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대한민국 이야기

▲ 빨간 네온 십자가가 서울 도시 곳곳을 밝히고 있다. 제공: 현승혁

지난해 중동 지역 A국에서 한 선교사님을 만났다. 80년대 학번인 그는 오래전 한국을 떠났다고 했다. 모처럼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만난 반가움에 다양한 주제로 대화가 진행됐다. 선교지의 상황, 앞으로의 사역방향. 그리고 마지막 주제로 한국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화두로 올랐다.

자연스레 유신정권, 민주화운동 그리고 지금 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이쯤 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정체성이 드러난다. ‘시대의 아들’인 우리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 중에서 나의 생각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진보적 관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견해를 피력하는 주제는 예외 없이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비판, 그리고 한국사회의 민주화운동이 가져온 결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보수정당과 한국교회의 부패에 대한 부정적 견해와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어진다.

다 맞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그런 견해 가운데 놓치는 부분이 있다. 과거 역사를 오늘의 잣대로 바라보면서 나오는 오류들이다. 필자 역시 그랬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해방 이후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장면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현실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왜? 그렇게 배웠고, 청년 시절 그런 책을 봐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시대에 나타나고 있는 친북적인 발언과 일련의 흐름들, 그리고 사회주의 정책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바라보게 되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더욱이 주류언론들의 편향된 보도,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기업가와 가진 자에 대한 적대적 정책과 시선들. 무소유의 선교사인 필자는 복지정책이 확대되면 될 수록 혜택을 받을 영역이 커져가겠지만 불편했다. 문제는 복음을 모르는 비 기독교인이 아니라 목회자, 선교사들까지도 이 같은 친사회주의적 정책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는데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덕분에 필자는 선교사로서 성경연구와 함께 지난 몇 년간 한국 근대 역사와 인문학 서적 탐독과 전문가들의 유튜브 강의 수강을 통한 학습을 병행해야 했다. 힘든 시간을 거쳤다. 모르긴 해도 필자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바뀌었지? 뭐가 문제지? 그런 마음으로.

책을 한 권씩 손에서 놓을 때마다, 강의를 듣고 난 이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섭렵했던 자료를 일렬로 쌓아두면 방 높이만큼은 족히 채워질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우리 역사에 대해 이토록 무지했을까? 또한 주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은혜가 이처럼 놀라울 수가 있을까? 감탄이 밀려왔다. 후회와 회개의 시간이 있었다. 그동안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세상만사를 재단했던 지난날의 발언과 생각에 대해 반성했다. 물론 지금도 잘 모르는 부분이 많다. 여전히 주님이 허락하시면 자료를 찾아보고 지난 역사에 대해 내 마음 속에 공백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채워가고 있다.

선교지에서 그런 경험을 나눴다. 그 선교사님은 그리 길지 않은 대화 이후,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음을 인정했다. 그 배경에는 ‘빚진 자의 심정’이 있었다. 학창시절 운동권 친구들이 데모를 주동하고 고생을 할 무렵, 자신은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한 범생이로서 그 친구들의 고통에 뒤늦게라도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만남을 통해 그 분을 포함, 최근 필자를 만난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꿨다.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나요. 제가 무지했네요. 지금부터 공부하겠습니다. 세상이 새롭게 보이네요. 그 날 이후 뉴스를 보거나 들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더 주님의 뜻을 묻게 되네요.” 등등 많은 고백을 듣고 있다.

물론 지난날 우리의 역사에서 부끄럽고 아쉬운 순간들이 많다. 그러나 그 과정이 없었다면,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을까? 우리 개인의 삶도 지나고 보면 아쉬움 투성이다. 조금 더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철들자 노망’이라는 말을 실감한다. 이제 사리분별을 조금 할 수 있게 됐는데, 팔다리에 힘이 없고, 해산할 능력이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우리의 지난날을 되짚어보던 중 필자와 같은 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많음을 보고 만나게 됐다. 아니 대부분이었다. 누군들 처음부터 온전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있었을까?

부끄럽고 아쉬운 과거 역시 우리의 자화상

그래서 이 기획은 ‘하나님의 은혜 없이 이해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이야기’를 담게 될 것이다. 전문 연구자가 아니기에 두서가 없을 수도 있고, 중간 중간 틈새가 벌어진 논리전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바로 알고 주님께 기도하기를 원하는 분들은 이 이야기들이 보배처럼 여겨질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우리의 역사에 대해 무지했는지 깨닫고 지금까지 이 민족을 인도해오신 주님께 감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번 회에는 이것 하나만 얘기하자. 자녀일 때는 부모 심정을 결단코 알 수 없지만 자녀를 키우면서 그 부모의 심정을 우리는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선교사로 헌신하기 전, 급여를 받아보다가 어느 날 급여를 지급하는 입장이 되면서 나의 상사였던 경영자들의 심정을 알게 됐다. 단 한 번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의 고뇌와 눈물을. 또 자녀에게 말하지 못하며 전당포를 가야하고, 그렇게 빚쟁이에게 시달리던 부모의 늘어진 어깨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짚어볼 수 있게 됐다.

아마도 지금 크고 작은 조직의 권력자들은 내심 통절한 회한을 갖고 있을지 모른다. 권력만 잡으면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나라와 조직을 다스리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구나. 나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달려왔는데. 지금 멈출 수도 없는 상황이니 어찌하랴.

어느 누군들 잘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착하고 충성된 종아.’ 우리의 수고에 흘린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주님의 칭찬을 듣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나의 판단과 분별을 믿고 잘하려고 할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 결과를 어디에서 만회할 수 있을까?

그러나 답은 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면 그때 돌이키면 된다. 잘못을 인정하고 돌이키면 하나님이 놀랍게 역전시켜 주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역전의 명수이신 주님이 나의 주인이시다.

사탄이 자신의 권력을 최대로 발휘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그 순간이 자신의 정수리가 깨어지는 순간임을 어찌 알 수 있었을까? 사탄은 결코 몰랐다. 나의 허물과 죄를 뒤집어쓰고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하셔서 오늘 나의 구원자 이시며, 나의 주인이심을 찬양한다. [복음기도신문]

김갈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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