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통신]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온 선교사

1950년대 태국으로 파송된 최찬영 선교사. 사진: 오영철 선교사 제공

“저는 가장 가난한 국가에서 온 선교사였습니다.”

그런데 그의 표현 가운데 가난한 국가에서 왔기 때문에 느끼는 서러움을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약소국 출신이었지만 세계성서공회의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 총무로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 지역은 세계 인구의 55%를 차지하는데, 1992년 그가 은퇴할 때 1년에 15억 권 이상의 성경을 배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것은 그의 은사와 성품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미국장로교선교사(PCUSA)들의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만 95세가 되는 최찬영 선교사의 이야기이다.

그는 1955년 4월에 파송 예배를 드렸고, 1956년 6월에 태국에 도착하였다. 그가 태국에 입국한 1956년의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한 나라였다. 1956년 한국의 일인당 국민소득(GDP)는 66달러였다. 태국은 138달러였으니 태국 국민 소득은 한국의 두 배가 넘었다. 당시 미국은 2674달러로 숫자로만 보면 40배 이상으로 도저히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던 시대였다. 사실 당시 한국은 재정적으로 독립국가가 아니었다. 한국 전체 수입의 13%와 한국 정부 예산의 40% 이상이 미국 정부의 지원이었다. 한국은 미국에서 지원 받은 밀, 보리, 쌀 등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이처럼 미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생존이 어려운 나라였다.

“당시 태국교회는 한국에서 온 선교사에게서 사역비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가난한 국가에서 온 한국 선교사를 위하여 태국교회가 주택을 준비하여 주었습니다.”

선교지 교회인 태국기독교총회(The Church of Christ in Thailand)도 가난한 한국의 상황을 잘 알아서 선교사를 위한 주택을 제공해 주기로 하였다.

필지와 함께 한 최찬영 선교사(가운데) 부부

당시 최 선교사가 한국교회에서 지원 받은 것은 월 120달러였다. 한국의 국민당 1년 GDP가 66달러였음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하여 지원한 것이다. 그렇지만 선교지 태국에서 정착하여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당장 태국어를 배우는 것이 문제였다. 당시 유일한 언어학교였던 유니언 언어학교(Union Language School)의 1명의 학비는 한 달에 120달러가 넘었다. 한국교회가 선교사 두 명 생활비를 합한 숫자보다도 많은 금액이었다.

“어떤 일인지는 지금까지도 자세히 모르지만 미국장로교 선교사가 와서 언어공부를 하면 된다고 하였습니다.”

최 선교사의 말이다. 미국 장로교선교부(PCUSA) 소속 선교사들이 한국교회 선교사들의 경제적 사정을 알고 학비를 대신 내준 것이다.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태국어를 정상적으로 배울 수 없었다.

그 가운데 특히 잊을 수 없는 미국장로교 선교사(PCUSA)가 선교사가 있다고 한다. 1946년 미국장로교에서 파송된 어니 포그(Ernest Fogg)라는 선교사였다. 당시 태국에 있던 미국장로교 선교사 약 70명의 부 대표로 있었다. 그는 최 선교사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티를 내지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도와주었다. 최 선교사가 언어를 배운지 10개월 정도 되었을 때 방콕에서 있었던 부활절 연합집회에 설교자로 초대하였다. 아직 1년도 안된 가난한 국가에서 온 동양 선교사에게 중직을 맡긴 것이다. 어니 포그는 출신국가의 형편을 본 것이 아니라 한 선교사의 능력과 됨됨이를 보았기 때문이다.

본래 사역이 BIT라는 중국장로교에서 세운 신학교에서 교수사역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몇 개월 정도는 그 학교에서 가르쳤다. 그런데 갑자기 방콕에 있는 제2교회 일명 삼얀교회의 담임목사로 변경됐다. 당시 방콕에서 두번째 세워진 제2교회 당회장이었던 어그 포그 선교사가 그렇게 제안한 것이다. 그가 보았을 때 앞으로의 사역을 위하여 최 선교사가 제2교회 담임목사로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최 선교사가 제2교회 담임으로 있을 때 기대치 않았던 자동차를 장만할 수 있었다. 그것도 포그 선교사의 배려 때문이다. 1958년 포그는 동아시아크리스천회의(East Asia Christian Conference, EACC )에서 최 선교사를 위하여 차를 구입하여 줄 것이라고 하였다. 한 선교사가 임기를 마치고 출국하면서 좋은 가격으로 차가 나왔는데, 1500불이라고 한다. 물론 최 선교사는 그 내용도 모르고 차를 살 형편도 안되었다. 그 액수는 한국 선교사의 1년 선교비보다 많은 큰 액수였다. 어니 포그 선교사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선교사의 자존심이 상처받지 않도록 일부러 EACC라는 단체의 이름으로 도와 준 것이다.

최찬영 선교사의 정착에 도움을 준 미국 장로교(PCUSA) 소속 어니 포그 선교사와 가족들.


최찬영 선교사가 태국성서공회총무로 섬기게 된 것도 어니 포그 선교사 때문이라고 한다. 태국 전체를 위해 중요한 자리였다. 1890년부터 1962년까지 미국인들이 태국성서공회 총무를 하였다. 이제 때가 되어 태국인이 그 자리를 맡아야 하는데, 태국인 가운데는 그럴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아시아인이 하는 것으로 정리를 하였다. 그 때 최 선교사를 강력하게 추천한 인물로 포그 선교사로 추정하고 있다. 최 선교사를 파송한 국가의 형편을 보지 않고 한 선교사의 인물됨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1956년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이해하는 한국은 소망이 없는 가난한 나라였다. 그곳에서 온 선교사는 가난한 국가의 상황과 단절될 수가 없었다. 가난하면 무시 받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일반 세상의 질서이다. 그렇지만 미국 장로교선교사(PCUSA)는 깊은 배려와 도움으로 한 선교사를 세워주었다. 그런 배려가 있었기에 가난한 국가에서 파송된 선교사는 초기 정착, 이후 사역 발전, 리더십 계발과 선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 위기로 한국교회 선교위기를 예상하고 있다. 적어도 경제적 충격과 파급효과는 매우 실제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생존을 위한 방법을 심각하게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우려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허버트 케인(Herbert Kane)은 1981년 그의 책 세계선교의 오늘과 내일(The Christian World Mission: Today and Tomorrow)에서 당시 세계 기독교를 다루면서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기독교를 걱정하였다. 일부 지역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발전중인 교회로 표현하였다. 미국과 유럽교회의 약화 등을 고려하면 당시 26%인 기독교인인 비율이 2000년에는 세계 기독교인들이 전 세계의 20%로 예상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프리카와 라틴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서 교회가 놀랍게 부흥한 것이다. 그의 예상과 달리 2000년에는 32%가 되었다. 유명한 선교학자의 예측과 다른 하나님의 계산방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교와 교회는 충격적인 사회적, 경제적 변혁 속에서도 이어져왔다. 오히려 심각한 파멸의 순간에도 하나님의 이름은 높여졌다. 유다가 망하고 예루살렘이 파괴된 이후 포로로 잡혀간 다니엘은 소망이 없었던 시대의 인물이다. 그렇지만 세계를 이끌던 바벨론과 페르시아의 여러 왕들이 다니엘 때문에 하나님을 인정하고 예배하게 된다. 포로이며 이방인이었던 다니엘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6년 6월 가난한 국가에서 한 가족의 선교사를 파송한 한국교회가 오늘날 2만8000여 명으로 성장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 하나님은 오늘도 전 세계에서 역사하신다. 그 하나님께서는 익명의 사람들과 교회를 오늘도 인도하고 선교를 준비하신다. 그들은 어쩌면 우리가 선교하는 선교지 교회일 수 있다. 우리가 연약하다고 느낀다고 해서 하나님이 연약하다고 하지 않으신다. 코로나가 있다고 해서 하나님의 선교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그 방법과 지역과 양상은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제 눈을 뜨고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장로교(PCUSA) 선교사였던 어니 포그는 그 눈이 있었다. 그런 관점으로 최찬영 선교사를 보았고 배려하고 안내하였다. 코로나 위기 시대에 우리의 관점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그 길을 갔던 어니 포그(Ernest Fogg)가 우리 가운데 얼마나 될까? <오영철 선교사>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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