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물에 빠진 감자는 싫어요”

일러스트=고은선

[226호 / 믿음의 삶]

한 주 동안 복음의 진리가 선포되는 재훈련 과정 마지막 날 아침식사 시간이었다. 나는 들깨버섯 감잣국에 들어간 감자를 다른 분에게 건져 주고 있었다. 한 선교사님이 말했다. “선교사님은 감자를 안 좋아하세요?” 나는 “제가 물에 빠진 감자만 이상하게도 좋아하질 않아서요.”라고 답했다. 그분은 웃으시며 “감자를 존재 그대로 사랑하시지는 않으시는군요.”라고 말했다. 아침식사는 그렇게 유쾌하게 끝이 났다. 주님은 이 작은 사건으로 내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셨다.

공동체 안에서 두려워하는 것이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다. 난 나와 의견이 충돌되는 지체를 존재 그대로 받지 못했다. 나의 연약함을 지적하거나 권면을 할 때면 그동안 잘 지내던 사람에게도 어느새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곤 했다. 의견이 부딪칠 때면 분노와 혈기가 일어났다. 이런 나의 모습이 드러날까봐 사람과 관계하는 것이 두려웠다. 이런 두려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선교사로 헌신했다. 주님을 떠나서는 더 이상 살 수 없겠다는 목마름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갈망과 사랑이면 충분히 이 걸음을 걸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별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복음의 진리를 들으면서 나의 내면은 요동을 쳤다. 나의 옛자아를 부인하며 하루하루 잘 살고 있다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믿음이 아닌 최선의 한계에 매달려 있는 나의 실체를 보게 됐다. 부딪칠까봐, 좋았던 관계가 깨어질까봐, 믿음의 걸음이 실패한 자리에 서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자기보호와 자기방어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었다. 물에 빠진 감자를 싫어하듯, 내가 원치않는 사람을 골라내는 나. 그것은 자기 사랑인 동시에 하나님이 아닌 사람에게 사랑을 구걸하는 행위임을 인정하게 됐다.

“우리가 원수의 손에서 건지심을 받고 종신토록 주의 앞에서 성결과 의로 두려움이 없이 섬기게 하리라 하셨도다”(눅 1:74~75)라는 말씀으로 내가 사랑과 기쁨의 교제의 대상으로 완전히 회복되었음이 믿어졌다. 그 순간 평생토록 나를 묶고 매이게 했던 병든 옛 자아가 2000여 년 전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음이 믿어지면서 주님이 나를 존재 그대로 사랑하신 것처럼 모든 영혼을 그렇게 존재 그대로 사랑하신다는 것이 믿어졌다.

내가 율법을 지키며 살아내야 하는 의가 아니라, 주님이 내주하셔서 살게 하시는 복음의 의에 참여해 한 걸음씩 걷게 하신다. 하나님이 아들을 내어주기까지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 한순간도 포기치 않으시는 사랑으로 인해 하나님을 사랑하며 이웃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실 것을 믿는다. 오늘 하루 더욱 마지막처럼 사랑하며 살길 간절히 소망한다. [복음기도신문]

정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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