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 통신] ‘스프라이트’와 ‘복숭아 통조림’

▲ 스프라이트를 이제는 확실하게 알게된 좌와디. 사진: 김경희 선교사.

공동체에 남은 다니와 크리스티네, 레헤마와 좌와디는 모두 예배를 드리기 위해  교회를 갔다. 그러나 디스크 협착으로 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이 무리가 되어 현지교회를 못가고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렸다. 한 인 두명이 모여 한인 예배를 드렸다. 남편이 말씀을 선포했다.

마태복음 2:21~26.
한국말로 기도하고, 한국말로  찬양하고, 한국말로 성경을 읽고 한국말로 설교를 하고 들었다. 역시 은혜가 직빵으로 왔다. 귀가 편하다.  모국어가 주는 이 넉넉함! ‘아’ 만  해도 모든 정서가 그대로 전달되고 굳이 신경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들리는 모국어의 편안함.  좋았다.

그러나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라가라고 욕설하거나 멍청이라고 뱉는 순간 지옥행이라는 무서운 말씀앞에 섰다.  말로 실수하고 말로 아프게 했다면 꼭 풀고 내가 뱉은 말을 그대로 주어 삼키라는 말씀에 심장이 찔리듯 뜨금했다.

화만 내도 살인이라고 유진 피터슨은 메시지에서 번역하고 있다. 나는 오늘도 살인자. 사형선고 같은 메시지였다. 그동안 레헤마에 대한 나의 불편했던 태도와  때론 이해를 잘 못하는 이 아이에게 심하게 했던 말들이 떠올라 오늘 설교는 나를 위한 주님의 조치구나 싶었다. 정말 끔직한 것은 그리고 가장 단순한 진실은  우리는 말로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다.

주여…  얼마나 많은 살인을 했는지. 참 숨고싶을 만큼 얼굴이 화끈거렸는데, 이 때 숨통 트이는 말이 들렸다. 반대로 보면 말로 우리는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그리고 주님은 나의 언어생활을 점검할 것을  말씀하셨다.

못 알아듣는다고 한국말로 비하했던 수없이 많은 살인들… 마음속으로 거짓말을 밥먹듯 하니 그러니까 너희가 계속 이러고 살지 하며 저주했던 말들… 역시 어쩔 수 없어 하며 무시했던 말들… 너희가 별 수 있니 하며 마음으로 조롱했던 말들… 주여 이 죄인을 용서하소서. 주님을 귀히 여겨 생명 살리는 생명공동체로 나부터 설 것을 결단케 하셨다.

점심에는 우리 지체들과 뒷 뜰에서  돼지고기를 숫불에 구워 먹었다. 고기 굽는 냄새만으로도 기분도 업되고 더욱이 쵸마는 우리 모두가 다  좋아하는 음식이라 준비할 때부터 신바람이 났다.

크리스티네가 우갈리를 쑤고 레헤마와  좌와디는 상을 차리고 다니와 남편은 숯불을 피우고 찌지직 고기 익는 냄새에 다들 군침을 삼켰다.

막내 좌와디에게  음료수 심부름을 시켰다. 코가콜라  한 병과 스프라이트 한 병. 큰 것으로 사오라고 했다. 잘 알았다고 씩씩하게 갔다. 잠시후 웃으면서 돌아온 좌와디는 코가콜라 하나만 내어놓고는 베시시 웃는다.

“나머지 하나 이름을 잊어먹었어요.”

우린 모두 웃었다. 집에서 가게까지는 5분도 안되는 거리이다. 그런데 이름 하나를 까먹었다고  하니 어찌 웃지 않을까~~

그러나 좌와디는 노여움도 타지 않고  또 베시시 웃으며 뭐라고요 묻는다. 스프라이트라고 말해 주니.
스프~라이트.
스프~라이트.
스쁘~~~라이트. 외우며 뛰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색색거리며스프라이트를 들고 온 좌와디.

“이거 맞죠?” 재차 확인 한다.

언제 이런 음료수를 먹었을까. 좌와디가 사는 곳은 외곽이다. 정말 오고갈데 없는 사람들이 겨우 땅을 지켜주는 댓가로 양철로 겨우겨우 집을 짓거나 나무로 얼기설기 집을 짓고 사는데 그곳에서 산  이 아이에게 스프라이트는 너무나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잘 몰랐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잊어버린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고, 감추려고도 하지 않고, 잊어버렸다고 이야기하는 그 모습 그대로가 참 사랑스러웠다. 

저녁식사는 신 냄새 폴폴 풍기는 김치에 돼지고기 팍팍 넣어 푹 끓인 김치찌개를 했다. 먹는 모양새만 보면 누가 콩고 사람이라 할까. 김치찌개 국물 먹으며, ‘꺄 ~’ 감탄까지 한다. 다니와 크리스티네는 신 김치를 좋아하는데  누구보다 맛있게 먹는다.  먹는 것도 예쁘다.

그리고 간만에 디저트로 복숭아 통조림를 내주었다. 며칠 전 마트에 가니 수입되어 있어 반가운 마음에 사왔는데 역시 옛 추억의 맛이 떠오르며 순간적인 기쁨을 누렸다.

“통조림 이게 뭐예요?”
“복숭아는 무슨 과일?”

복숭아라는 과일도 처음이요, 통조림도 처음인 지체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했다. ‘아하아하’ 그리고 달달한 복숭아 한 입 먹고 ‘으음~~~’하는 우리 다니. ‘달달한 시럽에 맛있어요.’ 하는 좌와디. 몰캉한 복숭아 맛에 신기해하는 레헤마.

그릇에 구멍이 나도록 마지막 시럽 국물까지 다 먹는다.  정말 맛있나보다.  총 여덟 조각이 들어 있어 하나씩 먹고 남은 두 개를 반으로 주니 마다않고 받아 싹싹 비운다. 먹는 게 예쁜 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 보다. ㅎㅎ

스프라이트와 복숭아 통조림. 작은 일상에서 주님은 기쁨을 누리게 하셨다. 주님 주신 것 감사함으로 누리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임을 오늘 하루 통해 다시 고백한다. 함께 함이 선물입니다. 공동체를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 [복음기도신문]

김경희 선교사 | 콩고민주공화국의 동북지역 고마시에서 이 땅의 거룩한 다음세대를 세우기위해 남편 윤성운 선교사와 헤브론 고마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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