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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의 사각지대, 고려인 어르신… 설날 맞아 한자리에 모여

▶ 지난 2월 고려인 어르신 설날 잔치(제공: 오요한 선교사)

[225호 / 선교통신]

카자흐스탄 딸띠코르간과 우슈토베 지역에는 지난 4년간 제가 비정부기구(NGO) 활동으로 낡은 집수리와 생필품을 지원하며 교제해 온 고려인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지난 설날 한국 NGO단체의 도움을 받아 이분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시고 고려인 음식도 해드리고 마음을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딸띠코르간에 갈 때마다 꾸준히 이분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 드리고 함께 복음을 전했는데, 신기한 것은 이분들이 정말 복음을 잘 받아들인다는 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분들의 부모님들은 3.1운동 이후 대거 블라디보스톡에 거주하다가 1937년에 다시 이곳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기 때문입니다. 이분들의 부모님 중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분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한민족의 정서를 뛰어넘는 뜨거운 무언가가 하나 더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고려인 1세대의 나이가 95세 이상이라서 이미 돌아가신 분들이 많고 이제 20여 명 정도 남았습니다. 제가 자주 만나는 분들은 2, 3세대 분들이 더 많습니다. 고려 말도 많이 잊어버렸지만 고려 음식이나 문화를 그리워합니다. 신기한 것은 이분들이 3.1절이 되면 3.1절 노래를 부른다는 것입니다.

이분들과 교제한지 4년 차인데 그동안 여러분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나마 이분들이 하나님을 믿고 돌아가시는 것이 저에게 큰 위로와 감사가 되고 있습니다. 이분들 중에 윤올가(95) 할머니가 있습니다. 12살에 강제 이주되면서, 부모님을 잃고 삼촌 집에 살며 많은 고생을 한 분입니다. 이분은 지금도 제가 가면 화장을 하고 옷을 단장하고 맞아줍니다. 95세의 나이에도 5cm의 굽 있는 신을 신는 멋쟁이 할머니입니다. 노래도 잘하고 고려 말도 아주 잘하십니다. 작년에 한국에서 후원해 준 한복을 가져다 드렸더니 정말 기뻐하셨습니다. 올가 할머니 소원은 어릴 때 함께 자란 동무들을 죽기 전에 만나보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분들은 딸띠코르간과 우슈토베 지역에 차로 한 두 시간 거리를 두고 넓게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이제 연세들이 많아 못 만나고 서로 소식도 모르고 지냅니다. 윤올가 할머니의 바람을 들어드려야겠다는 생각에 지난 설날 모임을 추진했습니다.

우슈토베 어느 카페를 빌려 모인 그날 어르신들 50여 명과 고려인 3, 4세대 40여 명이 모두 모였습니다. 그날 그 자리는 눈물의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몇몇 분들은 마지막으로 만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는 꼭 복음을 나누는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그저 이 땅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소수 민족으로 살아온 고려인 어르신들의 회포를 푸는 자리였습니다. 그분들이 기뻐하는 모습이 저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절반 정도 있습니다. 아직 복음을 들어야 할 분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선교지에는 이처럼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남은 영역들이 많이 있습니다. 미처 선교사의 손길이 가지 못한 그늘 같은 곳들입니다.

기대하기는 언젠가는 딸띠코르간 교회가 성장해서 이분들을 돌보며 함께 품을 날이 오기를 기도합니다. 아쉬운 것은 이 모임을 제안한 윤올가 할머니는 낙상으로 다친 다리가 회복이 안 되어 정작 참석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당일 저녁 그분 집에 따라 찾아가서 모임 얘기도 해드리고 사진을 보여드렸더니 당신이 직접 참석한 것처럼 기뻐하였습니다. 이분들 생각만 하면 저는 공연히 마음이 급해집니다. 복음의 사각지대처럼 남겨진 고려인 어르신들이 복음을 다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주세요. [복음기도신문]

오요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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