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캠프촌 레스보스를 가다(3)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섰습니다. 바로 앞에 터키가 보입니다. 이 빤한 거리를 고무보트타고 건너오다 빠져 죽는다니ㅠㅠ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과 상반되는 너머의 캠프 모습과 실상이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프칸 독일 영국 한국 다국적팀으로 모여 오리엔테이션과 일정을 의논합니다. 무엇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하루하루입니다. 전혀 계획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사역현장이네요. 이것이 난민들의 일상이겠지요.
난민캠프 바로 건너편에 위치한 피스센터(peace center)로 매일 난민들이 건너옵니다. 화재 이후 급작스럽게 마련된 캠프여서 화장실 샤워실 조차 마련이 안되어 있기에 센터로 와서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서 갑니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돌리고 아이들을 돌봐주고 소모적인 일상이 천하보다 귀한 난민들을 섬기는 긴급한 사역이 됩니다.
감사한 것은 레스보스로 들어와 예수님을 영접한 이들이 300명이 넘는답니다. 거의 매일 센터를 찾아오고 선생님들을 만나 성경공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 사이 어떤 이들은 벌써 제자의 삶을 선택해 캠프의 다른 동족을 향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 해줄 것이 없으나 하늘아버지가 친히 마련하신 선한 길과 은혜를 확인하며 감사를 드리게 됩니다.
난민선교시대에 열어주신 이 놀라운 추수 현장을 한국교회가 어떻게 섬길 것인가? 1차팀의 개척자와 정탐꾼의 미션을 위해 계속 팀 안에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의 대표 자격으로 오신 사무국장님과 난민구호단체인 피난처 대표로 파송된 간사님과 장기로 헌신하고 들어온 청년대표와 졸지에 한국교회의 대표가 되어버린 저까지. 현장을 어떻게 섬길 것이며 이를 위해 어떤 인프라와 준비가 필요할지를 생각하며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들어오기 전부터 두 번째 센터에 대한 마음이 부어졌는데 어제부터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방치된 다음세대를 위한 난민스쿨도 필요해 보입니다. 장녀 유진이가 여름방학 중 레바논 난민캠프에서 두 달간 학교를 섬겼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열정 넘치는 한국교회의 청년세대들이 난민아이들을 섬길 수 있겠다는 데까지 마음이 미칩니다.
캠프 내에서 의료봉사하는 국제팀을 만났습니다. 난민들의 시급한 필요와 의료팀의 필요를 물어봅니다. 임시텐트가 바닷가여서 잘 때 필요한 블랭킷과 비타민과 위장약 등을 이야기하는데 한국에서 보내오는 것보다 현지에서 구입해서 즉시 나눌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합니다. 주님이 가장 좋은 길로 인도하실 줄 믿습니다.
분주하게 사역이 돌아가고 갖춰진 것이 없는 어수선한 현장이다보니 팀이 함께 모여 깊이 기도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서양팀들의 특성상 간단히 한 구절 묵상하고 짧게 기도를 마치기에 집요하게 강청하는 기도로 함께 나아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한편 현장의 형편을 아시기에 한국에서 그리 기도를 동원하셨구나 이해가 됩니다.
이축복 선생님을 알게 된 것이 이번 여정의 큰 수확 같습니다. 거침없이 담대하게! 약속으로 주셨던 말씀의 산 증인입니다. 드보라 같고 여자 바울 같습니다. 여종을 통해 주님 행하시는 놀라운 일들에 감탄하고 찬양할 뿐입니다. 제자로 양육한 자매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었다 하셔서 함께 만났습니다.
다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밝고 정확하게 난민캠프에서 내가 만난 예수님을 고백하는데 소름이 끼치도록 놀라웠습니다. 외모들도 예뻤지만 그 차원을 넘어 반짝반짝 빛나는 영혼들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이들을 보여주시려고 주님이 이곳을 오게 하셨구나 싶도록 감동과 은혜가 넘쳤습니다.
밭이 희어진 추수의 때…
누가 나를 위하여 갈꼬…
한 사람이면 충분한 것을 오늘도 보여주시니 아멘입니다. <계속>[복음기도신문]
이채선 사모 | 충신감리교회. 10여 년 전부터 열방을 위한 기도를 시작한 이후, 교회에서 팀을 구성해 매년 중보기도 아웃리치를 다녀왔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국내에 입국한 난민들을 섬기던 중 이번 여정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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