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니 생각보다 괜찮아 보여서 저도 아이들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러나 응급실 담당 의사는 검사결과를 보더니 왼쪽 뇌에 2cm 정도 크기의 종양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악성인지 아닌지, 수술을 해야 할지 약물치료를 해야 할지 자세한 내용은 신경외과 담당 의사 선생님께 들어야 한다며 아침까지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다리에 힘이 풀렸습니다. ‘뇌에 종양이라니… 이제 겨우 20살인데 우리 아들 어떡하지?’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캄캄한 밤보다 더 짙은 어둠의 새벽을 지나 아침이 되었지만, 병원에서는 주말이라 진료를 받을 수 없으니 퇴원했다가 월요일에 다시 진료를 받으러 오라고 했습니다. 불안하고 두려운 기다림의 이틀 밤을 다시 보내야만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이곳저곳에서 부모의 심정으로 간절히 기도해주시는 지체들의 은혜를 입어, 거짓말처럼 불안하고 두렵고 무서웠던 마음은 사라지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강을 경험했습니다. 더불어 주님이 지금껏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던 아들을 깊이 만나주실 거라는 확신과 우리 가정 안에 행하실 일들이 기대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한계 상황에서 경험한 주님의 손길
월요일이 되어 진료를 받으러 들어갔는데도 확실한 진단은 내려지지 않았고, 의사 선생님은 지금으로서는 분명한 소견을 얘기하기가 어려운 상태라며 다시 한 번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3일이나 기다렸는데도 여전히 불확실하고 희미한 상황에 다다르자 아이는 다시금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결국 우리는 큰 병원으로 옮겨서 진료를 받기로 결정했고 또다시 어떠한 선고든 듣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그렇지. 아이의 병에 대해서 사람인 의사가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으며 치료할 수 있을까. 우리 몸은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만 아시고 하나님이 치료하시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의 생명이 의사의 진단이 아닌 주님 손에 달려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전하고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진단이 나와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님은 언제나 의로우시고 선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이 아이를 고통스럽게 하시기 위함이 아니라 살리기 위해서, 만나주시려고 이 일을 허락하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병원에서 뇌종양은 아니라는 진단과 함께 발작을 억제하는 약을 복용하면서 지켜보다가 3개월 뒤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모든 상황을 아시고 매순간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끝까지 신뢰하고 붙드는 믿음을 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고난 가운데 진리를 깨닫게 하시고 오직 믿음을 구하게 하신 주님을 찬양하며 어제보다 오늘 더, 오늘보다 내일 더, 주님을 깊이 경험하길 소망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복음기도신문]
서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