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땅, 마약 중독자들 앞에서 깨닫게 된 나의 실존

일러스트=이수진

[216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오직 너희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하게 생활하라 이는 내가 너희에게 가보나 떠나 있으나 너희가 한마음으로 서서 한 뜻으로 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라”(빌 1:27) 주님이 주시는 약속의 말씀을 붙들었다. 그리고 막연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85일의 ‘온 더 로드 유에스에이(On the Road USA, 미국 대륙을 밟으며)’가 시작됐다. 85일이란 시간이 어떻게 채워질까? 우리 팀을 인도하시고 행하시는 일들을 보며 주님이 내게 주신 완벽한 시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완벽했다.

우리는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거리에서 혹은 성경캠프에서 설교를 해야 할 때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복음을 선포해야 하는 그 설교의 자리가 부담이었다. 복음 전하러 미국에 갔는데 정작 그 일을 거부하고 거절하고 있는 나를 마주했다. 너무 괴로웠다. 주님 앞에 부끄럽고 너무나 죄송했다. 그때 깨닫게 되었다. 존재의 목적과 이유를 잃은 자가 가장 불쌍하고 안타까운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또한 복음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하셨다. 거짓된 입술의 헌신이 아닌 마음으로부터 주를 위한 내 삶을 다시 헌신하게 되었다. 그 이후에 나는 주님을 선포하는 그 자리를 은혜로 누리게 되었다.

두 번째 사역지였던 필라델피아에서 주님은 우리의 계획대로가 아닌 주님의 계획대로 친히 인도하셨다. 만나게 할 사람을 반드시 만나게 하셨고, 살아 있으나 죽은 자로 사는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두 눈으로 보게 하셨다. 그 시간이 내게 85일 동안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바로 켄싱턴 거리에서 마약 중독자들을 만난 것이다. 그곳은 마약을 하는 자들이 모여 사는, 경찰도 그 누구도 그들을 막지 않는 죽음의 거리였다. 길거리마다 쓰러져 마약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즐비했다. 전도지를 들고 거리로 나갔지만 처음엔 너무 무섭고 다가가기 두려웠다. 그러나 서슴없이 먼저 그들에게 다가가 복음을 전하고 기도해 주시는 선교사님을 보며 나도 힘을 얻어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을 보기만 해도 너무 불쌍하고 안타까워 눈물이 나고 기도가 절로 나왔다. 주님은 죽어가는 영혼에게만이 아니라 나에게도 신실하게 일하시는 주님이셨다. 그들은 냄새나고 더러운 옷을 입고 대놓고 죄를 짓는 처참한 현장에 있었다. 그 앞에 나는 겉은 멀쩡하고 깔끔하지만 보이지 않게 마음과 생각으로부터 죄를 짓고 있는 존재였다. 주님은 그들과 내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동일한 죄인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인정하게 하셨다.

그런데 그들과 내가 다른 것 하나, 나는 구원의 기쁜 소식을 가진 자라는 것이었다. 내가 무언가 잘나서, 뭔가 대단해서 복음을 깨닫고 구원받을 수 있는 자가 아니라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로 하나님을 알고 복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을 알려주셨다. 그 은혜가 내게 임하자 하염없이 눈물이 나고 주님께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부어진 하늘의 은혜가 그들에게도, 복음을 알지 못하는 미국의 영혼들에게도 흘러가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하게 되었다. 가장 불가능한 내가 구원을 받았다면 이 세상에 구원받기에 불가능한 자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은혜 받은 자인지, 얼마나 큰 하늘의 복을 쏟아 부어 받은 자인지 알게 되자 열방에 죽어가고 복음이 시급한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닫게 되었다. 다른 것에 한 눈 팔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오고 가며 만나는 미국 영혼들에게 복음을 마음 다해 전하게 되었다. 나에게 생명을 주시고 이 생명을 마음껏 외치는 자로 세워주시는 주님을 찬양한다. [복음기도신문]

임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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