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택할 수 있는 것, 오직 ‘복음’입니다”

본지는 앞서 두 번에 걸쳐 일본정탐 보고서를 게재했다. 일본 특별기획 마지막편인 이번호는 일본 그리스도인이 본 일본의 교회, 일본의 그리스도인의 삶을 소개한다.<편집자>

복음이 전파된 지 한 세기가 넘도록 인구 대비 그리스도인 비율이 1%를 넘지 않는 나라. 물론 전세계에 이런 국가들은 많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에서 이같이 복음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바로 일본의 이야기이다.

자국내 그리스도인 비율이 2%를 넘지 않는 민족을 미전도종족으로 부른다는 전제에 따르면, 일본은 거대한 미전도종족이다.

2010년 현재 일본 인구는 1억2600만여 명.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100만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국민들이 이처럼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이러한 상황에서 믿음의 길을 걷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3대째 모태신앙으로 일본 동북(東北)지방 센다이시(仙台市) 인근의 시오가마시(塩釜市)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히라시마 노조미(平島望)목사를 만나, 일본의 기독교, 일본의 기독교인에 대한 그의 생각을 청취했다.

“복음 전파만이 유일한 대안”

“15년 전 이곳에 와서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복음을 전했어요. 그런데 주민들이 그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히라시마 목사의 말이다.

인구 5만6000여 명의 항구도시 시오가마시. 일본 전역에서 활어참치 요리점이 가장 많은 도시로 알려져 있는 이곳 사람들은 비교적 풍족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해하고 있어요. 현재의 삶에서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괜찮아요’라는 한국 말이 참 좋아요”라고 고백하는 히라시마 목사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삶의 모든 것의 변화로 나타난다. 현재 상태가 좋은데 굳이 변화돼야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히라시마 목사는 복음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무심한 반응이 안타까웠다. 배부른 자가 음식 앞에서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스스로 부유하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진단이다.

그런 일본에 갈급하고 목마른 상황이 전혀 예기치 않게 나타났다. 2011년 거대한 자연의 힘을 새삼 목도하게 한 동일본(東日本) 대지진, 그리고 쓰나미. 눈에 보이는 필요와 갈급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 다급한 상황이 시작된 지 햇수로 3년여가 넘어가고 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일본인들의 태도는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 히라시마 목사의 말이다.

“주님이 놀라운 일을 하고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기에는 현재 재난지역의 사람들이 복음에 잘 반응하고 있는지 선뜻 분별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 그는 이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재민들이 오랫동안 자신들을 돕는 교회에 대해 감사한 마음은 있어요. 그렇다고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복음을 교회가 전한다면 이들이 어려워하지 않을까? 교회가 우려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생각으로 교회가 복음을 과감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또 이재민들은 당장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필요로 할뿐 복음에는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어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리 편에 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 교회도 구제사역과 복음전파 사이에서 갈등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나 어떻든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하나님의 방법으로 성도 늘어나”

처음 교회를 개척할 당시, 히라시마 목사의 교회에는 성도가 없었다. 텅빈 예배당에서 빈 의자를 보고 설교를 해야 했다. “개척하고 첫 1여 년 동안 의자를 바라보며 말씀을 선포했어요.

주중에는 전도지를 들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전도했어요.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달리 다른 선택이 없었어요.” 현재 출석교인은 15명 정도.

그렇게 복음을 나누고 노방전도를 하면서 지금 일본에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다. 그런데 그들에게 그런 어려운 마음을 나눌 사람이 없다.

자신의 혼네(本音.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어려워하는 기질과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소위 조화, 화합 등을 의미하는 ‘와(和)문화’라는 일본의 독특한 사회 관습 때문이다.

말씀을 믿고 순종의 길을 걸을 때
주님의 방법으로 영혼들이 교회 문을 두드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일본에서 듣게된 에피소드 한 가지.

일본의 직장인들은 점심시간이 되어도 회사 동료에게 식사하러 가자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한다. 자칫 자신의 요청에 거부할 수 없다는 부담감 때문에 동료가 다른 중요한 약속이나 업무를 포기하지는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이다.

그래서 점심시간이 되면 홀로 조용히 나가 식사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개인주의라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에 나타난 문화라는 것이다.

실제 낮 시간에 공원 벤치 같은 곳을 가보면 직장인들이 홀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노방전도가 어려운 것도 이런 문화적 풍토 때문이다. 조용히 길을 가거나, 공원에 앉아 있는데 전도하는 것은 일본 사회에서 폐가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히라시마 목사는 또 한편으로 일본인들이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을 수 있도록 행사를 열었다. 음악회, 강연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마음의 고민이 있는 사람은 진리에 반응을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누가 그런 문제를 안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우리는 사람들을 교회로 오게한 것이지요. 교회에 찾아온 분들에게 공식일정을 마치고 자연스럽게 복음을 나누는 것이죠.”

그렇게 순종하는 그에게 한 성경구절이 위로의 말씀으로 다가왔다. 누가복음 1장 20절 말씀이다. ‘때가 이르면 내 말이 이루어지리라’ 즉, 그 말씀을 믿고 순종의 길을 걸을 때, 언젠가 하나님의 때가 이르면 그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게 될 것이라고 받아 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의 방법으로 한 영혼 한 영혼이 교회 문을 두드렸다. 주님이 보내주셨음을 부인할 수 없었다.

“우리가 전도해서 교인이 왔다고 말할 수 없도록 철저히 주님의 방법으로 이들이 교회에 오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망하지 않았어요.

일본의 많은 목회자들이 이렇게 믿음의 길을 걷고 있어요.”

한국 땅에서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갖는 고충과 동일한 농도, 일본 목회자들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더욱 차가운 눈총과 어려움 속에서도 믿음 안에서 승리하고 있는 것이다.

‘죄 때문이야’… 변화된 존재 믿어져

이렇게 믿음의 길을 걷고 있는 히라시마 목사는 어떻게 예수님을 영접하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을까? 궁금해졌다. “저는 일본에서 보기 드물게 3대째 모태신앙 가정에서 자랐어요. 구세군 사관이셨던 아버지는 교회에서 장로님으로 주일학교를 섬겼죠.

주일학교에서 아버지의 설교를 들으며 믿음의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청소년기에 교회를 떠났어요.”

그렇게 유년시절 철저한 부모님의 신앙관으로 양육 받았지만, 그 신앙의 유산이 그에게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저는 부모님의 신앙생활을 내가 그대로 이어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복음은 정말 내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청소년기를 보내다가 대학생이 된 이후, 20살이 되면서 질문이 생겼어요.

이제 성인인데, 내 인생에 대해 내가 어떻게 책임을 지며, 어떻게 살아야할까? 적어도 30살이 되기 전에 어떤 인생을 살아야할지를 정하자.”

주님은 그 고백대로 이끄셨다. 그는 대학생 시절, 신체장애아를 돕는 자원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날은 자신이 헌신적었지만, 어떤 날은 그렇지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다.

“나는 왜 이럴까? 이런 내가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이런 위선자 같은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까?” 그렇게 자괴감에 빠져 고민하던 그에게 기독교방송을 듣고 예수를 믿게 된 대학후배가 교회 출석을 권했다.

“교회에 가니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반기더군요. 또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저를 위해 기도했다는 얘기를 듣고 무척 기쁘더군요. 그리고 하나님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어요.”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분명한 깨달음을 갖게 됐다. 친절한 나, 이기적인 나. 그 모든 문제의 원인이 바로 ‘죄’ 때문이었다는 사실. 그런데 그 ‘죄’의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됐다.

하지만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교회에 나가는 것이 두려워졌다. 이런 죄 많은 존재가 거룩한 교회에 나가도될까?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주님은 또 하나의 진리를 깨닫게 해주시더군요. 그런 죄인인 나를 위해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내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다는 것이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예수를 믿고 싶고, 변화되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된 어느 날, 자신이 이미 변화된 존재라는 사실이 믿어졌다. 이후 자연스럽게 신학을 하게 되고, 이제는 잃어버린 하나님의 영혼이 돌아오게 하는 그 자리에 서게 됐다.

‘사죄와 화해’의 통로가 되기를 소망

대화는 어느덧 ‘일본 교회’로 이어졌다. 일본 교회의 부흥을 소망한다면, 일본 교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통역을 하던 노리코 사모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일한친선선교협력회 파송 선교사로 한국에서 건너온 아버지를 따라 청소년기를 보내는 동안 한국어를 배운 그녀는 능숙한 한국어 이상으로 한국에 대한 많은 이해함을 갖고 있었다.

“저는 회개라고 생각해요. 일본 교회는 과거에 주변국들을 어렵게 했던 뼈아픈 경험이 있어요. 한국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노리코 사모의 아버지는 현재 한국에서 서울일본인교회를 31년째 섬기고 있는 요시다 고조(吉田耕三)목사. 한국에서 교회를 찾아다니며 일본의 과거에 대해 용서를 구하며, 한일간의 하나됨을 소망하며 순종의 삶을 살고 있다.

그 말에 동의하는듯 고개를 끄덕이던 히라시마 목사도 한 가지를 덧붙였다.

“일본 사람은 너무 깊이 생각하는 데 그것이 어려움을 갖고 오기도 해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아주 오랫동안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죠. 하나님의 뜻과 내 뜻은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런데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매우 불안해해요. 그때 모든 주권이 하나님께 있음을 의지하는 그런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한국말 중 ‘괞찮아요’라는 말이 참 좋아요.

어쩌면 하나님께 모든 상황을 맡긴다.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한글을 조금 읽을 수 있다는 히라시마 목사는 그런 여유있는 태도가 일본인에게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도제목을 나눠달라는 요청에 히라시마 목사는 뜻밖의 내용을 나눴다.

“장인어른인 요시다 목사님이 그동안 한국 땅에서 사역하신지가 올해로 31년째입니다. 목사님은 ‘사죄와 화해’의 부르심에 순종해 오신거죠. 부모님이 하시는 그 부르심에 순종해야할지 지난 20년간 기도해왔어요.

그리고 최근에 한 가지 결정을 했습니다. 내년초에 한국으로 가서 그 ‘사죄와 화해’의 부르심에 순종할 예정입니다. 이일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주님은 히라시마 목사와 만남을 통해 하나님 나라가 얼마나 부요하며, 그리스도안에서 주님과 연합하는 것만이 진정한 연합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하셨다.

[GN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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