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다음은 당신 차례!”

▶ 조국을 탈출하여 요르단 국경을 넘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 (제공: 이중덕 포토저널리스트)

[215호 / 기획 – 시리아 난민사태(1)]

시리아 내전 발발과 전개

2011년 3월, 시리아 남부 도시 다라(Daraa)의 어느 고등학교 담벼락에 10대 아이들 몇이 스프레이로 이런 낙서를 했다.

“권력에서 내려오라. 닥터(바샤르 대통령의 별칭), 다음은 당신 차례야!” 그해 벽두부터 튀니지, 이집트, 예멘에서 ‘아랍의 봄’ 뉴스가 연일 알자지라(Al Jazeera) 방송을 통해 보도되던 때라, 동네 청소년들이 그 구호를 장난삼아 흉내 내 본 것이었다.

경찰은 즉각 아이들을 체포했고 이에 부모들은 석방을 간청했으나, 끔찍한 고문의 상흔과 손톱이 뽑힌 채 아이들은 한 달 후에야 풀려났다. 개중에 몇은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격분한 가족들과 지역 주민들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였으나, 정부는 총과 탱크로 그들을 진압했다. 참혹한 진압 현장의 소식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국으로 빠르게 퍼졌고, 정부와 바샤르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분노는 들불처럼 시리아 전역으로 번졌다. 금세기 최악의 비극, 시리아 내전의 서막이었다.

성경과 고대문명의 땅

사람들은 내전 전의 시리아를 ‘감추인 보화’ 같은 나라라고 했다. 대한민국과는 외교 관계가 없는 반면에 북한의 혈맹인지라, 베일에 싸인 먼 나라 같지만 사실 시리아는 우리에게 친숙한 성경의 땅이다. 무엇보다, 교회를 핍박하던 사울이 다메섹(다마스커스)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곳이다. “주여, 뉘시나이까”를 외치며 회개한 후 그가 아나니아에게 세례를 받던 사도행전 9장의 배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또한, 예수님 당시의 언어인 아람어가 세계에서 아직도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마아룰라(Maaloula)’라는 마을이 있는 나라이다.

또한 ‘고대문명의 요람’이라는 별칭답게 ‘우가릿’, ‘마리’ 등 3500년 전부터 이미 강력한 도시 국가를 이루며,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이 지나는 교차로이자 국제교역의 중심지였다. 중국에서 출발한 ‘비단길(실크 로드)’과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된 ‘향료길’이 끝나는 곳 역시 시리아이다.

사막 한복판에 있는 로마 시대의 거대 도시 ‘팔미라’, 십자군 시대에 세워진 수천 개의 성채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크락 데 슈발리아’ 같은 역사적 유적지가 즐비한, 성경과 문명의 땅이다.

폭력과 고통의 땅

시리아의 현대사는 1946년 프랑스에서 독립, 공화국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0년,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하피즈 알아사드가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2000년 6월 병사할 때까지 장기 집권했다. 그해 7월 하피즈의 둘째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가 정권을 이어받아 대통령에 선출되었고, 현재 19년째 집권 중이다.

“개도 국경을 넘어야만 짖는다.”라는 말이 시리아에 있다. 그렇듯 바샤르 아사드 정권은 북한의 5호 제도를 본떠서 국민을 철저히 감시하며 절대 권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1년 3월 이후 시작된 전국적인 항거와 정부군에서 이탈한 군인들이 자유시리아군(Free Syrian Army)을 조직하여 반정부 세력과 연합하면서 내전의 골은 깊어졌다.

이후 중동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아사드 정권을 지지하는 시아파의 레바논 헤즈볼라 세력과 이란, 그리고 이에 맞서서 반군을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이 아랍 연맹을 결성, 확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2014년에 이르러 이라크와 시리아에 이슬람 국가를 세우겠다는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 집단이 시리아 락까를 국가 수도로 선포하고 끔찍한 만행 속에 점령지역을 확장해 갔다. 절대 위기에 몰렸던 바샤르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본격적으로 참전했고 이에 뒤질세라 미국은 반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바샤르 정권에 의해 혹독한 차별을 받았던 쿠르드족 중심의 “시리아 민주군(SDF)”은 ISIS와 맞섰고, 자국 내 쿠르드족의 확장을 경계한 터키군의 개입까지 이어져 시리아는 그야말로 해법 없는 폭력과 죽음의 땅이 되었다. 현재는 국토의 2/3 이상을 바샤르 정권이 회복했으며, 북동쪽은 쿠르드족, 그리고 북서부는 반군이 장악한 양상이다.

유엔(UNHCR)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까지, 시리아 국민 50만 명 이상이 살해되고 600만 명 이상이 해외로 피난을 갔다. 그리고 해외 난민 숫자보다 더 많은 수의 국민이 시리아 국내 난민이 되었다. 내전 발생 전 전체 인구가 2200만 명이었으니,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이 난민이다. 이렇게 시리아 난민은 올 8월 말 기준으로 터키에 약 370만, 레바논에 93만, 요르단에 67만 명이 유엔에 등록되어 있으며, 독일에는 작년 등록 통계로 75만여 명이 있다.

자유와 평화를 찾아 조국을 떠났지만, 목숨을 걸고 찾아간 그 땅에서 진정한 평화, 진정한 자유를 그들은 과연 누리고 있을까. <계속> [복음기도신문]

통신원=김시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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