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호 / 일상에서 만난 하나님]
복음이면 충분하다 고백하며 걷게 된 선교사의 삶,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이 걸음이 어느덧 11년이 되었다.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는 말씀에 순종한 남편은 결혼 전 아이는 다섯은 낳아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고 ‘아멘’하였다. 선교사의 삶을 돌아보니 낳고, 낳고, 낳고…의 역사이다. 그렇게 주님은 나를 생명사역자로 세우시고 다섯 아이를 주셨다.
첫 아이를 낳았을 때가 생각난다. 아이에게 두 시간마다 수유해야 한다는 것을 안 것도 아이를 낳고 퇴원교육을 받을 때였다. 화장실을 가는 것도, 씻는 것도, 먹는 것도 내가 원할 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첫째 아이는 참 활동적이라 걷기 시작하면서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르는 아이를 눈동자처럼 살피느라 예배시간에 눈을 뜨고 기도하며 늘 아이를 쫓아다녔다. 식사시간에는 동료 선교사의 국에 양말을 넣기도 하고, 컵으로 또래아이의 이마를 쳐서 피가 나게도 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나는 더 이상 아이를 낳지 않겠다며 다짐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간사한지, 시간이 조금 지나자 둘째를 기다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주님은 둘째를 허락하지 않으셨다. 모든 시작과 결정권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생명의 주권자이신 주님을 인정하지 않았던 나의 죄 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얼마나 울며 회개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주님은 기다리던 둘째를 허락하셨고, 셋째, 넷째를 허락하셨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이 점점 자라갔고, 큰 아이들의 돌봄도 필요했기에 넷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이 가까운 이때, ‘언제까지 아이를 낳을 것인가.’라는 도전 앞에 서게 되었다. 주님의 뜻을 구하기 시작할 때 즈음 말씀기도수련회를 통해 주님은 말씀해 주셨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운 이때에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벧전 4:10)하셨다.
아이는 나에게 은혜로 주신 선물
아이를 낳고 낳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오직 하나님께서 나에게 은혜로 주신 것이다. 나는 단지 주님의 것을 맡은 청지기일 뿐이었다. 그렇게 주님은 우리 가정에 다섯째를 허락하셨다.
셋만 데리고 병원에 가도 여기저기서 엄마가 힘들겠다며 입을 모은다. 위에 둘 더 있다 말하면 깜짝 놀란다. 초보 중에서도 왕초보 엄마였던 나는 어느덧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베테랑이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더욱더 주님의 은혜만을 구하는 바보가 되었을 뿐이다.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나를 키우고 계신다. 나를 양육하시는 주님은 내가 자녀에게 스승이 아니라 복음으로 낳는 아비 어미가 되어야 한다고 하신다. 그러하기에 나는 선한 청지기로 하나님과 아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자로 서고 싶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십자가의 자리에서 오늘도 복음이면 충분한 자로 주님만 기다리는 교회로 선다. 주님 어서 오세요. 마라나타! [복음기도신문]
이지향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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