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칼럼] 이불 펼 곳

ⓒ안호성

[고정희 선교사의 주님이 사랑하는 것(3)]

그는 너희 앞서 행하시며 장막 칠곳을 찾으시고 밤에는 불로 낮에는 구름으로 너희의 행할 길을 지시하신 자니라 신1:33

일본에서 10년을 넘게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한국에 집이 없다. 시골엔 부모님이 계시고 각 도시에 형제들이 살고 있지만 오랜 시간 머물기에는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올 2월 잠시 일이 있어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급박한 상황이 일어나 6개월이 다 되도록 일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선교사들이 들어와 있는지 비어있는 선교센터 숙소를 구할 수가 없다.

딸과 함께 배낭 하나씩을 메고 우리 부부는 순례자의 삶을 살고 있다. 오늘도 허락하신 모든 환경에 감사하고 인도하심에 감사하다. 내일은 어디로 가야 할지 갈길 몰라 서성거리고 있는 우리보다 주님은 앞서 행하셨다.

‘선교사님 어디 머무실 데 있으세요. 오셔서 쉬었다가 가세요’

주님이 먼저 가셔서 이불 펼 곳을 찾아 주셨다. 따뜻한 이불을 피고 눕는 것으로 그 하루가 행복했다. 먼저 가셔서 이불 펼 곳을 찾아주시는 세밀하시고 따뜻한 사랑이다. 허락하심에 어느 곳이든 감사함으로 나아가니 오늘도 밤에는 불로 따뜻하게 해 주시고 낮에는 구름으로 시원하게 해 주신다. 코로나19로 허락하신 은혜가 감사하다.

처음 일본선교를 준비할 때가 생각났다.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는 성도들이 교회의 마당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광야에서 주님이 주시는 만나를 기다리며 예배하는 영혼들이었다.

‘그들에게 갈 수 있느냐?’
물으셨다.

‘주님! 그곳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나를 사모하는 그 영혼들이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주님이 마음 아파하는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삶의 기본이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우리 가족은 가방 하나씩을 들고 비행기를 기쁨으로 탔다. 주님은 우리 가족보다 먼저 그곳에 가셨다. 해결 되지 않을 것 같은 복잡하게 얽혀있던 문제가 주님이 하시니 아무 일 없듯이 해결되었다. 성도들은 과부의 두 렙돈 같은 물질을 모아 헌집이지만 도배와 장판을 깨끗이 한 집을 준비하여 놓았다. 주님이 바라보는 것을 더 좋은 소망으로 기뻐하며 함께 바라보았더니 앞서 일하시는 주님을 경험했다.

일본으로 간 첫 날 밤에 이불을 펴고 온 가족이 누워 그 따스함에 감사했다. 먼저 가서 이불 펼 곳을 준비해 주셨다.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