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식 칼럼] 완벽한 노숙인은 없습니다

▲ 프레이포유 사역자들이 노숙인을 찾아다니며 먹을 것을 전달하고 기도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사진: 프레이포유 제공)

손은식 목사는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지난 달에 수 년간 노숙 생활을 끝내고 살림공동체로 찾아온 분이 있습니다. 거리의 차가운 바닥과 불안전한 생활로 인해 몸이 많이 망가져서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 노숙인 지원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참고로 서울시는 약 5000여 명의 노숙인(시설 노숙인 4000여 명, 거리 노숙인 1000여 명)을 위해서 매년 노숙인 지원 사업으로 총 5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 의료 지원 사업으로 46억 원 가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서울역 광장에 위치한 지원센터를 방문해서 “수 년간의 노숙 생활로 몸이 많이 망가져 의료 지원 사업의 혜택을 받고자 노숙인 등록 후에 진료의뢰서를 발급받기 원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지원센터 내의 직원이 전산 조회 후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OOO씨는 의료보험이 살아있기에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의료보험을 내고 있기에 노숙인이지만 노숙인 예산을 지원받을 수 없습니다.”

그분의 동생이 지역 의료보험 가입자로서 의료보험을 납입하고 있으며, 형제님은 아직 세대원으로 속해 있었던 것입니다.

가족과 떨어져 지낸지 수십 년이 지났고 아무런 연락과 도움도 오가지 않는 상황이었지만, 그분의 동생분이 내고 있는 의료보험으로 인해 그 형제님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것입니다.

다시 공동체로 돌아왔습니다. 지원센터에서 단기간 봉사를 한 경험이 있는 형제분이 말했습니다. 그와 같이 가족 중 누군가 의료보험을 내고 있기에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하는 노숙인이 상당히 많고 본인이 봉사를 한 6개 월 가량의 기간 동안에도 그와 같은 분을 많이 보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현재 노숙인을 법으로 정의하고 있고, 그분들을 보호하고 자립을 지원 하는 법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정의하는 노숙인은 이렇습니다.

첫째,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거리 노숙인). 둘째, 노숙인 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시설 노숙인). 셋째,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만화방, 사우나, PC방, 쪽방 생활자 등). 이것이 2011년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노숙인의 정의입니다.

그러나 유엔(UN)이 정의한 노숙인 기준은 이렇습니다.

첫째, 집이 없는 사람과 옥외나 단기 보호 시설 또는 여인숙 등에서 잠을 자는 사람. 둘째, 집이 있으나 유엔의 기준에 충족되지 않는 집에서 사는 사람. 셋째, 안정된 거주권과 직업과 교육, 건강관리가 충족되지 않는 사람.

대한민국 법률을 아무리 자세히 살펴보아도, 의료보험을 내고 있으면 거리에 지내지만 노숙인이 되질 못한다는 항목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서는 500억 원의 예산을 매년 사용하면서도 5000여 명의 노숙인의 의료 지원을 제대로 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 500억 원 중에서 240억 원의 예산을 각종 노숙인 지원 단체, 시설, 쉼터, 지원센터의 직원들의 급여 및 각종 수당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거리 노숙인이 병들대로 병든 몸으로 겨우 찾아간 지원센터에서는 면박을 주면서 거절해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의 ‘노숙인 복지법’은 누구를 위한 법이고, 누구를 보호하기 위한 법인가요? 그리고 누구를 위해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사용되고 있는가요? 곁에서 보자니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이 있습니다.

현재 서울의 거리에는 노숙인이 상당히 많이 계십니다. 그중 외국인 근로자로 왔다가 사고를 당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분도 계시고, 생계수급을 받았지만 사정이 생겨 수급이 끊어진 분도 많이 계십니다. 그런 분도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기에, 또는 수급자였기에 노숙인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지난 7년간 프레이포유 사역을 하면서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완벽하게 가난하고 철저하게 버림받은 대한민국 국적의 노숙인만 찾고 그들만 지원하기 원하는구나'[복음기도신문]

손은식 목사 | 2012년 거리 기도로 시작, 2013년에 프레이포유라는 이름으로 거리의 노숙인, 외로운 어르신 등을 방문,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예수님을 전하고 그들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하는 길거리 전도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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