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와 부끄러운 죄를 기억나게 하는 십자가의 예수 그리스도

그림설명: Thomas Eakins, , 1880, oil painting, 96x54inch, Philadelphia Museum of Art.

이 작품을 그린 에이킨스 (Thomas Eakins)는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특히 사실주의 회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에이킨스는 유명한 교육자였고, 아주 지적인 화가였다.

그는 주로 주변의 인물이나 저명인사의 초상화 또는 수술, 해부학 강의 등의 장면을 주제로 택했다. 손에 잡힐듯한 생생한 사실성과 예리한 비판은 당대의 누구도 능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철저히 현실에 기반을 둔 그가 십자가를 주제로 택한 점은 학계에선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비춰진다.

어떤 학자들은 십자가 책형이라는 육체의 고통이 의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를 자극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하지만, 치밀하게 묘사된 가시관과 십자가 위에 헬라어와 라틴어로 “유대인의 왕 예수”라고 쓴 종이 한 장의 고증을 근거로 가늠해본다.

그가 그리고자 했던 것이 고통 받는 죄수의 모습이 아니라, 2000년 전에 있었던 십자가가 그에게 ‘실제’임을 묘사하려 했다는 것임을.

그러나 여전히 한 가지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처럼 사실적인 묘사에 누구보다 능통했던 그가 왜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을까 하는 점이다. 나는 이 해답을 최근 깨닫게 됐다.

얼마 전 공연을 마친 극단 아트리의 뮤지컬 “가스펠 Gospel”<본지 30호 참조>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나’의 십자가 장면을 통해서였다. 이 장면의 참혹함은 너무나 생생하여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이 십자가를 지지 않고는, 예수의 십자가를 통하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나올 자가 없다는 복음의 메시지를 표현할 다른 방법은 없었다.

에이킨스는 그리스도의 거룩한 표정이나, 고통에 일그러진 표정을 섬세하게 묘사하지 않았다. 대신, 예수의 얼굴을 어둠 속에 숨겼다. 그럼으로써, 자연스레 우리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 투영시키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는 전통적인 십자가 그림에 늘 등장하던 인물들이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 십자가의 뒤에 펼쳐진 빈 땅은 독백의 무대가 되어 이것이 곧 나의 십자가임을 증명한다.

내가 죽은 십자가, 내가 달린 그 십자가, 예수와 함께 내가 그곳에 서 있다. 에이킨스가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나 죽고 예수의 생명으로 사는 삶’, 바로 ‘복음’ 그것이 아닐까?

글.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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