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선 칼럼] 내가 조직신학을 공부하려는 이유

중국의 한 가정교회. ⓒ 복음기도신문 자료사진

2021년부터 OO대학교 일반대학원 조직신학 박사과정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안 해”

아내는 나를 박사로 만들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그런 아내에게 내가 취한 태도는 ‘안 해’였다. 90년대라면 박사과정을 공부하는 것을 나 자신도 좋아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교를 하면서 그런 것이 별로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빛도 없이 선교하시는 스승님을 뵈면서 일종의 해탈(解脫)을 느꼈다. 높아지려는 것은 별 것이 아니었고 헛된 것임을 느꼈다.

그런데 중국에서 추방되었다. 몇 달을 울었다. 추방된 이유를 모르겠다. 계속 그러고 있을 수는 없으니 중국을 선교할 방법을 찾아 인터넷으로, 또 한국에서 중국인 신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을 했다.

2. 하늘의 명령

“조직신학을 공부해라”

나를 아껴주시는 GMS의 선배 선교사로부터 조직신학을 공부하라는 말씀을 들었다. 순간, 하늘로부터 오는 명령임을 느꼈다. 중국을 선교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직감(直感)이다. 누가, 그리고 어떤 장소가 위험한지, 또 해야할 일을 주님이 직감을 통해 알려주셨다. 조직신학을 공부하라는 선배 선교사의 말에 그 직감이 작동되었다.

3. 역사 공부

선교사로 중국에 가기 전까지 나는 공군목사로 있으면서 90년대에 신학석사까지 역사신학을 공부했다. 역사신학을 공부한 이유는 오순절 성령의 강림으로 기독교의 교회가 시작되었는데 해석의 문제는 있으나 이전의 역사는 성경을 통해 이미 확정된 것인데 교회의 역사는 성경을 기준으로 하여 연구하고 해석할 부분들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선교를 준비하면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했다. 그리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나는 이상하게 혼자서 한국의 역사를 공부했다. 새벽 2시에 역사에 감동되어 통곡하여 울기도 했다.

그 때는 몰랐다. 왜 그렇게 한국 역사를 공부했는지. 그런데 2010년에 선양에 있는 한국국제학교에서 일종의 비정규직 교사로 한국 역사를 가르치게 되었다.

그러다 점점 세계역사도 가르치고 영역이 넓어져서 이른바 ‘사탐’(사회탐구)선생이 되었다. 가르친 아이들 중에는 교사추천서로 연세대 사학과에 들어간 아이도 있었다. 하나님은 성경의 역사, 중국의 역사, 한국의 역사, 그리고 세계 역사를 보게 하시면서 나로 하여금 하나님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에 대한 통합적 인식의 지평을 알게 하셨다.

4. 역사와 문화와 신앙의 좌표

무엇보다 교사로서 역사를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그 눈빛은 예수님을 영접하면서 변하는 눈빛과 같은 종류의 것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그것은 역사와 문화의 좌표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역사와 한국어와 문화를 인식하면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좌표가 나온다. 거기에 하늘로부터 땅으로 오는, 영원으로부터 시간으로 들어오는 부르심의 은혜, 곧 구원의 부르심을 받고 변하면 이것이 곧 한국인으로서의 그리스도인이다.

동일하게 중국인이 중국의 역사와 문화와 주님의 부르심으로 인한 좌표를 찍게 되면 그의 심령과 삶은 변화되며 주님의 예정과 섭리의 인도하심에 자신을 맡기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사명의 삶을 살게 된다.

5. 개신교 선교의 틀

이것은 개신교 선교의 원론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 어떤 민족에게 가든지 개신교 선교사의 기본 바탕은 이것이다. 이것은 이전에 수백 년간 이어 온 개신교의 제국주의적 선교의 틀을 버리고 성경이 말씀하는 참된 선교의 바탕을 확보하는 것이다.

사실 선교사로서의 나는 개신교 선교 원론, 개론, 선교사 양육 커리큘럼 등 제국주의적 선교의 개념에서 벗어나 개신교 선교의 바탕을 이룰 학문의 체계를 이미 세웠다. 문제는 내가 유명하지도 않으니 말을 해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GMS의 선배인 J 선교사도 내가 이루어 놓은 학문의 가치를 높이 보고 처음에는 나를 선교학 박사 과정을 공부시키려고 했다.

6. 개혁주의 신학의 위기

가. 무너져 감
그런데 더 시급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개혁주의 신학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에 관한 신앙이 한국 교회에서 너무나 많이 약해져 있는 것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니 이미 한국 교회는 인본주의에 의하여 그 신앙과 신학이 점령당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위험한 상태가 되었다. 우리의 신앙과 신학은 로마 가톨릭과의 전쟁을 통해 재발견한 그리스도 절대적 구원과 하나님의 예정과 섭리를 기초로 해야 한다.

나. 삼분설
한국교회에서 문제의 내면을 더 깊이 들어가면 사실 인간이 영, 혼, 육으로 구성되었다고 믿는 ‘삼분설’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초대 교회에서 영지주의로 꽃이 피고 열매를 맺으면서 로마 가톨릭으로까지 모든 이단의 근본이 된다. 게다가 아르미니우스주의와 자유주의신학, 현대신학 등 모든 비 정통 신학의 원류가 된다. 삼분설이 심각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영과 혼과 몸 사이를 계급적으로 보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신학자들은 인간의 영은 죄로 오염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7. 나의 사명

내가 조직신학을 공부하라는 선배 선교사의 말을 들었을 때에 내 속에서 하늘의 부르심으로 받은 배경은 이와 같다. 다만 나의 기본적 학문의 바탕이 깊지 못하여 박사과정의 공부를 제대로 해 낼지는 의문이다. 나는 평소 나의 자식들이 학생으로서 공부할 때에 ‘목숨을 걸고 공부하라’고 했다. 신학석사를 97년에 했으니까 24년 만에 다시 공부를 해야 한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이것이 가능할까? 그러나 이번에 내가 나의 자식들에게 정말 숙달된 조교의 시범처럼 그렇게 목숨을 걸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다. (정말 그렇게까지 공부할까? 하는 의심이 든다. 말한 것만큼 공부하기를 기도한다.)

마르틴 루터가 보름스 국회에서 로마 가톨릭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깨달은 그리스도 절대의 신앙을 견지하며 한 말이 생각난다.

“제가 여기 서있습니다. 하나님이시여, 나를 도우소서.” [복음기도신문]

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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