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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통신] 자유를 누리기 위해 풍요로움을 포기했다

이뚜타 카렌 종족 어린이들(출처: Burma Link)

이뚜타 카렌 난민들의 집단 트라우마

분쟁중인 국경은 안정적인 국내지역과 매우 다른 모습의 얼굴을 갖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의료 등의 모든 분야에서 한 국가의 일반적인 질서와 차원이 다르다. 생존의 극한적인 위험을 통과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집단적 반응을 보인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 위치한 이뚜타(Ei Tu Hta) 카렌 난민캠프가 그렇다.

이뚜타는 티벳에서 발원하여 미얀마와 태국의 국경을 지난 2815㎞ 길이의 강인 살윈강(중국어로 누장강)가에 위치하여 있다. 이 지역은 히말라야 산맥이 동남쪽의 끝자락에 위치한 산악지대이며 태국 최서북부에 위치한 매홍손도와 미얀마의 카렌주가 접한 지대이다.

2020년 9월 현재, 이곳은 337가구 2211명의 카렌 실향민(IDP:Internally Displaced People)이 살고 있다. 2006년 버마군의 공격으로 따웅우(Taungoo)지역을 중심으로 한 카렌들이 더 이상 그들의 고향에서 살 수가 없었다. 죽음과 전쟁을 피해 수천 명의 카렌들이 안전지역으로 피했다. 버마군을 피해 오는 길은 1주일에서 심지어 2주일 정도 걸렸다. 많게는 4300명 이상 되던 카렌들이 있었다. 2012년 카렌과 버마군의 휴전과 2017년 국제사회에서의 식량지원이 중단되면서 각지로 이동하면서 2211명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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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윈강가에 살고 있는 이뚜타 카렌족(본지 통신원 무익종)

살윈강에 위치한 이뚜타 카렌 난민 2211명

그들이 이곳을 터전으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넓은 농지가 있어서일까. 아니다. 카렌 군인들이 지켜줄 수 있는 곳일까. 아니다. 국제사회나 단체가 도와줄 수 있는 지리적 위치일까. 그것도 아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지역은 극히 제한되어 있고 그들을 돌보는 카렌 군인들은 바로 근처에 있는 버마군인들과 비교가 안 되는 규모와 무기이다. 국제법적으로 여전히 미얀마의 고립된 지역이어서 외국 NGO가 도울 때 많은 제한이 있다.

이 지역을 선정한 원인은 일반적인 지역선정과 달랐다. 가장 큰 원인은 두려움과 관련되어 있다. 버마군으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은 카렌은 먼저 다시 공격을 받더라도 피할 수 있는 장소를 고려했다. 큰 강이지만 강가에 있기 때문에 유사시 건너편 태국으로 건널 수 있다. 공격을 한 버마군에 대하여 증오와 두려움이 혼재되어 있다. 태국으로 건너가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는 데는 용이하지만 자유는 없다.

결과적으로 아주 복잡한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다. 마음은 고향을 늘 사모하지만 몸은 고향을 떠났고, 안전은 태국을 담보로 한다. 민족은 카렌이고 국가는 미얀마이다. 제한적인 자유를 누리기 위하여 스스로 고립된 지역을 선택하였고 풍요로움은 포기하였다. 언제인지 모르지만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속절없이 기다리고 있다. 3㎞에 있는 버마군은 원한다면 바로 군사작전을 할 수 있고 카렌민병대의 수준은 소총으로 무장한 소규모이다. 범람에 취약한 지역이고 우기에는 홍수가 직접적인 해를 주어 그나마 약한 공동체를 더욱 허약하게 만든다.

이들의 이런 현상을 이해시켜 주는 단어가 있다.‘집단 트라우마’이다. “집단 트라우마는 사회적 규범과 가치와 의미체계를 붕괴”시킨다는 경우가 이뚜타의 경우이다. 이들은 미얀마 땅에 있지만 일반적인 미얀마의 사회적 규범과 가치와 전혀 다른 작동원리가 있다. 집단 트라우마를 발생하게 한 사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한다. 그리고 그것을 경험하지 않은 후세들에게도 직. 간접적인 영향을 주어 동일한 행동을 하게 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피해 받은 강한 공동체성’이 후세들에게 전달되어 버마인들은 믿을 수 없다는 정서적 연대감이 강하게 생겼다.

그들이 2006년 버마군의 공격을 피해 이뚜타에 온 이후 미얀마의 정치, 사회상황은 급변하였다. 2012년 버마군과 카렌군의 휴전, 2015년 버마군과 소수군벌과의 휴전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투는 중단되었다.

특히 2015년 11월 8일 미얀마가 아웅산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승리를 한 후 획기적인 정치, 사회변화가 있었다. 미얀마의 다수의 카렌들은 새로운 정치 환경 속에서 미얀마의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다. 심지어 카렌민족연합(KNU)이 관리하는 많은 지역은 평온한 상태로 돌아가 버마사회와 충돌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뚜타지역은 같은 미얀마이지만 여전히 시간이 멈추어선 것 같다. 버마군인들로 받은 상처가‘집단적 트라우마”로 남아 깊은 불안의 기운이 여전하다.

그나마 생존을 지탱해주던 국제사회의 지원이 중단은 또 다른 심각한 위기상황이 이어졌다. 국제 구호단체가 도와주던 식량지원은 2017년 10월 이후 중단된 것이다. 쌀을 재배할 논이 거의 없고 화전지대가 많지 않은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조치였다.

그러던 중 8월 대규모의 홍수가 발생하여 난민위원회 사무실과 수십 가구가 물에 잠겼다. 그나마 소규모의 논에서 재배하던 벼는 강의 범람으로 수확을 포기해야 했다. 군사정권의 폭압적인 철권통치아래에서 핍박 받던 소수민족의 아픔은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강이 범람하여 잠겨버린 집처럼 이들의 미래는 절망의 거센 강에 잠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향에서는 풍요롭지는 않지만 평화롭게 살아가는 이들의 피폐된 상황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의 선교적 이슈들은 마치 폭탄 맞아 파괴된 초소의 파편처럼 흩어져 있다. 구호, 화해, 총체적 선교, 돈, 정의, 나눔, 민족 갈등, 전쟁, 지역 개발, 의료, 교육, 약함으로의 선교, 분쟁, 상담, 난민, 아동 보호……. 모두가 무겁고 중요하지만 시원스럽게 답을 해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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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뚜타 난민(본지 통신원 무익종)

외상 후 성숙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치유할 것

그렇다고 하여 소망이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다. ‘집단적 트라우마’는 때로 예상치 못한 치유로 이끌 수도 있다. 우선 순위의 변화, 더 깊은 영적인 체험 그리고 삶에 대한 감사와 같은 것이다. 외상 후 성숙은 트라우마 이전의 생활을 넘어선 치유와 포용과 화해의 자리를 이끌어 갈 주체자가 될 것이다.

예상치 못한 한 독지가의 도움을 통하여 600달러의 후원비로 약 1000㎏의 쌀을 지원할 수 있었다. 많은 난민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지만 맑은 목소리로 고마워하는 난민위원회 총무의 말이 귀에 맨 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의 고백은 폭풍 후에 구름 사이 살짝 보이는 하늘처럼, 하나님의 소망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소리로 다가온다. 한 독지가의 도움은 쌀 1000㎏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것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신 예수님의 동행을 생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동행에서 쉬어야 할 곳은 우리의 트라우마를 온전히 회복하게 하실 화해의 십자가이다. 모든 것이 왜곡된 잊혀지고 소외된 땅에서도 생명 되신 예수님의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무익종(본지 통신원)>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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