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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받이로 중국에 인신매매되는 미얀마 ‘카친족’

▶ 인신매매 위협 속에 살아가고 있는 미얀마 카친족 소녀(출처: thephoblographer.com 캡처)

[225호 / 기획]

북부 미얀마에서 여성들과 소녀들이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다. 오랫 동안 한 자녀 정책으로 아들을 선호하던 중국에서 아내를 구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신부들’로 이들이 팔려가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 여성 인권 담당관이 카친족 피해 여성들을 만나 이런 인신매매 실태를 3년 동안 조사했다. 이렇게 팔려가는 여성들은 대부분 카친족 크리스천들이다. 그 중에 많은 이들은 신앙심이 아주 깊다. 그래서 혼외 성관계를 큰 수치로 여기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람들은 피해 사실을 비밀로 하고 있다. 이들 중 피해 여성들이 큰 고난을 겪었지만 그러한 일을 막아야겠다는 결심으로 용기를 내어 인터뷰에 응했다.

미얀마에서 정부군과 카친족 독립군, 카친주와 북부 샨주에 있는 여러 소수 민족 무장 단체들 사이의 충돌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그러다 2011년에 미얀마 군대가 17년간의 휴전상태를 깨고 소수 민족 무장 단체들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이로 인해 카친족과 기타 소수 민족들 중 10만 명 이상이 국내 난민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친족 남성들은 정부군과 벌이는 싸움에 참여해야 하고, 여성들은 생계를 도맡아야 했다. 또 장녀가 집안을 재정적으로 후원해야 한다는 문화적인 기대도 있다. 난민캠프에는 일자리가 없고 미얀마 정부가 구호물품 조차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있어 이들은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난민 캠프는 중국 국경과 가깝고, 여권 없이도 국경을 넘기 쉽다. 또 중국의 고용주들은 미얀마 사람들을 고용하기 원한다. 이러한 상황이 인신매매에 큰 기회를 제공한다.

먼저 미얀마에서 누군가가 농장이나 식당에 여성 일자리가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일자리들은 때로 거짓 정보일 때도 있다. 거짓으로 여성들을 모집한 사람들이 카친족 여성을 중국 가정들에게 팔아넘겨 왔다.

거짓 일자리 정보에 속아 중국 가정에 팔려

중국은 그동안 심각한 성비 불균형 사회였다. 1929년(장제스 국민정부의 북벌로 전 중국이 통일된 해)부터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한 2015년까지 그러했다.

중국에서 전통적으로 아들은 부모님과 함께 살며 부모의 노후를 책임지는 반면, 딸은 시집가면 부모와 관계가 중단되기 때문에 아들 선호 현상은 당연하게 여겨져왔다. 덕분에 한 자녀밖에 없다면 아들이어야 한다는 강력한 동기를 제공했다. 오늘날 중국에는 여성보다 남성이 3000만~4000만 명이나 더 많다. 따라서 결혼 적령기의 남자들이 아내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런 환경이 ‘신부’ 인신매매를 낳았다.

문제는 인신매매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낯선 외부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부분 친척들이 인신매매로 여성들을 팔아넘겼다. 몸값은 미화 3000달러에서 1만 3000달러에 거래됐다. 먼저 여성들을 모집한 사람이 중국까지 안내한다. 대부분 가는 동안 속아서 먹은 약물로 잠이 들었다가 국경을 넘어 폐쇄된 방에서 깨어나게 된다.

한 젊은 여성이 들려준 사례는 전형적인 인신매매였다. 중국에 가면 수입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올케 언니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들에게 돈이 너무 필요했다. 중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올케 언니가 주는 멀미약을 먹었다. 깨어나 보니 손은 묶여 있었고 올케언니는 그녀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그 집은 그녀를 산 가정의 집이었다. 그녀는 다른 방으로 옮겨져 또 다시 묶임을 당했고, ‘남편’이 매번 식사를 갖다 주고 그녀를 강간했다. 그녀는 마침내 아들을 가졌다. 2년 후에 그녀는 아들과 도망을 쳤다. 그녀가 아들을 데리고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조금 특별한 사례였다. 대부분 인신매매된 여성과 소녀들은 한 방에 며칠, 몇 주, 혹은 몇 달간 갇혀 있다. 그렇게 임신이 될 때까지 갇혀 있는 것이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은 중국에서 남자 가족들은 신부 보다 아이를 갖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이를 낳은 후에 도망칠 수 있었다. 어떤 경우는 아이를 낳은 후에 원하면 떠나도 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인신매매에서 탈출해 돌아와도 비난과 정죄 받아

매년 얼마나 많은 수의 여성과 소녀들이 중국으로 팔려 가는지는 알 수 없다. 미얀마 인권위원회는 2017년에 이민국으로부터 226건의 보고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여성 인권 담당관이 만난 여성 중 누구도 이민국에 보고된 사람은 없었다. 즉 실제 사례는 보고된 것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몇 주 혹은 몇 달 후에 중국을 탈출할 수 있었지만, 길게는 수 년이 걸렸다. 9년이 걸린 사람도 있었다. 18세 이하의 소녀들 12명이 잡혀갔는데 그 중에는 14세도 있었다. 그 중 2명은 두 차례나 인신매매를 당했다. 중국 경찰은 이들 인신매매된 여성들을 추방해서 빈털터리 상태로 국경에 버려두고 가기도 한다. 담당관이 만난 여성은 택시 기사에게 집으로 데려다 주기를 간청해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집을 떠난 지 이미 5~6년이 흘러서 가족들이 여전히 그 집에 살고 있는지도 불확실했지만, 달리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돌아온 여성들을 반갑게 맞아 주는 가족도 있다. 그러나 마을 전체가 그렇지는 않았다. 가족 안에서도 비난과 정죄를 받는 경우도 있다. 살아 돌아온 이들 중 자신들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받아 마을을 떠나기도 했다. 이런 수치심을 받지 않으려고 그냥 중국에 남을 수밖에 없는 여성과 소녀들도 있다.

한 여성은 중국에 일하러 갔다가 인신매매를 당한 후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 과정을 남편에게 설명했더니 남편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이웃 사람들로부터 경멸받을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신매매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은 거의 없다. 며칠간 쉼터 제공과, 의료검진, 새 주민증 발급이다. 그중 몇 명은 제한적인 경제적 또는 직업적 지원을 받았다. 여성들을 구출하기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들도 있다. 그러나 이 단체들의 재정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처럼 버젓이 이뤄지는 불법적인 인신매매를 근절시키려는 시도들이 중국과 미얀마 양국에서 있었다. 그러나 여성 인권 담당관이 만난 여성들은 모두 자력으로 탈출했다. 또 양국 국경지대의 경찰들은 인신매매를 방조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미얀마 경찰에 수차례 찾아갔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곳에는 반(反)인신매매 담당 경찰도 있었다. 심지어 어떤 경찰은 대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중국 경찰 역시 인신매매범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여성들을 불법 입국자로 취급했다. 한 여성은 중국 경찰에 의해 탈출한 중국 남자의 가족에게 되돌려 보내지기도 했다. 그 가족들이 경찰에 800달러를 대가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복음기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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