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칼럼] 정인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에 안장된 정인 양의 묘지. 연합뉴스 캡처

얼마 전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입양아 사망 사건’이 전파를 탔다. 그리고 현재 그에 대해 온 나라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 가해자 양부모는 신상은 물론 직계족속, 직업, 종교 뿐아니라 이 부부와 관련된 모든 정보가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타전되고 있으며 국민의 분노 게이지는 더욱 높아만 가고 있다.

필자 역시 정인이의 죽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어찌 이러할 수 있는지 기사를 대할 때마다 분노가 치밀고 자녀를 둔 입장에서 정인이가 한없이 불쌍하다. 아마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슬픔과 비통한 감정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되도록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함을 공감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몇가지의 점검이 필요해보인다.

1. 선동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물론 정인이의 죽음에 대한 국민적 해시태그 운동(#정인아 미안해, 우리가 바꿀게)이 선동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분명 점검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미안함’은 감정의 공감이지만 ‘바꿈’은 의지적 행동에 대한 표출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바꿀지에 대해 언급이 없는 이 말에 많은 국민들이 선한 양심으로 동조할 것이고 이 여론은 누군가의 핸들링에 의지해 법 개정, 정책, 기관의 존폐, 권력의 창출 등의 효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무리한 해석이 아닌 것은 이미 우리는 그동안 대중매체가 특정사안의 이슈화를 통해 국민의 공분을 조장하고 그 여세를 몰아 무언가 목적을 달성하려는 모습을 많이 봐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여론몰이의 위험성을 알고 대처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이성이 마비된 대중은 초법적인 조치를 요구할 것이고 민심에 약한 공무원들(국회의원 포함)은 근시안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할 경우 또다른 이름 모를 피해 집단이 생겨날 수 있고 역으로 국민 전체가 피해를 보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2. 섣부른 판단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관심이 집중된 사안일수록 정확한 원인 규명이 필요한 것 같다. 그 이유는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게 되면 그 지목을 받은 개인이나 조직은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아무런 죄없이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이미 이러한 피해가 이번 사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1월 5일, 전국입양가족연대의 보도자료를 보면 ‘죽은 정인이에 대한 원인과 책임에 입양절차 전반도 문제가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입양 관련 기관과 입양 가족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음을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사안의 정확한 원인은 ‘아동학대’이지 ‘입양’이 아니라는 지적을 하고있는데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 이유는 2018~2019년간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 영아수가 70명이 이르지만 입양아에 해당하는 것은 이번 1건이 전부라는 통계가 이를 증명한다. 이는 현재 ‘입양아’라는 특수한 상황이 과도하게 조명되고 있음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과도하게 초집중된 사안을 그대로 흡수하기 보다 좀더 넓게 조망하도록 우리의 시선을 옮길 필요가 있다. 변화무쌍한 민심의 향방에 자신을 맡기기 보다 성경적 가치 기준에 준거한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시시비비가 옳게 분별된 후 우리의 주장을 옮겨야 할 것이다.

3. 자기 의(義)를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패륜적인 사안이 발생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 정의감일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비극을 누군가 정의롭게 처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정의감에 사로잡혔을 때 자칫 나 자신은 배제하고 보는 우리의 죄된 습성이다. 우리는 이러한 자기 의에 빠지는 함정을 유의해야 한다. 바로 누군가를 판단하는 잣대를 들이댈 때 ‘나’는 정의롭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면 그것은 매우 큰 교만에 빠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누군가의 티를 보기 전에 나의 들보를 직시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상황과 조건만 맞았다면 누구도 양부모의 비극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자각도 필요하다. 또한 복음을 알고 신앙을 가졌다면 하나님이 판단하시고 다루시도록 말씀으로 진단하고 기도로 대처하는 자세가 선행되어야 한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면 과거 효순이 미선이, 광우병, 세월호, 민식이(법), 위안부, 반일 등 우리의 공분을 샀던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보니 거짓과 날조, 정치적 선동, 프레임, 또다른 희생자를 낼 뿐 사건의 해결은 아직도 미궁 속에 있거나 답보상태인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어쩌면 이용은 하지만 해결하지는 않으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의 의식 수준의 재고가 필요하다. 성경적 관점으로, 복음의 가치 기준에 따라 현상을 진단하고 행동하는 자세를 가진 그리스도인이 필요하다. 경거망동하지 않고 신앙 양심과 도덕성을 점검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때, 정확한 원인에 따라 평가 대처할 수 있고, 민심의 움직임에 쉽게 선동되지 않는 올곧은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복음을 아는 자로, 하나님 나라의 시민권자로서 이제 우리의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다. [복음기도신문]

김동진 | 일산하나교회 담임. 복음이면 충분한 목회를 소망하고 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페이스북, 유튜브(목동TV)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 영역의 성경적 가치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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