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칼럼] 담장 안의 아이들

ⓒ 안호성

오사카(大阪)는 도심 중심가를 벗어나면 대부분의 마을은 단독 주택으로 깔끔하게 되어 있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한다.

일본의 집들은 담이 없이 길거리 옆에 개인 주차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도로에서 바로 현관으로 연결되는 일본집이 처음에는 참 신기했다. 오사카는 겨울에도 영상 기온이기 때문에 집 앞 거리에는 항상 예쁜 화초들이 피어 있다. 그것이 그들의 길거리문화이다.

담이 없는 예쁘게 지어진 일본 집들과 화초를 보면서 한참을 걷다보면 벽돌로 높게 쌓여진 담과 굳게 닫힌 녹슨 철로 만든 교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조선)학교이다. 견고하게 쌓여진 담이 높아서 밖에서는 학교 안이 보이질 않는다.

아이들이 전부 등교를 하면 교장 선생님은 철문을 닫는다.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예쁘게 지어진 일본 집들과 나란히 서있는 우리학교가 처음에는 너무 어색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어울리지가 않았다. 일본 정부에서도 일본스러움에 어울리지 않는 우리(조선)학교를 없애려고 매년 학교를 사고 있다. 어찌보면 사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들의 싸움이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그 담장 안에서 지키려는 자, 우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일본 안의 또 다른 나라가 되어서 말이다.

누가복음 11장을 묵상했다. 밤늦게 멀리서 오느라 배가 너무 고픈 친구가 찾아왔다. 그런데 내게는 빵이 없었다. ‘친구야 지금은 내게 빵이 없으니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라’ 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곤히 잠든 시간이지만 나는 예의를 벗어던지고 빵이 있는 이웃에 가서 ‘내 친구가 너무 배가 고프니 빵을 조금만 주세요’ 하며 이웃을 깨우며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간절함이 있는지 주님이 물으신다. 예수님은 이 비유에서 상황은 예의에 어긋나고 무례하지만 곤경에 빠진 사람을 위해 그렇게 담대하고 간절히 부탁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집요하게 문을 두드리면 이웃은 일어날 것이라고 하신다. 기도는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담장 안에 아이들이 있으니 한번만 바라봐 달라고 기도한다.

귀를 막고 가난한 자가 부르짖는 소리를 듣지 아니하면 자기가 부르짖을 때에도 들을 자가 없으리라 (잠21;13)

주님! 담장 안에 있는 아이들이 보이시죠? 담장이 너무 높다고 소리도 내지 않습니다. 도리어 자신들의 소리로 이웃이 힘들까 걱정합니다.

그래서 가난하고 외롭지만 참고 견디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님! 그들은 말합니다. 주님이 만들어 주신 조선이 좋다고, 이 나라를 지키고 싶다고, 이 나라를 지키려는 이들을 바라봐 주십시오. 자비를 베푸십시오

빵이 필요한 이들에게 한밤중이라도 창피를 무릎쓰고 빵을 얻어다가 줄 수 있는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이 용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옵소서. 나도 동일하게 참고 견디게 하옵소서. 그리고 속히 이들이 지킨 조선을 통해서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십시오. 그러기 위해 주님도 지금까지 참고 견디셨으니까요

그러므로 내가 택한 자를 위하여 모든 것을 참음은 저희로도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구원을 영원한 영광과 함께 얻게 하려 함이로다 (딤후 2:10) [복음기도신문]

고정희 선교사 | 2011년 4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가족이 일본으로 떠나 2014년 일본 속에 있는 재일 조선인 다음세대를 양육하는 우리학교 아이들을 처음 만나, 이들을 섬기고 있다. 저서로 재일 조선인 선교 간증인 ‘주님이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고 싶었다'(도서출판 나침반,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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