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은 더 되었다. 나는 독일의 뮌헨에 한인 교회에 부흥회 인도 차 갔었다. 그때 안내하시는 목사님이 나를 뮌헨 올림픽 경기장을 구경시켜 주었다. 듣던 대로 대단했다. 목사님이 그곳을 해설하면서 몇 해 전에 조용기 목사님이 이곳에 와서 독일 사람들을 중심으로 올림픽 경기장에서 수만 명을 모으고 대형집회를 열었다고 소개해 주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조용기 목사님은 참으로 탁월한 대 전도자라고 생각했고 부러웠다.
그뿐 아니라 조용기 목사는 전 세계 모든 대형집회에서, 그 속사포 같은 영어로 대중들을 휘어잡고, 간단 명료한 메시지로 복음을 증거했다. 그는 어찌하여 한국의 난다 긴다 하는 미국 유학, 영국 유학파 목회자들도 못하는 수만 수십만 명의 사람들에게 영어로 복음을 선포하고, 회중들을 환호하게 했을까를 생각해 봤다.
세기의 전도자 미국의 빌리 그래함 목사의 설교를 들어보면, 그 영어가 명쾌하고 정확한데다 아주 짧은 단문이 계속 연결되고 있었다. 말하자면 대중들이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영어로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다. 아마도 조용기 목사도 빌리 그래함을 친구로 삼아서인지 그의 메시지 또한 단순 명료했다.
순복음교회 최측근의 사람들의 말을 빌리면, 조용기 목사는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영어단어와 문장을 외우는 것을 봤다고 한다. 역시 그는 전 세계를 품고 중단 없이 기도하고, 끊임없이 노력한 분임에 틀림이 없다.
그는 가난했고 질병을 앓았다. 불광동에 천막 개척교회를 하면서, 그는 대중들의 요구(need)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그런 그에게 요한삼서 1:2의 「사랑하는 자여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범사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는 말씀이 마음에 꽂혔다. 그는 그 구절을 통해서 예수 믿고 부자 되고, 건강한 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선포했다. 이를 가리켜 이른바 <삼박자 구원> 또는 <삼박자 축복>이라 했다. 모든 메시지의 결론은 그것으로 끝을 마감했다.
1960년대 초에 나는 서대문구 충정로에 박윤선 목사님이 개척한 동산교회를 전도사로 섬기고 있었다. 한길 건너 조용기 목사의 순복음중앙교회가 있었고, 가난에 찌들고 병에 걸린 사람들이 조용기 목사의 이른바 <희망의 메시지> 또는 <긍정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서 몰려들었다. 그 후 여의도 개발의 정보를 알아낸 서울시 부시장(?)인 그의 오른 팔의 도움으로 여의도에 땅을 사고, 여의도 순복음 시대를 열었다. 그래서 세계 최대의 교회가 되었다. 전 세계 모든 교회지도자들이 여의도 순복음 교회의 부흥을 배우기 위해서 몰려왔고, 한국의 모든 목회자들도 조용기 목사를 따라 하려고 그와 함께 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조용기 목사의 부흥운동은 1970~1980년대 부흥의 견인차가 되었고, 한국교회부흥운동의 중심에 섰다. 그의 사역과 그의 삶은 모든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옛 말에 인물이 시대를 만들기도 하지만, 시대가 인물을 만들기도 한다. 조용기 목사가 성령 충만을 기치로 내세우고 사역을 시작한 1960년대는, 대한민국이 정말 찌들게도 가난하고 못살던 시절이었다. 교회의 부흥은 멈추고 어디하나 희망의 출구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하고 <우리도 한 번 잘 살아 보세>라는 새마을 운동이 전개되고,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져야 나라도, 개인도, 새롭게 바꿀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리고 있었다. 어쩌면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구원>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성경말씀을 <긍정의 힘>으로 이해한 듯하다.
사실 당시 미국의 수정교회 로버트 슐러 목사는 노만 핀센트 필의 <긍정의 힘>을 빌려서 인간은 자기 마음먹기에 따라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말로 세계를 움직였다. 물론 그 배후에는 프로이드(Freud)의 심리학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쨌든 그 시대는 그것이 바로 진리이고 그것이 성경적이란 인식이 있었다. 특별히 20세기는 오순절교회(Pentecostal Church)의 대 부흥의 시기였다. 세계 각국에 오순절 운동으로 방언의 역사가 강조되었고, 한국의 오순절 운동도 그것과 괘를 같이 했었다.
그런데 9월 13일 조용기 목사는 86세를 일기로 주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가 한국 교회와 세계 교회에 끼친 신앙의 유산은 너무도 큰 것이었다. 그의 아호대로 영산(靈山), 말 그대로 영적 큰 산이었다. 하지만 그가 60년 동안 외쳤던 <삼박자 구원>이 성경적으로 옳은가는 지금부터 진지하게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도요한이 가이오에게 통상적 안부의 인사와 기도하는 덕담을 가지고, 그의 모든 신학과 신앙을 매달아 놓은 것이 성경적이라고 할 수 있을는지… 삼박자는 <창조>, <타락>, <구속>이다. 즉 <하나님의 창조>, <인간의 전적타락>,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구속> 이것이야말로 개혁교회의 핵심이다. 칼빈이 말한대로 <말씀>과 <성령>이 더불어 역사해야 한다.
아무튼 그는 우리시대, 한국교회의 영적 거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모든 성도들과 가족들에게 주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복음기도신문]
정성구 박사 | 전 총신대. 대신대 총장. 40여년간 목회자, 설교자로 활동해왔으며, 최근 다양한 국내외 시사를 기독교 세계관으로 조명한 칼럼으로 시대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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