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배기의 주검, 세상의 양심을 깨우다”

▶ 온 세계를 울린 아일란 쿠르디(출처: DHA 캡처)

[216호 / 기획 _ 시리아 난민사태 (2)]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들

오늘날 본격적인 난민문제의 시발점으로 여겨지는 시리아 난민사태에 관한 현장 저널리스트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본지 객원 김시므온 기자는 시리아, 오스트리아 빈에서 거주하며 유럽으로 온 아랍난민을 도왔으며, 현재 요르단에서 난민을 섬기며 그들의 실상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편집자>

새로운 시발점으로

“아이의 시체를 보는 순간, 내 몸이 얼어버리는 것 같았다. 충격적이었고 슬펐다…. 그러나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의 말 없는 비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이 비극을 사진으로 세상에 알리는 것만이 내가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터키 남부 휴양지 보드룸에 주재하던 닐류페르 데미르(Nilufer Demir)는 터키 언론사 도안 통신 (DHA) 소속 여성 사진기자다. 그녀는 2015년 9월 2일 오전 6시경, 파키스탄 난민들이 그리스 섬으로 가는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해변을 찾았다가 쿠르디 가족의 비극을 목격한다.

시리아의 쿠르드족 세 살배기 아일란 쿠르디는 내전을 피해 유럽으로 가려던 부모를 따라 고무보트로 에게해를 출발했다. 불행히도 보트는 출발한 지 5분 만에 뒤집혔고, 쿠르디는 엄마와 다섯 살 형과 함께 숨진 채 터키 보드룸 해변에 발견되었다.

데미르 기자가 찍은 쿠르디의 시신 사진 한 장에 세상은 경악했고, 난민을 향해 차갑기만 하던 어른들의 양심도 뒤흔들렸다. 난민의 유입을 거부하던 다수의 유럽 국가들이 난민을 수용하는 정책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난민과 더블린조약

난민은 인종·종교·국적 또는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신분 혹은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받을 공포감 때문에 국적국 밖에 있는 사람이다. 1951년 제정된 위의 국제 협약에 근거해 전쟁 난민, 정치 난민, 종교 난민, 기후 난민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의 모든 난민은 유엔난민기구(UNHCR) 관할이며, UNHCR은 각국 정부나 국제연합의 요청에 따라 난민을 보호하고 구제하며, 재송환이나 재정착을 돕는다.

유럽연합(EU)은 난민이 여러 국가에 망명을 신청한 후 그중 가장 선호하는 나라를 선택하는 이른바 ‘망명지 쇼핑’ 행위를 막기 위해, 1990년에 ‘더블린 조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난민자로부터 망명 신청을 요청받은 국가도 난민 보호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신청을 받아들이고 난민 자격심사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리스와 이탈리아처럼 난민 발생 가능성이 큰 아프리카와 중동에 인접한 유럽 경계의 국가들은 난민 수용 부담을 제기해왔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이 같은 더블린 조약의 한계점을 증폭시키고 난민 수용을 둘러싼 유럽연합 국가 간의 갈등을 일으켰다. 열악한 자국 경제 상황에 테러 위협까지 겹치면서, 그리스를 비롯한 남부 유럽 국가들은 몰려오는 난민을 자국 국경에서 차단하고, 지문 등록을 고의로 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럽으로 가려는 시리아를 비롯한 중동 난민들의 목숨을 건 밀입국 행렬은 끝없이 이어졌다. 이들은 유럽연합 영토의 시작이자 그리스 최남단 섬인 레스보스 혹은 고스로 가기 위해, 여객선 비용보다 50배에서 100배까지 비싼 비용을 치르며 브로커들의 불법 중개를 통해 터키 서부 해안에서 고무보트로 에게해를 건넜다.

쿠르디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2015년 8월 24일 독일 정부는, 모든 시리아 난민들에 대해 어느 나라를 거쳐 유럽에 들어왔든지 상관없이 독일에 머물 수 있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어느 국가에 첫발을 들여놨는지를 묻는 서류 작성도 시리아 출신 망명 신청자에게는 요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더블린 조약을 무효화시키는 전격적인 조치였다.

이 선언 이후 시리아 출신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출신 난민들도 대거 몰려와, 유럽연합 내 2015년도의 난민신청자는 무려 132만 명에 달했다. 이는 2014년도 63만 명의 두 배에 이른다. 그중 독일에서의 난민신청자는 89만 명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것도 2015년 독일에 입국한 난민 등록자 가운데 심사를 시작했던 숫자만을 집계한 것이다.

2016년에도 유럽연합 내 난민신청자는 126만 명에 달했으나, 유럽연합과 터키 정부 사이에 맺은 협약에 따라 2017년에는 71만 명으로 감소하게 된다.

유럽에 도착한 난민들은 입국 국가에서 난민 등록을 한 후, 난민 지위 취득을 위한 당국의 심사를 거친다. 조국을 떠난 이유가 난민 인정 사유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을 조사받은 후 망명자로서의 난민 지위를 얻게 되면, 매달 생활비와 함께 다양한 복지 혜택이 주어진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4인 가정당 매월 1800유로(약 233만 원)의 지원금이 제공되고, 그 돈으로 집을 얻어 독립된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반면에 난민 지위가 거절되면, 과거에는 몇 차례 항소 기회가 주었으나 현재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 포화 상태의 난민신청자로 인해 본국으로의 강제 송환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동화와 단절, 융화와 고립

현재 유럽으로 간 시리아 난민들은 대부분 난민 인정을 받았다. 2015년을 전후로 부모를 따라 청소년 시기에 유럽으로 간 난민 자녀들은, 이제는 대학 진학을 하거나 고교 졸업 후 직장을 잡으며 유럽 사회에 적응해 가는 추세다. 그들보다 더 어린 자녀들의 적응력은 더욱 빨라서 현지 어린이들과 다들 바 없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유럽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들의 적응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자녀보다는 부모세대에 집중되어 있다. 30대 후반 혹은 40대 이상의 부모들에게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어인 ‘독일어’라는 언어적 장벽을 넘기가 무엇보다 쉽지 않다. 그리고 이슬람이라는 종교와 그 종교를 믿는 무슬림이라는 중동 출신 아랍 난민의 특징은, 기독교적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유럽 현지인들과의 융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학교생활과 또래 아이들과의 활발한 교제 속에 유럽 사회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는 자녀와, 그런 그들을 우려하는 부모 간의 세대적 갈등은 난민 가정 안에서 다양한 양상으로 드러난다. 아랍인으로서 이슬람 신앙적 정서와 문화를 고수하려는 부모의 눈에는, 선진 유럽 사회에 동화됨을 오히려 인생의 기회라 여기며 적극적으로 유럽화를 추구하는 자녀의 짧은 옷차림에서부터 문란해 보이는 이성 교제, 식어가는 듯한 신앙심에 이르기까지 많은 게 못마땅하고 갈등과 반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환경에서 난민 부모세대는 낯선 사회 환경에서의 생존을 위해 독립적 자아로서 자기 존재감을 강화하려 한다. 이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적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21세기 이전부터 유럽에 진출하여 이제는 사회 구성원의 분명한 한 주체로 있는 터키 이민자들은, 자신의 종교 활동을 위해 동네 곳곳에 ‘간이 모스크’-독립 건물이거나 건축된 형태로서의 이슬람 회당이 아니라, 일반 상가나 주택을 임차하여 사용하는 기도처-를 두고 있다. 터키인들의 이런 기도처를 이용해 아랍 난민들은 무슬림으로서의 종교적 향수를 달래고 신앙을 강화해 간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교회들이 난민을 위해 독일어 코스를 개설하여 봉사하듯, 아랍 난민 자녀들을 위하여 아랍어 교육을 개설하는 간이 모스크도 느는 추세이다.

기회와 위기

구원과 영생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있음을 믿는 기독교인들에게 중동의 아랍 국가들은, 돌짝밭 같은 땅이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종교적 활동이 자유로운지라 무슬림과의 신앙적 대화가 얼마든지 가능한 곳이다. 그렇기에 자유와 평화를 찾아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온 가난한 마음의 아랍 난민들에게 복음과 사랑을 나눠줄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아쉽게도 시리아 난민들의 유럽 대거 진출이 정점에 달했던 2015년 전후의 유럽에는 아랍 사역자들이 드물었다. 난민과 유럽 현지인 간에 소통을 이어줄 매개언어가 부재했다. 그런 연유로, 과거 시리아에서 사역했던 필자도 오스트리아로 이주하여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온 난민들을 섬겼다.

그러나 이제 시리아 난민들 다수는 현지 언어 구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유럽의 기독교인들과 교회 그리고 한인 디아스포라 교회들에게 난민을 위한 다양한 복음 증거의 기회가 늘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로 고민하는 유럽에 다산을 장려하는 문화를 가진 아랍 출신 무슬림 난민이 대거 유입됐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관한 복지 혜택이 세계 최고 수준인 서북부 유럽인지라, 새로운 땅에서 가문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아랍 난민은 더더욱 자녀를 마음 놓고 많이 낳을 것이라 예상된다. 유럽이 머잖아 이슬람화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가 들려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진출과 그들에 의한 폭력과 테러의 위협 역시 잠재돼 있다. 그동안 아름다운 관광지로만 보였던 유럽의 미래에 대한 기독교권의 시선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과거 유럽 크리스천들이 중동으로 가서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전문 사역자가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땅끝인 중동의 무슬림들이 ‘난민’의 이름으로 유럽으로 왔다. 땅끝이 이웃으로 다가왔다. 만민 구원을 향한 하나님의 경륜이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펼쳐진 것이다.

현재 유럽 안에는 무슬림들이 집단 거주하며 이른바 ‘No Go Zone’이라 하여 국가 공권력도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있다. 이같은 게토화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포교를 활발하게 하여 그 지역 전체를 접수해서 된 것이 결코 아니다. 무슬림이 한 가정 두 가정씩 동네에 늘어나는 것이 눈에 거슬렸던 현지인들이, 하나둘 동네를 떠나는 바람에 시작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웃의 친구로 다가가야 할 기회를 스스로 버리고 나니, 자연스럽게 무슬림 동네가 된 것이다.

시리아를 비롯한 유럽 내 아랍 무슬림들의 대거 유입 사태…. ‘과연 기회일까? 위기일까?’를 묻기 전에 그리스도인이라면 “가서 너도 위와 같이 하라”는 주님 말씀을 따라 먼저는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가버린 기회는 위기라는 이름으로 종종 돌아오곤 한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시므온 본지 객원 기자
필자는 2015년 가을, 이중덕 포토저널리스트, 최서우 PD(CGN)와 함께 터키에서 출발하여 그리스-마케도니아-세르비아-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오스트리아-독일로 이어지는 3000㎞의 난민 행렬을 따라가며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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