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을 못 듣고 지옥에 가게 할 순 없었어요”

복음을 외치는 권순만 집사(다인교회)

경북 의성군 안계면의 한 장날. 아직은 한산한 아침, 전도를 하기 위해 4명이 모였다. 같은 교회 소속은 아니지만, 복음을 외치기 위해서다. 거리를 걸어가며 한 사람씩 외쳤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랑하십니다. 죽음이 끝이 아닙니다. 천국과 지옥이 있습니다… 예수님 믿고 반드시 천국 가십시오.” 거리에서 소리치는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가게 안에서, 아니면 멀찍이 떨어져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보였다. 취재팀도 듣는 자가 살아나길 함께 기도했다. 거리에서 복음을 외치는 권순만 집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거리에서 복음을 외치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떻게 복음을 만나게 되셨나요?

“모태신앙이긴 하지만 예수님을 영접한 건 불과 몇 년 안 됩니다. 한 권사님의 질문으로 시작됐어요. 제 사무실에 오셔서는 저한테 ‘예수 믿으시냐?’고 물어보셨어요. 그분은 저를 잘 알고 계신 분이에요. 6촌지간이거든요. 갑자기 그렇게 질문하니까 당황스러웠어요. ‘예수 믿죠.’ 대답했더니 ‘지금 당장 죽으면 천당 간다는 보장 있습니까?’ 묻는데 교회에서 뭘 하고 있고, 직분이 뭐고, 이런 것만 나열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답답한 대답이었어요. 사실 저는 예수 믿는다고 하지만 음담패설 좋아하고 술도 못 끊는 집사였어요.”

“예수 믿으세요?” 당황스런 질문을 받다

– 매우 도전적인 질문을 받으셨네요? 주님 만나기 이전의 삶이 궁금합니다.

“저는 한량처럼 살았어요. 술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했어요. 사진관을 하긴 했지만 수입이 많지 않기도 하고, 경제적 개념도 없어서 아내가 어린이집에서 벌어온 돈으로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 아내가 직장을 그만 뒀어요. 제가 정신 못 차리니까 저를 사람 만들려면 아내가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변에서 조언을 해줬대요. 상황이 그러니 저도 돼지 똥도 치우고, 학원 차량 운행도 하고, 사진관도 하면서 돈을 벌었어요. 그러면서도 죄 지을 것들은 다 지었어요.”

– 주님을 만난 계기가 궁금하네요.

“하루는 병원을 하시는 6촌 형님이 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살지 말고 병원 밥 먹으라고요.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병원 허드렛일을 했어요. 하루는 형님께서 이왕 병원 밥 먹는 거 의료기사 면허가 있으면 좋겠다고 권유하셔서 대학에 입학해 방사선과에 들어갔어요. 낮에는 일하고 야간에는 공부를 하면서 면허도 취득하게 됐어요. 학교에 오가는 시간 동안 아내가 휴대폰에 저장해 준 설교 메시지를 많이 들었어요. 그 설교가 제게 많은 영향을 주긴 했지만 내가 소망 없는 죽을 죄인이라는 것은 인정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복음을 알기 전에는 제가 하고 있는 게 죄라는 것을 몰랐어요. 제가 음란물을 좋아했는데, 그게 죄라고 여겨지지가 않았어요. 퇴근길에는 늘 손에 술이 들려 있었고, 집에 와서는 아내를 힘들게 했어요. ‘집이 이게 뭐냐. 하루 종일 뭐했냐.’ 아내가 마음 아파하는 걸 알지만 아픈 말들만 더 골라서 했어요. 저의 답답한 이 상황을 바꿔보려고 아내를 더 두렵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저는 괜찮은 남편, 괜찮은 아빠라고 생각했어요. 복음을 알고 나니 너무 부끄러웠어요.”

▲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 복음기도신문

– 복음을 믿게 되는 과정이 있으셨나 보네요?

“20주 동안 권사님과 성경을 공부하고 여러 질문을 통해 말씀을 삶에 적용시키는 시간들을 보냈어요. 그런데 아직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는 제가 죄인이라는 것이 머리로는 인정되면서도 화가 났어요. 실컷 성경공부하고 나오면서 편의점에서 소주 하나를 사들고 들어오기도 했어요. 술을 거의 매일 먹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한 10주쯤 됐을 때, 어느 날 출근하는 데 갑자기 제가 술을 끊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제가 술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이었어요. 그 뒤로는 술을 안 먹게 됐죠.”

어느 날, 술로 사는 존재가 아니라는 믿음이 생기다

– 한순간에 술이 끊어지다니, 놀라운 일이네요.

“그 중독에서 빠져 나왔다고 해서 삶이 완전히 바뀐 건 아니었어요. 직장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나 스스로 힘들어했어요. 늘 마음에는 불평불만과 원망이 가득했었어요. ‘분명히 복음은 나를 변화시켰는데 이 불만족과 원망은 뭐지?’ 아무리 십자가를 바라보고 내가 죽은 십자가를 되뇌고 외쳐도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나는 분명히 구원받았고 구원의 은혜는 영원한데 이까짓 썩어 없어질 세상가치에서 왜 자유하지 못하지?’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신앙훈련을 소개 받았어요. 6개월 공동체 훈련이었죠. 가기로 결정했어요.”

– 가장이 집을 비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집에서는 반응이 어땠나요?

“아내에게 이야기했더니 선뜻 가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거기에 못 갈 거라고 생각하고 대답을 했던 거였어요. 제 성향이 공동체 생활이 힘든 스타일이니까요. 여러 과정이 있었지만 결국 훈련을 받게 됐어요. 훈련을 받으면서 큰 은혜는 내가 완전히 드러났다는 거예요. 그곳에서는 세상과는 차단되어 말씀 보고 기도하고 예배하는 생활이 전부니까 제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어요. 제 생각이 얼마나 추잡스럽고 부패했는지, 하나님보다는 사람을 의식하면서 얼마나 인정받으려고 살았던 존재였는지, 말씀과 생활하는 여러 영역을 통해 보게 됐어요.”

▲ 동역자들과 거리전도.
ⓒ 복음기도신문

– 매우 심도 깊은 훈련이었군요.

“훈련 마지막 과정으로 아웃리치를 가게 됐어요. 팀원들이 길을 걸어가면서 한 사람씩 말씀이나 복음의 내용을 외쳤어요. 외치다 보니 이런 전도가 왜 필요한지 알겠더군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복음을 듣게 되는 거예요. 이 복음을 못 들어서 복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밖에서 복음을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거부감이 있었어요. 사람들을 저렇게 힘들게 하면서까지 해야 되나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힘들어도 복음을 듣지 못해 지옥에 가게 할 순 없었어요. 훈련을 마치면서 다른 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어요. 전도해야겠다고 결단했어요. 그리고 가족들과 말씀으로 기도해야겠다고도 생각했죠. 그런데 집에 와보니 이미 하나님이 모든 것을 준비해 놓으셨더군요.”

–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이미 가족들이 말씀으로 기도를 하고 있었어요. 제가 먼저 나누지도 않았는데 주변 동역자들이 말씀기도를 함께 하자고 권유도 하고요. 그래서 말씀기도모임이 생겼어요. 그뿐 아니라 전도를 할 때도 주님이 동역자들을 붙여주셨어요. 주님이 그렇게 예비해주지 않으셨다면 연약한 저로서는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훈련을 마치며, 전도해야겠다고 결단했어요

– 전도 이야기도 궁금하네요.

“집에 돌아와서 장날에 전도를 하겠다고 결단했어요. 그런데 막상 장날이 되니까 못하겠더군요. 두려웠어요. 그렇게 처음 장날은 못나갔어요. 그런데 다음 장날이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요. 그 다음에도 못했어요. 그날 말씀을 묵상하는데 조카 롯이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브라함이 즉각 움직였다는 말씀이 나오더군요. 즉시라는 말에 마음이 힘들어지면서 아브라함처럼 즉시 움직이긴 하겠다고 기도하고, 땅밟기 기도라도 하겠다면서 길을 나섰어요. 막상 나가보니 시장이 매우 조용했어요. 한군데 사람이 모여 있길래 가서 그 앞에 서서 기도했어요. 도저히 입을 뗄 엄두가 안나더군요. 아래쪽으로 내려가 배회하다 그 자리에 서서 기도하고 요한복음 3장 16절을 외쳤어요. 그러고는 생각나는 대로 내가 알고 있는 복음을 외쳤어요. 그때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나요. 그러나 그게 전도의 시작이 됐어요. 지금은 아내와 여러 동역자들이 함께 전도를 하고 있어요.”

– 전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세요?

“사람들의 시선과 한마디씩 던지는 말들이 어려움을 줄 때가 있어요. ‘죽으면 그만이지, 천국이 어디 있나.’ 그러면 주눅이 들고 심장이 요동하는데, 그때마다 십자가를 붙들어요. 외치기 싫은 나의 옛 생명을 부인하고 복음을 외치죠. 다른 공격도 있어요. 아내를 비롯한 다른 지체들이 선포하는 내용은 은혜가 되는데, 내가 선포하는 말들이 참 초라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나 지체들이 선포하는 그 복음의 메시지와 제가 선포하는 복음이 다시 저를 움직이게 하고, 이런 공격들로부터 자유하게 해줘요.”

–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을지 궁금하네요.

“지금 당장 계획은 없어요. 주님의 마음을 알아서 매일매일 한 걸음씩 걷는 게 현재 계획이에요. 하나님이 이 길로 가라는 뚜렷한 게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지는 않으세요. 다만 나의 원함인지, 주님의 원함인지 알 수 있는 건 제가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적어도 제가 영광받고 싶어 하는 일은 아니구나 생각하면서 분별하고 있어요.”

<이상 243호에 게재>

▲ 전도 후 복음을 전한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모습.
ⓒ 복음기도신문

– 이렇게 전도하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도 많아지면서 기도제목이 많으실 것 같아요.

“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 하나님의 생명이 확장되어 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기도제목도 있어요. 내가 하나님과 같은 편에 서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 사실을 잊을 때 두려움이 몰려와요. 제 처지가 곧바로 보이죠. 제가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면 나를 향한 판단이 시작되면서 제가 한없이 무능하게 느껴져요. 그러면 염려로 이어지죠. 그러나 매일 묵상하는 말씀이 얼마나 큰 은혜가 되는지 모르겠어요. 하나님이 어떠한 하나님이시고 그 전능하신 하나님이 내 삶에 개입하시고 간섭하시길 원하신다는 것이 믿어져요. 하나님이 저의 참 소망이라는 것과, 이 모든 상황이 주 예수를 알게 하기 위한 시간이라는 것이 믿어지면 곧 말씀이 저의 영혼을 일으키세요. 살아계신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 안에 내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사실을 깜빡해도 말씀으로 나를 일으키시니 얼마나 안전한지 모르겠어요.”

– 보이는 건 힘든 상황인데 놀라운 은혜가 있으시군요.

“최근에는 쌀이 떨어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날 아시는 분이 쌀을 갖다 주셨어요. 그런데 또 다른 분이 쌀을 갖다 주셨어요. 오히려 우리가 다른 분에게 쌀을 나눠드렸어요. 주님의 공급하심을 믿고 쌓아두지 말자고 생각한 것이죠. 하나님이 이렇게 신실하게 먹이고 입히시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세요. 그런데도 매일 믿음이 필요한 건 사실이에요. 하나님은 이뿐 아니라 우리 부부관계도 회복시켜주셨어요. 지금은 연애할 때도 느껴보지 못하는 연애의 기쁨이 있어요.”

– 자세히 말씀해주세요.

“아내는 저 때문에 매우 힘든 삶을 살았어요. 저 때문에 자살할 계획까지 세웠어요. 복음이 없이는 제가 어떤 죄인인지 알 수 없었죠. 아내도 힘든 시간을 통과하면서 십자가를 경험했어요. 십자가가 아니면 우리 가정은 벌써 깨어졌을 거예요. 누가 예수 믿으면 뭐가 좋아지냐고 물으면, 우리 가정이 존재하는 거 자체라고 말해요.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술 좋아하던 사람이 말씀을 쫓아 달려가게 하시는 게 복음의 능력이죠. 주님 안에서 살 수 있는 게 은혜에요. 힘든 일이 닥쳐도 주님 바라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돼요.”

– 끝으로 전도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한 걸음만 떼면 됩니다. ‘하나님이…’ 이 한마디만 외치면 돼요. 그 다음은 은혜이고 영광이에요. 그 한걸음, 한 마디가 하나님과의 관계가 없이는 나올 수 없는 기적의 걸음이고 외침이기 때문입니다. 그 걸음과 외침이 듣는 사람뿐 아니라 외치는 내게 더 생명이 되는 은혜를 누리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참하길 바라요.”

Y.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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