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의 <사랑>
관계의 어려움이 생길 때 어떻게 하는가? 부부간의 갈등, 자녀와의 갈등, 가족 외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때 나는 어떤 해결책이 있는가? 이 질문에 한 작품이 떠올랐다.
이미경 작가의 <사랑>이다. 작가는 유명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나 육아로 인한 분주함 때문에 작품 활동을 할 수가 없었다. 작업에 대한 열정과 육아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분투하다 비교적 손쉽게 다룰 수 있는 재료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펜이었다.
작가는 붓 대신 가느다란 펜을 수천 번씩 그어, 인내와 수고로 빼곡하게 옛 모습들을 담아냈다. 주된 관심 대상은 지금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인데, 시골 구멍가게, 기와집, 반짇고리나 밥 등이다. 모두 따스함과 정겨움, 사랑이 묻어난다.
인내와 수고로 빼곡하게 그려 낸 사랑의 수고
특히 이 작품에는 사랑의 수고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소반 위에 있는 음식들은 보이지 않지만, 가지런하게 놓인 수저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슬 밥과 촉촉한 김치를 떠올리게 한다. 순간 나는 냉전으로 얼어붙은 상대의 마음을 무장해제할 강력한 무기를 발견했다. 따뜻한 한 끼이다. 나이 지긋한 노신사가 노모의 음식 앞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을 보지 않았는가?
정성어린 음식은 그 자체로 사랑의 수고이자 사랑의 표현이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바닷가에 손수 아침상을 차리실 때의 마음은 무엇인가? 만나를 베푸실 때 하나님의 마음은 무엇인가? 이처럼 성경에서도 음식은 사랑의 상징일 때가 있었다. 조심스레 담은 고슬밥은 모양새만 봐도 즉석 밥과는 그 형태부터 다르다. 0℃ 국물 속에 잠긴 김치 포기를 꺼내느라 마디마디가 시렸을 그 손을 떠올려 보라. 남편들과 자녀들이 이 사랑의 수고를 발견할 수 있는 영안이 열린다면 주님께 감사할 것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역시 사랑은 변함없는 영적 승리의 비결이다.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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