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심령의 예배

[220호 /뷰즈인 아트]

스루치오 폰타나의 <공간적 개념>

이탈리아의 미술가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는 1958년 캔버스에 날카로운 칼자국 하나를 남겼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폰타나는 평면인데도 입체처럼 보이려 노력했던 오랜 회화 전통을 훼손하였다. 더 이상 캔버스가 평면이 아닌 부피를 가진 물건으로 인식하기 위한 의도였다. 폰타나의 이 대범한 공격은 단번에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고, 그가 낸 상처는 낡은 전통의 죽음을 선언한 것으로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폰타나의 작품은 어떻게 보일까? 단 한 번의 베임으로 오랜 관습에 도전한 그의 저항은 꽤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폰타나는 이 영광의 상처 외에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가 드러낸 상처 자체가 종결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상처 입은 캔버스는 이젠 멋진 풍경도 아니요, 성경 속에 기록된 감동적인 장면도 담을 수 없는 그저 ‘빈 캔버스’가 되었을 뿐이다. 캔버스는 상상의 무대가 아닌 직조된 천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자 사무치도록 허무한 빈자리만이 드러났다. 폰타나는 알지 못했지만 그가 베어낸 것은 단순한 평면이 아닌 기대와 소망이었다.

폰타나가 남긴 상처가 허무한 끝을 강조하였다면, 신앙 안에서 우리가 끌어안은 상처와 쓰라림은 오히려 다른 결말로 안내해 준다. 기대와 소망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날카롭게 베인 상처만 남은 그때, 놀랍게도 이때부터 시작되는 것이 있다. 바로 예배이다. 참된 예배는 그럴 듯한 내 모습이나 번듯한 예물로는 가능하지 않다. 처절한 자기 부인과 수치, 절망과 고통 속에서 우리는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만난다. 안고 있는 이 상처 그대로를 주께 보여드릴 때, 그것을 만지시고 치유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참된 예배가 시작된다.

“주께서는 제사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그렇지 아니하면 내가 드렸을 것이라 주는 번제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하나님께서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시 51:16~17) [복음기도신문]

이상윤 미술평론가
작품설명: 루치오 폰타나, <공간적 개념 – 기다림(spatial concept-waiting)>, 1960년 경, 93x73cm, 캔버스, 영국 테이트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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