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에 가면 찾아뵙는 분이 한 분 두 분 늘어갑니다.
오늘도 항상 뵙던 분 집을 찾아 좁은 길과 삐걱거리는 계단을 오르는데 어디서부터인지 출처를 알 수 없는 냄새가 났습니다.
생선이 썩은 냄새 같기도 해서 인상이 조금 찌푸려졌습니다. 판자로 만들어진 2층 집 임ㅇ련 아버님 쪽방에 도착하니 방문이 닫혀져 있었습니다.
‘오늘 기온이 높아서 방 안이 상당히 더우실텐데 문을 왜 닫아놓으셨을까?’ 생각하며 아버님을 부르니 곧 방문이 열렸고 반갑게 저희를 맞아주셨습니다. 매주 화요일 방문하는 저희를 진심으로 기다려주십니다.
2평이 안 되는 방 안에서 세 사람이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보니 아버님께서 조금 전 계단에서 맡았던 냄새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건너 집에서 사람이 죽었는데 그 누구도 신경을 안 써 5개월 가량을 방치했다. 그리고 시체를 치웠는데 시체가 액체(점액)가 되어 장판에 스며들었다. 그래서 방을 치웠지만 냄새가 계속 난다.”
그래서 방문을 닫아놓고 있다는 말씀을 들으니 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건너 집에서 시체 썩은 냄새가 방 안에 들어와도 어쩔 수 없이 맡아야 하고 방 안이 더워 땀이 나지만 문을 계속 열어놓을 수 없고 그렇다고 이사갈 수도 없는 형편, 그 모든 상황에도 그저 담담히 말씀하시는 아버님의 모습에 이것이 이 시대의 소외계층이라고 말 없이 웅변하는 듯 했습니다.
요한복음 11장에 마리아의 오빠인 나사로가 병으로 죽게 됩니다. 예수님의 친구 나사로가 죽자 나흘이 되도록 예수님은 나사로의 무덤에 가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베다니의 나사로의 무덤으로 가셔서 돌문을 열라고 하시자 시체가 썩는 냄새가 난다고 말합니다.
나사로가 살던 베다니는 병자들이 가득한 동네였고 나사로 또한 병자였습니다. 건강한 유대인들이 죄인이라 부르던 병자들이 살던 그 땅이 2000년 후에는 최첨단 거대 도시 안의 섬처럼 존재하는 쪽방촌이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통치자가 사는 예루살렘에서 고작 2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슬픔의 땅 베다니, 서울의 중심 종로와 경복궁, 창덕궁으로부터 2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종로 쪽방촌, 수 많은 도시민들이 이동하는 영등포역으로부터 2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영등포 쪽방촌까지 모두 이 시대의 슬픔은 우리가 찾기 힘든 곳이 아니라 근거리에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항상 맡으셨던 시체 썩은 냄새를 오늘 태어나 처음으로 맡는데 왠지 2000년 예수님의 마음이 잠시 아주 잠깐 스쳐지나가듯 느껴졌습니다.
주님! 이 자리로 저를 인도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주님이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이 곳이 저는 좋습니다. [복음기도신문]
손은식 목사 | 2013년 말부터 서울 시내의 노숙자와 홀로 사는 어르신을 돕고 기도하는 프레이포유 사역으로 이 땅을 섬기고 있다. 이 칼럼은 손은식 목사와 프레이포유 사역을 섬기는 사역자들의 사역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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