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끝자락에서 하나님의 전에 나아가 통곡하며 애원하는 한나의 기도는 하나님의 구원을 앙망하는 거룩한 하나님과 타락한 이스라엘을 잇고자 하는 절규가 들어있다. 그녀의 탄식은 개인을 넘어선 이스라엘의 탄식이요 절규이다.
성전 문을 열고 들어가 하나님의 전 문설주 옆에 앉은 제사장 엘리 앞에, 과감히 담대하게 기도의 자리를 펼쳤다. 자신의 기막힌 억울함과 고통과 울분을 쏟아내며 시작한 그녀의 기도는 하나님의 마음이 흘러 동이 터오는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긴 서원기도로 변하게 된다. 하나님 나라의 의를 간절히 열망하는 꺼져가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살리는데 축복의 통로가 되고자 하는 하나님의 마음이 담긴 기도였다.
“서원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주의 여종에게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삼상 1:11)
그녀의 기도는 여호와로 기억하게 하고(시 20:7, 사 62:6~7), 마음을 토하고(15절), 통곡과 절규의 기도였음을 히브리 본문은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동족목적어, 부정사 절대형, 동의적 병행어법 사용).
(바티도르 네데르, 그가 전심으로 서원하여)
(임 라오 티르예, 만약 참으로 돌아보시고)
(우즈카르타니 베로 티쉬카흐 엩 아미테카,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면)
제사장 엘리가 한나의 기도를 주목하고 입을 연다. 그가 그녀의 기도를 이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사장 나라’여야 할 이스라엘, 생명을 낳아야 할 제사장 엘리의 영성은 둔하고 무거워 이미 맛이 간, 생산이 멈춘 ‘불임’ 제사장이었다. 마음을 토하는 한나의 기도를 한낱 술 취한 소리로, 술주정으로 이해했다.
“엘리가 그에게 이르되 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삼상 1:13~14)
하나님만이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제사장 엘리의 말을 통해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당시에 얼마나 많은 예배자들이 술에 취해 하나님의 전을 드나들었는지 알 수 있다. 어느 목사님은 현 한국교회를 술 취한 교회로 그리고 목사를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술주정뱅이 목사로, 그리고 그들이 수술을 하겠다고 칼을 잡고 수술실에 들어가 있는 격이라고 진단했다. 맞는 말이다. 사실 한국교회와 신학교는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신학교는 더 그렇다. 사자(lion)를 사자(思者)되게 해서 사자(死者)로 보내는 곳이 신학교가 되었다. 우리가 이 위기의 시대에, 무엇을 해야겠는가? 학생들을 끌어모아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 어떤 것으로도 인간의 마음을 바꾸지 못한다. 스가랴 선지자가 예언한 대로(슥 4:6) 그리스도의 영이, 하나님만이 변화시킬 수 있다. 이게 복음이다.
“그가 내게 대답하여 이르되 여호와께서 스룹바벨에게 하신 말씀이 이러하니라 만군의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이는 힘으로 되지 아니하며 능력으로 되지 아니하고 오직 나의 영으로 되느니라”(슥 4:6)
한나의 기도가 하찮은 것 같지만, 변화와 역사를 일으켰다. 희망이 보이게 한다. 사람으로 할 수 없는 그 자리에서 마음을 찢고 토하는 그녀의 기도는 이스라엘 역사에 새로운 희망을 돋게 한다. 술에 취해 무감각하고, 무관심해, 도저히 마음이 동할 수 없는 무감동한, 생기 없는 돌 같은 엘리의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하는가? 바로 기도가 막힌 물꼬를 튼다. 기도가 칠흑 같이 어두운 사사 시대 끝의 어두움을 깨트려 몰아낸다. 그리고 왕정시대를 동이 터오게 만든다. 어두움을 열고 여명을 밝아오게 하는 유일한 하나님의 완전한 장치가 바로 기도다.
그래서 에이미 카마이클이라는 훌륭한 선교사는, “오 주님 당신의 은혜로 본성으로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들을 제게 이루어주옵소서(May thy grace, O Lord, make that possible to me which seems impossible to me by nature)”라는 기도를 드렸다. <계속> [복음기도신문]
김명호 | 헤브론선교대학교 성경언어대학 교수. 복음과 기도의 기초 위에 성경의 원어 연구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부흥과 선교완성을 위한 다음세대를 세우는 사역으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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