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영 칼럼] 동행

ⓒ 안호성

이슬이가 길었던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들어왔습니다. 웬일인가 물어보니 하루 휴대폰 사용을 45분으로 정해두고 그 시간을 넘길 경우 머리를 짧게 자르기로 결단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만 사용 시간을 넘겨서 자신의 결심을 실행에 옮긴 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요. 늦은 밤 부스럭거리며 무언가를 정리하더니 화장품을 분리수거함에 갖다 넣었습니다. 스무 살이 되면서 하나 둘, 구입했던 화장품인데 그걸 갑자기 왜 버리느냐, 아깝지 않냐 물었더니 화장을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해맑은 표정으로 웃어보였습니다.

이슬이가 어떤 결심을 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불필요한 것을 정리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집중하면서 본질을 찾아가는 것 같아 엄마로서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긴 머리도 예뻤지만 단발머리도 짧은 대로 귀엽고 사랑스럽네요. 메이크업을 한 얼굴도 화사하고 예뻤지만, 스물 한 살의 피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은 수수하고 자연스러워서 더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남편은 오늘 식사를 하다가 불현듯 가족들에게 근묵자흑(近墨者黑)과 근주자적(近朱者赤)의 뜻을 물었습니다. 먹을 가까이 하면 검게 되고, 붉은 빛을 가까이 하면 붉게 된다는 의미로 사람은 주위 환경과 인간 관계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자를 하나하나 풀이하면서 만남과 동행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와 동행하는가에 따라 삶의 태도와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데 언젠가 이슬이가 잠자리에 누워 고백했던 말, 제 귓가에 들려준 이야기가 오늘밤 다시 생각납니다.

“엄마, 나는 젊을 때 세상에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고 늙어서 힘이 약해졌을 때 주의 일을 하고 싶진 않아요. 나의 가장 젊은 날, 가장 아름다운 날, 가장 힘 있는 날을 주님께 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예수님과 동행하고 싶어요.” [복음기도신문]

지소영 |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2013년부터 서산에 위치한 꿈의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현재는 학교와 교회를 중심으로 가정예배와 성경적 성교육 강의를 하고 있다. 결혼한 이후 25년간 가족과 함께 드려온 가정예배 이야기를 담은 ‘153가정예배’를 최근 출간했다.

<저작권자 ⓒ 내 손안의 하나님 나라, 진리로 세계를 열어주는 복음기도신문 >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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