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호 / 믿음의 삶]
아이들을 이발시키고 오던 길이었다. 두 아들이 내 앞 뒤에서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갑자기 내 몸이 무언가에 쿵 부딪히고 붕 날아 땅에 떨어졌다. 블랙박스에는 모두가 경악할 만한 사고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 검사 결과 머리와 귀만 조금 찢어졌을 뿐, 어느 한 군데 골절된 곳이나 다른 이상이 없었다. 주님이 손가락 하나 부러진 곳이 없이 지켜주셨다. 정말 주님의 은혜였다.
다급했던 마음에 남편이 연락을 드린 선교사님들이 달려오셨고, 혼잣말처럼 하시는 말씀이 내내 마음에 남았다. ‘주님이 우리를 겸손케 하시려고…’ 궁금했다. 주님이 이 일을 통해 나에게 말씀하시려는 것이 무엇일까? 검사 결과로는 이상이 없지만 머리가 찢어졌기 때문에 24시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귀나 코에서 물이나 피가 나오면 뇌에 이상이 생긴 징후이기 때문에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의료진이 말했다.
그날 밤, 자고 있는데 귀에서 뜨거운 액체가 얼굴을 타고 흘렀다. 순간 남편과 난,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오만 가지 생각에 잠시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혹시 내가 제정신으로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이게 마지막인가?’ 달려온 간호사가 열 체크를 해보고 괜찮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다음 날 아침, 그 흘러내린 액체는 귀가 찢어진 곳에서 생긴 진물이 귀를 타고 나왔던 것이다. 아찔했다. 또 한 번 주님의 은혜에 감사했다.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불과 며칠 만에 갑자기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쉬어야 하는데 사고 전과 다름없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런 상황과 가족에 대한 불평과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곧 깨달음이 왔다. ‘죄에 익숙했던 내가 이젠 은혜에 익숙해져 있다니…’ 깊은 한숨을 내쉬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 ‘주님! 잘못했습니다. 전 소망이 없습니다. 날 불쌍히 여겨주소서, 내게 은혜를 베풀어 주소서.’ 십자가 앞에 나아가 통회하며 주님의 긍휼을 구했다.
그때 나와 동일한 조국 교회의 모습이 보였다. 코로나 사태를 당하고 보니 우리가 드릴 수 있었던 모든 예배도 아름다운 성도의 교제도, 기쁜 소식을 외칠 수 있었던 것도 은혜인줄 몰랐다. 은혜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던 우리의 상태는 위기였다.
비로소 애통하는 심령으로 기도하게 되었다. ‘주님 우리를 살려주소서. 열방 곳곳에서는 주님을 부르짖고 있는데 이 때에 우리의 위기의 상태를 괜찮다 여기게 하지 마시고 상한 심령으로 주의 이름을 부르짖게 하소서! 돌이키는 은혜를 주소서!’ 주님의 자비하심은 날 기도의 골방으로 초대하셨다. 우리에게 위기임을 알게 하신 것은 살리시기 위한 사랑이지, 멸하시려 함이 아니다. [복음기도신문]
고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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