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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칼럼] 공군 군목의 책임감과 의식

사진: Aaron Burden on unsplash

공군 목사 이야기(5)

1. 예천비행단의 기억

진짜 비행단에 오게 된 것은 예천 비행단이었다. 부안 의상봉 레이더 부대와 춘천 방공포 부대는 중령이 지휘관이셨고 군산 비행전대는 대령이 지휘관이셨다. 비행단에 와서 비로소 장군이 지휘관이셨다. 나의 지위는 언제나 군종실장이었다. 비행단에서는 천주교의 신부와 불교의 법사가 있었다. 두 분 다 성품이 좋은 분들이라 큰 문제가 없었다.

처음 모셨던 지휘관이 천주교 신자셨는데 키가 크고 성품이 좋으셨다. 배구를 좋아하셔서 가끔 간부들이 모여 배구를 했다. 사격 연습도 했는데 나도 합류했다. 대학 때에 문무대 훈련이 있었다. 지금 대학생들은 모를 것이다. 80년대에는 대학생들이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때 M16 소총을 쏘아 보았다. 그리고 91년에 군종장교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K2소총으로 사격했다. 그런데 비행단에서는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경험했다. 영화에서는 한 손으로 쏘는데 사실 반동이 꽤 있어서 한 손으로 쏘는 것은 부적당하다. 오른 손으로 총을 쏠 자세를 취하고 왼손으로 감싸 쥐어 반동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격 명중률이 높아진다.

2. 군종실의 역할

나는 공군의 일반 군목들과는 좀 다른 면이 있기는 했다. 보통 비행단에 비상이 걸려도 군목은 그렇게 주목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스스로 비행단 비상훈련에 참여했다. 즉 며칠 동안 관사로 복귀하지 않고 근무지에서 무장한 상태로 대기했다. 마침 수요예배가 되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했다. 만일 전쟁의 상황이라면 나는 군복을 입고 약간의 무장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수요 예배에 군복을 입은 상태로 설교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만일 전쟁이 나면 공군 비행단에서 군종실은 무엇을 행하나? 본부의 매뉴얼을 보았다. 전쟁이 나면 공군 비행단은 격리된다. 허가된 자 외에는 출입할 수 없다. 군종실은 시신이 나오면 시신의 장례를 맡았다. 그리고 비행단 병사들을 위문하며 사기를 진작시켰다. 상식적으로 알만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당황하면 보통의 평범한 일도 행하지 못한다.

3. 길거리 농구

나는 평소에 농구를 좋아했다. 그래서 근무가 끝나면 군종병들과 함께 농구를 했다. 군종병들이 처음에는 체력이 약해서 한 경기 정도밖에 하지 못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체력이 좋아져서 3~5경기를 해도 끄떡없었다. 나는 농구를 하다가 병사들에게 기독교와 친근하도록 하기 위해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교회 앞에 농구대를 설치하고 3인 1조가 되는 길거리 농구팀을 결성하고 각 특기별로 농구 시합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금도 좀 걸고 혹은 각 부대 지휘관들의 협조를 받아 우승한 팀은 특별휴가를 다녀오도록 하는 것이었다. 자연히 교회 앞 농구대에서 병사들이 북적거렸다. 교회에 병사들이 더 늘지는 않았다. 그러나 병사들로 하여금 교회가 있고 기독교적 활동이 있음을 각인시키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4. 골프와 주일성수

단장님은 천주교 신자라 토요일 밤에 미사를 드리고 주일에는 골프를 쳤다. 그런데 단장이 골프를 치면 수하 장교들이 함께 골프를 쳐야 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기독교인 장교들은 예배를 드리지 못했다. 집사님들이 예배에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나는 단장님을 찾아갔다. 그리고 솔직히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단장님은 기독교인 장교들을 고려하시겠다고 했다.

나는 또 하루 날을 잡아 골프에 관한 설교를 했다. 주일에 예배를 드리고 운동을 목적으로 골프를 치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휘관을 모시는 일 때문에 예배를 드리지 않는 것이라면 그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골프를 너무 많이 하면 골을 퍼내는 것과 같은 현상이 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 설교를 듣고 강씨 성의 집사님이 은혜를 받았다고 하며 앞으로 주일에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했다.

5. 결단과 인생행로

그러자 문제는 이제 나에게 생겼다. 왜냐하면 이 분이 중령이시고 비행대대장이다. 내가 단장님께는 말씀을 드렸지만 집사님 자신이 이렇게 결심을 하면 진급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군인에게 있어서 진급은 삶의 거의 모든 것이었다. 그런데 집사님이 설교에 은혜를 받았다고 하면서 앞으로 주일에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하니 정말 난감했다.

그때 알았다. 설교는 정말 사람의 인생의 방향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 집사님의 결심이 나중에 대령으로 진급하는 결과가 되었다면 좋겠지만 역시 짐작한대로 강 집사님은 대령 진급이 안 되었다. 그리고 예편하셔서 아시아나 비행기를 조정 하셨다. 나는 그때에 이 상황과 결과를 이해하지 못했다.

먼 훗날 중국으로 선교를 가서 나의 스승이신 최창업 목사님을 만나 대화를 할 때 깨달았다. 최 목사님께서는 강 집사님의 인생에서 꼭 대령으로 진급하는 것이 최선으로 행복한 것은 아닐 수 있다고 하셨다. 오히려 예편하여 민간항공기의 조정사로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나 자신이 선교사가 되어 비록 상당한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주님의 일을 위하여 국내에서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하고 전혀 다른 세계를 알아감에 있어서 최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군목 당시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진급이 군인의 모든 것이라는 관점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6. 기독 장교회장의 죽음

이 시기에 나는 불행한 소식을 하나 들었다. 그것은 대전 공군본부에서 장군으로 진급하지 못한 대령 집사 한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었다. 본부에서 기독 장교회 회장을 맡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살이라니. 사건의 경황은 이러했다. 공군사관학교 동기들이 장군으로 진급하고 자신은 진급하지 못하자 이 집사는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잘 참고 관사에 돌아갔는데 그의 아내가 “바보같이 그것도 진급을 못하냐?”고 말했다. 아내의 이 한마디에 집사는 자기 삶을 끝내 버렸다.

여자들은 아내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남자들은 세상의 모든 스트레스들을 견딜 수 있다. 아니 이를 악물고 처자식을 위해 견딘다. 그것이 30톤 탱크의 무게로 짓누르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아내와 자식을 위해 견뎌낸다. 그런데 참지 못하는 것이 있다. 성경을 따르면 남자의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 여자이며 아내이다. 그 아내가 남편을 멸시하는 것은 세상의 모든 것이 멸시하는 것보다 더한 무게로 남편의 영혼을 파괴할 수 있다. 만일 그 저녁에 아내가 남편에게 ‘공군의 사람들 참 사람 볼 줄 모른다.’ ‘수고했어. 내 남편, 난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이런 말로 남편을 대했다면 그 불행한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조직에 대한 섭섭한 마음은 있지만 부부사이에는 세상의 어떤 곤경도 함께 헤쳐 나갈 우정과 전우애가 확인되며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할 수도 있었다.

7.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시험을 준비시키는 성경

기독교인이 될 때에 하나님 앞에서 인간이 무엇인지를 공부하고 그 다음은 남자와 여자가 남편과 아내로서 가정을 꾸민다는 것이 무엇인지 철저히 인식하고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 성경의 가장 처음 부분 즉 창세기 1장과 2장이 바로 이 내용을 담고 있다.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목사가, 선교사가, 교수가 목숨을 걸고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하나님의 사람들조차도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잘 모른다. 다시 말한다. 성경의 처음 부분인 창세기 1장과 2장이 이것을 말하고 있다. 만일 잊고 있었다면 정말 다시 생각하기 바란다. 목회와 선교와 교수의 가장 근원이 창세기 1장과 2장을 가르치는 것이며 그 다음 하나님의 말씀을 어긴 죄와 처벌에 관한 3장이다. 그리고 11장까지 즉 세상의 역사와 아브라함의 등장까지 철저하게 연구해서 가르칠 것이다. 그 다음은 창세기 12장부터 22장까지 아브라함이 어떻게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신앙이 성장하는 지를 연구해야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는 신앙의 표준을 아브라함의 신앙으로 오늘날 우리들에게 제시하시기 때문이다. 창세기 성경의 사건 배열은 그냥 우연히 된 것이 아니다. 철저히 신자를 교육하기 위해 배열된 것이다.

그러면 성경을 가르치는 자는 마땅히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신앙 교육 계획을 알아야 한다. 주님의 마음을 읽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주님이 맡기신 양들을 양육할 수 있겠는가? 창세기 22장에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로 바치는 시험까지 설교하고 강의하여 신앙을 따르는 삶이 무엇이고 또 신앙은 반드시 목숨을 거는 시험이 있음을 신자에게 가르쳐야 한다. 이것을 철저하게 가르치고 배우지 않으니까 오늘날 이와 같이 어지러운 세상이 된 것이다.

내가 그 당시는 대위 목사였기에 선배 군목들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 같으면 다 스스로 줄 서서 ‘우리 군목들 서로 정신 차리도록 따귀라도 때립시다.’ 했을 것이다. 내가 군종감이었다면 나는 며칠이라도 금식하고 기독 장교회 집사의 자살에 대해 거의 무한의 책임을 지려고 했을 것이다. 퇴임을 하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비행단에서 전투기가 떨어지면 그 비행단장은 일반적으로 더 이상 진급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조종사 관리 부족이고 비행단 운영을 잘못한 것으로 비행단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자 군인의 자살에 대해서 그 종교의 지도자는 책임을 지는 자세와 의식이 있어야 한다.

우리 군목들은 무엇을 한 것인가? 정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영적인 말씀을 가르치고 배우는 이 기독교에서 자살이 일어난다는 것은 한없는 부끄러움이다. 군목들 전체의 부끄러움이란 말이다. 순교나 순국이 일어나야지 자살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공군 기독교 전체가 정말 신앙과 조직 전체를 다시 돌아보아야 할 일이었다.

8. 하나님이 지켜주셨어요

슬프고 아픈 일은 철저히 돌이키고 이 단원의 이야기는 예쁜 이야기로 끝내자. 예천 비행단에는 노루, 고라니들이 산다. 새벽 기도회를 갈 때 관사와 교회가 멀어 차를 운전해서 가면 새벽 불빛에 노루, 고라니 등이 눈이 부셔서 길에서 움직이지를 못하고 멈춰서있다. 나는 잠시 서서 기다려 준다. 그러면 정신을 차린 노루나 고라니가 숲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비행단이 하도 넓어 비행단의 숲속에는 이런 동물들이 살고 있다. 공중전을 대비하는 비행단인데 평화로운 곳이다.

1995년 5월. 무장한 공군 헌병들 사이로 예천 비행단 담 벽의 빨간 넝쿨장미들은 참 예뻤다.

군목인 나는 아내와 함께 새벽설교를 하고 왔다. 문을 열자 두 살 아들 한음이가 ‘으왕’ 하고 울었다. 아기 때는 잠이 많으니까 별일 없겠다 여기고 나갔는데 웬일인지 그날 한음이는 깨어났다. 엄마 아빠는 없고 캄캄한 집에 혼자 있었으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가 문소리가 나자 울음이 터진 것이다. 보듬어 안고 엄마 아빠는 새벽에 하나님께 기도하러 갔다 오니까 “무서워하지 마. 하나님이 지켜주셔!” 라고 말했다. 총명한 아이는 그것을 알아듣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문을 ‘딸깍’ 열고 들어왔을 때 한음이는 울지 않고 몸이 땀에 젖은 채로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말했다.

“하나님이가 지켜주셨어요.”

아들 방에는 요 위에 변기통이 있었고 그 위에 이불이 덮여 있었다. 새벽에 깨어 변기통을 갖다 놓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음날 새벽 기도를 가려는데 한음이가 눈을 비비며 문을 열고 나왔다. 무서웠던 게다. 하나님이가 지켜주셨다고 말은 했어도 그날부터 아들 한음이는 새벽기도를 다녔다. 설교를 마치고 기도를 시작하면 한음이가 쪼르르 내게 왔다. 난 그 아이를 내 무릎에 앉히고 가장 먼저 아들을 위해 기도했다.

이 아이는 기도의 아이다. 나실인이다. 세례 요한이다. 재림의 주님을 예비하는 큰 소리이다. 그래서 ‘한음’이다.

2020년 5월 4일 밤 11시. 자야 할 시간이다. “한음아 자자” 하고는 문득 생각이 났다. 아들 방문을 열고 말했다.

“하나님이가 지켜주실 거야!”

아들이 ‘씨익’ 웃는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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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선 선교사 | GMS(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서 사역 중 추방된 이후 인터넷을 활용한 중국 선교를 계속 감당하고 있으며 세계선교신학원에서 신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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